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송현동 부지 교환계약 체결 중단 촉구
"공시지가 수준으로 사들여 시민 자산으로 활용해야"
대한항공 2900억에 매입..공시가로 팔아도 800억 차익

[포쓰저널]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서울시에 가칭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설 예정인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일대 부지의 5580억원이라는 높은 매입가의 산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과 제 3자 교환 계약 체결 중단을 촉구했다.
기증관 건립의 졸속 추진도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24일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를 시유지인 구 서울의료원(남측) 부지와 맞교환하는 3자 교환 방식의 매매·교환계약을 대한항공, LH공사와 체결했다. 송현동 부지의 매매가는 558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경실련은 이에 대해 “대한항공이 이 땅을 사들인 매입가는 2900억원이었다”며 “서울시가 거의 2배가 되는 5580억원이라는 터무니없이 높은 매매가로 송현동 부지를 부동산투기의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며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송현동 48-9 일대에 위치한 송현동 부지는 면적 3만7141㎡로 부지가격은 2021년 1월 공시지가 기준 3762억원(1013만원/㎡)이다.
대한항공이 사들인 매입가는 2900억원이고 현재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3700억원이다. 공시지가로 매입해도 대한항공은 800억원의 시세차액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경실련은 “대한항공이 본연의 업무와도 상관없는 송현동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면 이는 응당 비업무용토지로 간주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서울시가 재벌이 원하는 제값을 다 쳐주는 것은 시민의 혈세로 재벌의 불로소득을 보장해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송현동 부지는 1945년 해방 이후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수십년간 활용돼 왔다.
이후 미 대사관 직원 숙소가 이전되며 국방부가 1997년 삼성생명에 1400억원에 매각했다. 개발이 지연되며 2008년 삼성은 다시 대한항공에 2900억원에 매각했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에 개발을 추진하다 서울시민의 비난에 부딪혀 2015년 개발 계획이 무산됐다.
송현동 부지는 주변에 경복궁 등 문화재와 학교 등이 위치해 있는 1종 일반주거지역이다. 법 제도상 고도 제한이 있고 학교정화구역으로 애초에 개발이 불가능한 토지다.
경실련은 “지난해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에 대해 4600억원이라는 매입가를 제시했지만 대한항공 측이 이에 만족을 못 하고 경쟁입찰을 붙여 1천억이나 더 받아내는 이기적인 행태를 보였다”며 “LH 역시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된 판단 근거, 부지의 매입가에 대한 판단 근거와 법적 근거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H가 서울시와 맞교환 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171-1번지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는 면적은 1만7752.1㎡ 크기로 송현동 부지(3만7141㎡)에 비해 절반 정도지만 공시지가는 ㎡당 2774만원으로 2.5배 비싸다.
경실련은 “LH가 이렇게 높은 가격으로 부지를 매수하면 그 부담은 공공주택의 가격을 높이거나 다른 데서 벌어들인 이익을 재벌에게 돌려주는 것이 된다”며 “결국 서울시와 재벌간의 거래로 보여질 것을 LH가 공공주택 부지를 확보하는 것으로 포장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또 이건희 기증관이 절차도 명분도 없는 방식으로 건립이 강행되고 있다며 기증관 건립 중단을 촉구했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에 가칭 이건희 기증관을 포함한 복합·문화·관광 거점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 이건희 기증관을 포함해 이 일대에 대한 통합국제설계공모를 추진한 후 2024년 하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