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사 "휴대전화 보다가 변침 시점 놓쳤다"
조타수도 직무 태만 정황… 자동항법장치 전환 안 해
해경, “중과실 명백” 구속영장 검토
선장도 입건… “협수로 구간은 직접 지휘해야”
267명 탑승한 대형 카페리, 무인도에 절반 걸쳐 좌초

2025년 19일 오후 8시 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면 장산도 인근 해상에서 267명이 탄 여객선이 좌초됐다. 해경은 경비정을 급파해 승객들을 목포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
2025년 19일 오후 8시 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면 장산도 인근 해상에서 267명이 탄 여객선이 좌초됐다. 해경은 경비정을 급파해 승객들을 목포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

[포쓰저널] 267명을 태운 대형 카페리 여객선이 전남 신안 해역 무인도에 좌초한 사고와 관련해 해경이 일등항해사와 조타수를 긴급체포하며 본격적인 형사 수사에 착수했다.

 사고 원인은 일등항해사의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변침 시점 지각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목포해양경찰서는 20일 퀸제누비아2호의 일등항해사 ㄱ씨(40대)와 조타수 ㄴ씨(인도네시아 국적·40대)를 중과실치상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두 사람이 사고 발생 당시 정상적인 항해 의무를 다하지 않아 다수 승객을 다치게 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해경 조사 결과, 여객선은 사고지점인 죽도에서 약 1,600m 전방에서 변침을 해야 했으나, ㄱ씨는 이를 놓친 채 항해를 지속했다. 

ㄱ씨는 최초 진술에서 “조타기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진술에서 결국 “휴대전화로 뉴스를 검색하느라 조타 시점을 놓쳤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이 구간이 협수로(좁은 수역)로, 자동항법장치를 반드시 수동으로 전환해 조타해야 하는 위험 구간임에도 ㄱ씨가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당시 선박은 시속 40~45㎞(약 22노트)로 항해 중이었으며, 변침 지점을 지나 약 2~3분 후 무인도에 충돌했다.

해경 관계자는 “선박이 자력으로 귀항한 점 등을 고려하면 조타기 결함 등 선체 이상 가능성은 낮다”며 “일등항해사의 주의 의무 위반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은 조타수 B씨 역시 항해 보조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변침이 필요한 협수로 구간임에도 자동항법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다.

해경은 통역사를 통해 B씨의 진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항해사·조타수의 휴대전화 2대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실시해 사고 직전 어떤 활동을 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또한 두 사람이 사고 후 서로 진술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검토 중이다.

해경은 당시 항해를 총괄해야 할 60대 선장 C씨도 형사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사고 시점에 C씨는 “근무 시간이 아니었다”며 조타실이 아닌 다른 구역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해경은 협수로와 같이 사고 위험이 높은 구간에서는 선장이 직접 조타실에서 지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C씨의 위치와 업무 수행 여부를 상세히 조사하고 있다.

퀸제누비아2호는 전날(19일) 오후 4시 45분 제주를 출발해 목포로 향하던 중,
오후 8시 16분께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 ‘족도(죽도)’에 선체 절반이 걸칠 정도로 좌초했다.

당시 승객 246명·승무원 21명 등 267명이 타고 있었으며, 좌초 순간 충격으로 30명이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중상자는 없었다.

여객선은 사고 발생 약 9시간 27분 후, 이날 오전 5시 44분경 목포 삼학부두에 자력 입항했다. 승객들은 해경 구조정 등으로 전원 안전하게 탈출했으나, 대부분의 승객이 차량이나 화물을 배에 둔 채 내릴 수밖에 없어 선사 측이 제공한 숙소에서 밤을 보냈다.

목포해경은 20일부터 퀸제누비아2호에 대한 선체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선체 내·외부 폐쇄회로텔레비젼(CCTV), 항해기록저장장치(VDR) 등을 확보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조타 기록을 분석하고 있다.

사고 선박은 향후 인근 조선소로 이동해 안전 점검 및 보수 작업을 받을 예정이다. 선사 씨월드고속훼리는 “사고 수습과 안전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며 이날 정기 운항을 전면 결항했다.

사고 직후 선사는 오전부터 승객들에게 소지품·차량 등을 반환했고,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승객들이 하나씩 차량과 화물을 찾아갔다.

씨월드고속훼리 관계자는 “승객 및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수습 과정에서 불편을 최소화하고, 사고 원인에 대한 해경의 조사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해경은 현재까지 확보된 진술·자료 등을 종합할 때 이번 사고는 주요 항해 인력들의 부주의로 인한 중대한 인적 과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해경은 항해기록 분석, 휴대전화 포렌식, 선체 조타기 작동 여부 감식, 선장의 지휘 의무 위반 여부 등을 종합해 조타 관련 인원들의 책임 범위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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