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후 실적·주가 급상승
주주환원율 50% 이상, 승계 포기..밸류업 대표주자 부각
2023~24년 배당금 3600억 수령..세금은 한푼도 안내
'감액배당'으로 법적 허점 이용..정부, 관련 법 개정 추진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연합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연합

 

[포쓰저널] 한때 한국 증시 밸류업의 대표 주자였던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67) 회장이 최근들어선 건전한 배당 문화를 저해하는 '변칙 왕'으로 지목돼 정치권의 눈총을 받고 있다.

50%가 넘는 지분율로 수천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기면서도 법적 허점을 이용해 세금은 한푼도 내지 않은 것이 드러난 영향이다.

이재명 정부가 한국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법 개정에 이어 추진 중인 배당 확대 정책에도 조 회장 사례는 가장 큰 정서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및 25% 배당세율 등이 가뜩이나 '부자 감세' 논란에 시달리는데 조 회장 사례는 반대 주장에 기름을 끼얹는 구실을 하고 있다.
  
2002년 부친인 조중훈 회장 사망으로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한 조 회장은 2011년 메리츠화재를 인적분할해 메리츠금융지주를 설립한 뒤 메리츠화재 지분을 늘려가다 2023년 3월 메리츠증권까지 흡수하고 자회사들은 모두 상장폐지했다.

당시 대기업 그룹에서 횡행한 분할상장, 중복상장과는 거꾸로 가는 행보에다 주주환원율 50% 이상이라는, 당시로선 보기 드문 밸류업 공약까지 내걸었다. 

여기에 조 회장이 이미 2019년 사내간담회에서 2세 승계를 포기 선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메리츠금융지주는 한국 증시에서 극히 희귀한 메리트를 가진 종목으로 부상했다.

시장에서는 "오너가 승계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주가 희석과 지배구조 편법 개입 우려가 줄어든다"며 메리츠를 대표적인 ‘주주친화 기업’으로 평가했다.

메리츠금융 주가는 치솟기 시작했다. 2022년 말 조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식화하기 직전 2만~3만원대에 머물던 메리츠금융 주가는 이후 급등세를 지속해 올 8월에는 13만대까지 올랐다. 조 회장의 지분 가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제치고 국내 1등에 오르기도 했다.

실적도 급상승 커브를 그렸다. 메리츠금융 연간 순이익은 2022년1조605억원에서 화재와 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 첫해인  2023년 2조417억원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다시 2조3061억원으로 신장했다.

조 회장의 배당금 규모도 급증했다. 조 회장은 2023년 배당금으로 2307억 원, 2024년 1320억 원을 수령했다. 지배구조 개편 2년만에 3600억원의 거금을 배당금으로 챙긴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2023년과 2024년 조 회장이 받은 배당금이 일반적인 이익 배당금이 아니라  '감액배당금'이라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것이다.

감액배당은 이익잉여금이 아니라 자본준비금을 줄여 배당하는 만큼  자본거래로 분류돼 개인 주주의 경우 배당소득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이익잉여금 배당은 세금을 내야 하고 특히 대주주인 경우 고세율이 적용돼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토해내야 한다.

삼성 이재용 회장의 경우 2023년 3244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으나 소득세 때문에 실수령액은 1785억 원이었다. 2024년에도 배당금 3464억 원 가운데 1750억 원을 세금으로 냈다.

조 회장 사례를 목격하면서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에서는 감액배당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25년 정기 주주총회를 거치며 국내 상장사 전체 감액배당 목적 자본준비금 감액 규모는 11조4416억원에 이르러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감액배당이 ‘주주환원 수단’으로 제도화되는 동시에, ‘대주주 세금 최소화 기술’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7월 감액배당에도 일반 배당과 동일하게 과세하도록 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차​ 의원은 “유사한 배당소득에 누구는 수천억 원을 내고, 누구는 한 푼도 내지 않는 구조는 명백히 형평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도 2025년 세법 개정안의 하나로 대주주의 경우 감액배당금에 대해 과세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차 의원 법안이 대주주 여부와 무관하게 감액배당 전체에 일률 과세하도록 설계돼 있는 데 비해 정부안은 과세 대상을 대주주에 한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감액배당 구조를 보완할 법 개정 논의는 배당소득세 분리과세와 함께 이번 정기 국회 세제심의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다뤄질 전망이다. 

 

메리츠금융지주 연간 실적 추이.
메리츠금융지주 연간 실적 추이.

 

조정호 프로필

 * 출생: 1958년 10월 5일 
 * 출생지: 인천광역시
 * 미국 보스턴 대처(THACHER) 고등학교 졸업
 *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경영학 석사(MBA)
 * 아버지: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 어머니: 김정일
 * 형제: 조양호(사망), 조남호, 조수호(사망)
 * 배우자: 구명진 (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차녀)
 * 자녀: 1남 2녀 (조원기, 조효재, 조효리)

 * 주식 보유 현황:  메리츠금융지주 보통주 9774만7034주(지분율 55.78%), 시가 11조2605억원(2025년 11월9일 기준) 

메리츠금융지주 주가 추이(월봉)./그래프=네이버페이증권
메리츠금융지주 주가 추이(월봉)./그래프=네이버페이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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