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직 유지하며 삼성전자 업무 지휘 공식 인정해줘
"피해 회사 업무배제 특경법 취지에 정면 배치" 지적도

[포쓰저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업제한과 관련해 "현재 상태로 경영에 참여하는 건 취업제한의 범위 내에 있다"고 18일 밝혔다.
정부가 사실상 기존 삼성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에 대한 경영 참여를 공식 승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그동안 이 부회장이 무보수, 비상근인 만큼 '취업'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는데, 정부가 이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횡령범 등을 관련 회사의 업무에서 배제하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관한법률의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부회장의 무보수·비상근·미등기 임원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취업 여부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이 부회장이 현재 신분을 유지하는 이상 취업제한 위반은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박 장관은 이 회장의 취업제한 해제에 대해서는 "고려한 바 없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가석방에 반영된 국민의 법감정은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듯 백신 문제, 반도체 문제에 대한 기대라고 볼 수 있다"며 ”현재의 가석방과 취업제한 상태로도 국민적인 법감정에 부응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포함돼 수감 207일만인 13일 출소했다.
이 부회장은 관련법에 따라 가석방 기간에 보호관찰을 받음과 동시에 취업제한이 적용되고 있다.
특경법은 5억원 이상 횡령·배임·사기·공갈범의 경우 형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대로 하면 이 부회장은 앞으로도 6년 가량은 횡령 피해기업인 삼성전자에 취업할 수 없다.
법무부장관의 취업승인을 받으면 예외적으로 취업이 가능한데, 이 부회장은 이런 절차를 밟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무보수, 미등기 임원 신분이기 때문에 취업제한 상태로도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경법의 입법취지를 몰각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 법의 취업제한은 사적인 이유로 회사에 피해를 끼친 자를 일정 기간 경영에서 배제해 범죄자에게는 반성의 시간을 갖게하고 회사에는 시스템을 정상화할 기회를 주는 것을 본질로 한다"며 "급여를 받지 않고 상근을 하지 않지만 업무에 관여한다면 이런 취업제한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