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용·이지환 교수, SK이노 'R&D 경영 40년' 성과분석
"R&D경영이 화학·윤활유·분리막·배터리·바이오 사업 등 확대"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가  'SK이노베이션의 40년 R&D 경영'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서영길 기자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가  'SK이노베이션의 40년 R&D 경영'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서영길 기자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정유회사에서 시작해 종합에너지를 넘어 글로벌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 경영층의 강력한 리더십이 이끈 R&D(연구개발)경영’이 원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SK이노베이션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R&D 경영 40주년 기념 성과 분석 컨퍼런스를 개최, 이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기업경영 전문가인 서울대 경영학과 송재용 교수와 카이스트 경영학과 이지환  팀을 이뤄 'SK이노베이션의 40년 R&D 경영'을 공동으로 분석했다. 

교수팀은 이날 발표에서 국내 정유회사를 종합에너지 기업을 넘는 글로벌 수준의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강력한 리더십의 혁신적인 R&D 경영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R&D 경영은 단기적으로는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원이 없는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정유기업 경쟁력을 갖도록 했을 뿐 아니라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는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SK이노베이션이 정유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확보한 다양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화학, 바이오, 윤활기유, 분리막, 배터리 등 계열사들의 핵심 사업을 사업화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교수팀은 평가했다. 이를 기반으로 독립경영까지 가능하게 됐고 이같은 연구개발은 SK이노베이션만의 독특한 R&D 경영의 결과가 됐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의 R&D 경영 40년을 분석한 두 교수는 이 회사의 독특한 R&D 경영 모델인 ‘SKinnoWay R&BD’를 도출했다. 이들은 해당 모델을 4E(Entrepreneurship(경영철학과 도전)·Exploitation(기존사업 경쟁력 강화)·Exploration(미래형 신사업개발)·Expertise(기술역량))로 구조화하며 이를 혁신모델로 제시했다.

교수들은 SK이노베이션 R&D를 분석한 결과 ▲제품 품질·원가 경쟁력 강화 ▲공정개선 및 최적화 ▲촉매·합성·분석 등의 공통역량 축적 등에서 뛰어날 뿐 아니라 사업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R&BD 구조를 갖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적 우위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구조로 만들어진 배터리, 분리막, 윤활기유, 넥슬렌, 신약개발(현 바이오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업들로 현재 SK이노베이션과 SK그룹의 중요한 기업가치를 담당하고 있다는 게 두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구조는 교수들이 국내 에너지기업으로는 최초로 기술연구소 시스템을 갖춘 SK이노베이션의 R&D가 새로운 기업가치를 창출하는데 성공할 수 있는 요인으로 제시한 차별적 우위 1번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교수팀은 SK이노베이션의 R&BD 경영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로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R&D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장 먼저 꼽았다.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유공 인수 직후 R&D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 선언(1982년)에 이어 기술개발연구소를 설립(1983년)한 것을 예로 제시했다. SK이노베이션의 R&D 경영 40주년은 이를 기점으로 산정한 것이다.

교수팀은 선대 회장에 이어 최태원 회장이 “R&D는 미래의 희망이며 기술도약 없이는 사업의 도약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석유에너지에서는 못했지만 그린 에너지에서는 글로벌 톱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R&D경영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왼쪽)와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컨퍼런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서영길 기자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왼쪽)와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컨퍼런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서영길 기자

장시간 투자를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은 대를 이어서 일관성 있게 진행됐다고 교수팀은 평가했다.

최 선대회장 때 시작된 배터리 사업(1983년), 바이오 사업(1989년)은 최태원 회장이 진두지휘해 현재 SK그룹의 핵심 미래사업인 BBC(배터리·바이오·Chip-반도체)를 완성했다고 교수팀은 설명했다.

교수들은 또 SK이노베이션은 R&D가 전사 성장의 핵심이 돼야 한다며 회사 경영법이자 기업문화인 SKMS와 수펙스추구법에 MPR 운영법을 적시했다. 이를 기업경영에 강력하게 반영해 R&D가 항상 핵심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MPR은 Marketing(영업), Production(생산) 및 R(R&D)를 일컫는 용어다. R&D가 생산과 영업과 늘 함께 움직여서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1989년 만들어진 SK만의 독특한 경영법이다.

이 경영법은 1995년 MPR/S/T(MPR, S-Staff, T-Top), 즉 지원부서와 최고경영층이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헀다.

교수팀은 분석을 마무리하며 SK이노베이션은 ‘그린 에너지&머테리얼 컴퍼니(Green Energy & Materials Company)’ 완성을 위한 핵심 실행방안으로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연구개발 사업화) 경영 강화를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는 그동안 축적한 기술 및 사업화 역량과 경험에 기반한 전략적 방향성으로 풀이되고 이를 실질적으로 견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 조직 운영 시스템, 문화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수팀은 “미래형 그린 에너지와 소재 사업의 경우 글로벌 협력이 그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SK이노베이션 R&D가 갖고 있는 R&BD 역량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미국 첨단기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한 것은 이미 그 역할을 시작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R&D거점 확보는 1989년 미 동부에 바이오 사업을 위해 설치한 이래 두 번째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2021년부터 기술혁신연구원을 환경과학기술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SK이노베이션 계열 연구인력을 대폭 확충해 2016년 말 대비 3배 수준인 약 1800명을 확보하고 있다.

환경과학기술원의 기술전략그룹을 전사 포트폴리오 부문 조직과 연결하는 조직을 구성함으로써 전사적인 신규사업 개발역량을 확충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 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교수팀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 40년의 R&D 경영 통해 차별적 우위를 확보하고 성장해 온 것을 넘어 새로운 40년은 고유의 새로운 정체성을 창출하며 미래 기업가치를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날 컨퍼런스에 자리를 함께한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은 “이번 프로젝트 결과로 R&D경영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가 계속 커져 왔음이 확인됐다"며 "혁신적 R&D 추진 및 지속적인 제도/시스템/문화 혁신을 통해 ‘올 타임 넷 제로’를 완성하면서 그린 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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