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 시세조종' 1심 배재현 등 모두 무죄
재판부 "시세고정 목적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워"
"검찰, 이준호 허위진술 근거로 진실 왜곡"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025년 10월 2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공판 후 소회를 밝히고 있다./사진=박소연 기자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025년 10월 2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공판 후 소회를 밝히고 있다./사진=박소연 기자

[포쓰저널=박소연 기자] 검찰의 징역 15년 구형과 '시세조종범' 낙인으로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에 빠졌던 카카오 김범수(59)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1심의 무죄 판결로 일단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AI) 대전환기를 맞아 '오너 리스크'로 발목이 잡힐 뻔한 카카오그룹도 다시 전략적 행보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김  센터장은 21일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 조종 혐의 1심 무죄 판결과 관련해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 조작과 시세 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이날 선고후 기자들과 만나 “오랜 시간 꼼꼼히 잘 챙겨봐 주시고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해 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21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센터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전 카카오 투자실장 등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주식회사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의 경우  펀드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지 대표도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은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에스엠에 대한 시세조종을 위해 공모했다는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사실상 유일한 증거이지만 허위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씨가 수사기관 의도에 부합하는 진술을 해서 수사로부터 벗어나고자 한 동기나 이유가 충분하다"며 "검사가 내세운 이씨의 진술은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 증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카카오측에서 에스엠 경영권 인수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은밀한 경영권 인수가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카카오에서 에스엠 인수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하지만 카카오에서 고려는 했지만 인수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은밀한 경영권 인수가 진행됐다고 하지만 객관적 사실 관계에 비춰 이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카카오의 에스엠 주식 매수 주문 등과 관련해 "시세조종성 주문과는 차이가 있다"며 "시세고정 목적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준호 전 부문장을 언급하며 "이씨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고 일부는 구속도 안 됐을 것"이라며  "이씨는 허위 진술을 했고 그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건과 별다른 관련성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하는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며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 (별건 수사는) 지양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그간 카카오는 시세조종을 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왔다“며 ”1심 무죄 선고로 그러한 오해가 부적절했음이 확인된 것이라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 임직원 누구도 위법적 행위를 논의하거나 도모한 바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 드린다“고 설명했다.
 
또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카카오 그룹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은 뼈아프다”며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항소 가능성은 남아 있으나 이번 무죄 판결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는 일단 해소되게 됐다. 

김 센터장은 2023년 2월 16~17일, 27~28일 하이브의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총 2400억원을 투입해 553회에 걸쳐 에스엠 주식을 매수해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인 12만원 이상으로 끌어 올려 고정시킨 혐의를 받는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7월 검찰에 구속돼 8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해 10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김 센터장은 구속 수감 중 방광암 초기 진단을 받았으며,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올해 3월 카카오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CA 협의체’ 공동의장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그룹의 미래 전략을 총괄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직은 계속 맡고 있다.

검찰은 8월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김 센터장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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