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 /여천NCC 누리집
여천NCC . /여천NCC 누리집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부도 위기에 놓인 여천NCC에 DL그룹이 1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동 대주주 한화그룹이 지원하기로 한 것과 같은 규모다.

DL은 14일 자회사 DL케미칼이 이사회를 열고 여천NCC에 1500억원을 대여하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DL케미칼의 지난해 말 자기자본(1조7691억1050만2421원) 대비 8.48% 규모다.

대여 기간은 20일부터로, 이율은 4.6%다. 해당 자금은 회사 운영 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앞서 DL케미칼은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2000억원 유상증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DL그룹 지주회사인 ㈜DL도 같은 날 이사회에서 DL케미칼 주식 82만3086주를 1777억9233만7602원에 추가 취득하는 유상증자 안건을 승인했다.

여천NCC는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점유율 14%) 사업자로,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50%씩 지분을 출자해 1999년 설립됐다.

그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여천NCC와 장기계약을 맺고 기초 유분을 안정적으로 조달해 왔다.

하지만 중국산 저가 공세, 국제 유가 변동, 수요 부진, 세금 추징 등이 겹치면서 재무 부담이 급격히 커졌고, 최근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올해 3월 한화와 DL은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원을 여천NCC에 긴급 수혈했다.

2분기에도 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여천NCC는 최근 한화와 DL에 3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재차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공방을 반복했다.

한화는 DL의 모호한 태도가 시장 혼란을 가중한다며 15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즉각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화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DL의 모호한 태도에 따른 여론전이 이어지면서 여천NCC 임직원과 협력업체, 거래처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96%의 과세 원인이 DL 측에 있음에도 대승적 차원에서 동일 금액을 자금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L은 정확한 경영 진단이 우선이라며 한화가 언론 공방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DL은 “원인 분석 없이 무작정 자금 지원을 반복하는 한화의 태도는 모럴 해저드이자 주주와 시장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한화가 자사 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하며, 여천NCC 원료 공급 계약 협상에서 가격 하한 없는 조건을 고집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