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에 사용된 불법 초소형 기지국 장비도 실물 확보
구체적 범행 수법은 미궁..추가 공범 존재 여부 수사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025년 9월17일 KT 소액결제 사건의 용의자로  중국교포 두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검거 장면.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025년 9월17일 KT 소액결제 사건의 용의자로  중국교포 두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검거 장면.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포쓰저널=장성열 기자] KT 휴대전화 무단 소액결제 사건의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히면서 그간 미궁에 빠졌던 범행 경위 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범행에 사용된 불법 초소형 기지국 장비 실물까지 확보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꾸린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침해) 및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로 중국 국적 ㄱ(48)씨를 검거하고, 컴퓨터등사용사기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같은 국적 ㄴ(44)씨를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불법 소형 기지국 장비를 승합차에 싣고 다니며 경기도 광명과 서울 금천 등 특정 지역 KT 이용자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모바일 상품권 구매, 교통카드 충전 등 소액결제를 한 혐의를 받는다.

ㄴ씨는 이렇게 결제된 건을 현금화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6일 오후 2시3분쯤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에서 입국한 ㄱ씨를, 같은 날 오후 2시53분쯤 서울 영등포구에서 ㄴ씨를 각각 붙잡았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은 ㄱ씨가 사용한 불법 소형 기지국 장비도 확보했다. 이 장비는 통신 설비와 안테나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ㄱ씨가 이를 이용해 피해자 명의 휴대전화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탈취하고 소액결제까지 진행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재 ㄱ씨가 차량에 장비를 싣고 단독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추가 공범 존재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두 사람은 모두 중국 국적의 조선족으로 합법 체류 중이며, 통신 관련 경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7~31일 광명시 소하동 일대 KT 이용자들의 휴대전화에서 피해자 모르게 수십만원씩 결제된 사례가 접수되며 불거졌다.

이후 부천, 과천, 서울 금천, 인천 부평 등에서도 유사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경찰이 유사성을 확인한 피해는 12일 기준 199건(피해액 1억2600만원)이며, KT 자체 집계는 278건(1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경찰은 기초 조사를 마치는 대로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9일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기술적 배경 파악에 착수했으나, 피해자가 어떤 경로로 불법 기지국에 접속했는지, 범인이 소액결제 과정에서 인증 절차를 어떻게 통과했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이번에 용의자들이 사용한 장비와 현금화 수법이 확보되면서 구체적 범행 방식이 드러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해커들이 피해자 개인정보를 다크웹 등에서 미리 확보해 결제에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조사단은 경찰과 공조해 확보한 장비 분석을 통해 정보 탈취 과정과 결제가 가능했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검거된 용의자들이 통신사 근무 이력 없이 일용직 신분이라는 점에서, 범행을 기획한 배후 세력이 따로 있을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는다.

조사단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KT뿐 아니라 다른 통신사의 보안 체계에도 유사한 취약점이 없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이동통신 3사는 현재 신규 초소형 기지국의 통신망 접속을 차단해 추가 피해를 막고 있지만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편의성을 중시해온 소액결제 제도의 구조적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과기정통부는 휴대전화 본인인증에 2차 인증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통신과금서비스 운영에 관한 고시’ 개정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는 기존 이름·생년월일·성별 입력과 ARS·SMS·PASS 인증 외에 비밀번호나 생체정보 등을 추가로 요구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규제·제도 개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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