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대체 위험 커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와 다른 양상
AI, 임금불평등·소비자보호악화·이윤독점, 민주주의 기능 약화 등 위험
한국은행 'AI와 노동시장 이슈' 발간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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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쓰저널] 지난 10년간 빠른 발전을 거듭,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AI(인공지능)는 생산성 향상,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반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한국은행 고용분석팀(한지우·오삼일)이 16일 발간한 ‘AI와 노동시장 이슈’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수의 12%인 341만명이 AI 기술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비반복적, 인지적(분석) 업무를 대체하는 경향에 따라 고소득, 고학력 근로자가 AI에 더 많이 노출돼 있으며, AI 노출 지수가 높은 일자리일수록 고용이 줄고 임금 상승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AI 노출 지수는 AI 특허와 직업별 주된 업무를 조사, 현재 AI 기술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해당 직업의 업무에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나타낸 수치다.

구체적으로는 AI 노출 지수가 10% 높은 경우, 향후 20년 간 해당 일자리의 고용 비중은 7%p 줄어들고, 임금 상승률은 2%p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또 AI가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러한 효과는 특정 그룹에 더욱 집중된다는 점에서 교육 및 직업훈련 정책의 시급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지적했다.

우리 사회가 AI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의 크기는 근로자들의 적응력과 정책 디자인에 크게 좌우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 고용분석팀은 또 AI 기술이 업무와 생활의 편리성을 가져다 주지만 소비자 후생 감소, 이윤 독점 심화 등의 부정적인 사회적 결과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AI가 적절한 규제 속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고민해야한다고 했다.

◆ 화학공학기술자, 전동·철도기관사, 의사, 회계사, 자산운용가, 변호사 등 AI 노출 지수 높아

한은에 따르면 국내 일자리 중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큰 일자리는 약 341만 개, 전체 일자리의 12%로 추정됐다. 이는 AI 노출 지수 상위 20%에 해당하는 직업을 식별하고, 동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를 더한 결과다.

임계점을 상위 25%로 확대할 경우 해당 일자리는 약 398만 개, 전체 일자리의 14%로 늘어난다.

AI 노출 지수가 가장 높은 일자리에는 화학 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철도 및 전동 차 기관사, 상하수도 및 재활용 처리 조작원, 금속재료 공학 기술자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일자리들은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하기에 적합하다. 예를 들어, 화학공학 기술자는 생산 공정을 설계 및 운영하는데, AI 알고리즘이 기술자를 대체해 공정 최적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반면, AI 노출 지수가 가장 낮은 일자리인 단순 서비스 종사자, 종교 관련 종사자 등은 대면 접촉 및 관계 형성이 필수적이다.

세부 직업을 보면 일반 의사와 한의사의 AI 노출 지수가 상위 1% 이내에 들었다. 전문 의사(7%), 회계사(19%), 자산운용가(19%), 변호사(21%) 등도 상위권이었다.

반면 성직자(98%), 대학교수(99%), 가수나 경호원(하위 1% 이내) 등은 최하위권에 속했다. 기자도 상위 86%로 AI 노출 지수가 낮았다.

산업별로 보면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 제조업 등 고생산성 산업을 중심으로 AI 노출 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숙박음식업, 예술·스포츠·여가 등 대면 서비스업은 AI 노출 지수가 낮게 측정됐다.

임금수준과 학력수준별로 보면,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이는 저학력(고졸 이하) 및 중간소득 근로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여타 기술(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AI가 비반복적·인지적 업무를 대체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고학력·고소득 일자리의 AI 대체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이로 인해 AI 도입 및 확산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은 산업용 로봇이나 소프트웨어와 같은 과거의 기술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 일자리의 AI 노출 지수가 여성 일자리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났다.

산업용 로봇이나 소프트웨어 기술과 마찬가지로 남성 일자리가 AI 기술에 더 많이 노출돼 있는데, 이는 AI 노출 지수가 낮은 대면 서비스업에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이 종사하고 있기 때 문이다.

연령별로는 AI 노출 지수가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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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발전 수혜, 소수 기업만 독점하지 않게 규제 방안 고민해야

한은은 AI 발전으로 소수의 기업만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적절한 규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업 간 AI 도입률의 차이가 이어진다면, 일부 기업의 이윤 독점 및 기업 간 ‘AI 격차’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임금 불평등 외에도 소비자 보호 악화, 이윤 독점 강화, 민주주의 기능 약화 등의 사회적 문제도 초래될 수 있다.

AI 기술로 인한 소비자 후생 감소, 과도한 데이터 수집, 행동 제어 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연구팀은 AI 기술은 빅데이터와 강화된 연산 능력을 이용해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더욱 쉽게 찾아낼 수 있는데, 이를 악용하면 가격 차별 등 소비자 후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했다.

기업에 너무 많은 데이터가 집중되며 사생활 침해 및 소비자 잉여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AI로 인한 근로자 대체는 노동에서 자본으로 권력을 이동시켜, 민주주의 제도의 기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도 우려됐다.

AI가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한다면 정보 오류 리스크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은은 AI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동시에 사회적 부작용도 초래될 수 있는 만큼, AI의 발전과 규제에 관한 선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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