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합병효과로 첫 흑자..삼성SDI 적자폭 축소
하반기 실적 변수는 '트럼프 정책'과 '현지화 정도'

국내 배터리 3사 CI./사진=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3사 CI./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배터리 3사의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세액공제 효과와 원가 혁신에 힘입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SK온은 북미 공장 가동률 확대를 바탕으로 적자 폭을 줄였다.

반면 삼성SDI는 주요 고객사 수요 부진과 관세 부담 등 복합 요인으로 ‘어닝쇼크’ 수준의 부진을 겪었다.

31일 각 사 공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11조8304억원, 영업이익 8668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매출 5조5654억원, 영업이익 4922억원을 올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4908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이를 제외한 실질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6개 분기 만에 보조금 제외 기준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EV(전기차) 수요 정체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북미 미시간 공장의 LFP(리튬인산철) 기반 ESS(에너지저장장치) 롱셀 양산 본격화와 중국 체리기차와의 46시리즈 배터리 수주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실적 방어에 주효했다.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매출 40조4532억원, 영업손실 4622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배터리 사업 매출은 2조1077억원, 영업손실은 664억원으로 적자 폭이 축소됐다.

SK온 자체로는 통합법인 출범 이후 첫 흑자(609억원)를 달성했으며, AMPC 수령액도 분기 기준 최대치인 273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EV 모델 판매 증가에 따른 북미 공장 가동률 상승이 수익성 개선의 주된 요인이다.

반면, 삼성SDI는 상반기 매출 6조3562억원, 영업손실 8319억원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2분기 배터리 부문 영업손실은 4308억원으로, EV용 중대형 전지 수요 정체와 북미 ESS 수출 시 발생한 관세 부담으로 적자 전환했다.

특히 BMW, 아우디, 스텔란티스 등 주요 고객사의 판매 부진과 유럽 중심의 생산 구조로 인해 실적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하이엔드급 전기차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단기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홀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해 1~5월 글로벌 EV 배터리 사용량은 13.1GWh로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14.3%, 18.1% 증가했다.

◇ "하반기 실적 개선 변수는 정책 변화와 현지 생산 역량"

하반기에는 3사 모두 실적 개선 여지를 모색하고 있다. 핵심 변수는 북미를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정책 변화와 이에 대응한 현지 생산 역량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실적설명회에서 ‘하반기 사업 환경 및 전략’을 공유하며, 북미 관세 강화와 새로운 감세법안인 OBBBA(대규모 감세법안)를 주요 정책 변화로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 국가 대상 10% 보편관세 및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특히 중국산 배터리(EV용 73%·ESS용 41%)에 고관세를 적용하며 대중국 견제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조기 종료 우려가 있었던 AMPC는 2032년까지 연장됐고, ESS 관련 투자세액공제(ITC)도 2035년 내 착공 시 적용되도록 유지됐다.

PFE(금지외국단체) 조항도 신설됐다. PFE 기업은 미국 내 배터리 시설 투자 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으며, 이 외 생산자들도 PFE산 원재료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 이에 따라 중국 등 PFE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ESS 수요에 대응해 연내 17GWh, 2026년 말까지 30GWh 이상의 북미 생산 능력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폴란드 공장을 통해 중저가 EV용 LFP, Mid-Ni 등 양산을 확대한다. 신규 기술 개발도 지속한다. EV용 LFP에 신규 공법과 건식전극 공정을 적용하고, 차세대 케미스트리 LMR은 2028년부터 주요 고객사의 EV에 적용될 예정이다.

SK온은 미국 내 관세 및 정책 불확실성으로 보수적 재고운용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확보한 북미 제조 기반을 바탕으로 운영 효율화를 추진한다.

유럽 시장에서는 주요 고객사의 수요 증가에 발맞춰 생산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수익성 방어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미국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SPE의 생산 안정화와 각형 LFP 배터리 등 보급형 제품 확대를 통해 EV용 배터리 수요 변동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SS 부문은 연내 북미 현지 양산체제를 가동하고, UPS 및 데이터센터용 고출력 수요 확대에 주력한다. 소형전지 부문에서도 고출력 BBU 및 신규 탭리스 원통형 배터리 등 신제품으로 수익 확대를 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배터리 기업들의 수익성은 북미 대응 전략과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 속도에 따라 갈릴 것"며 "IRA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현지 생산 역량, LFP로의 제품 전환 등에 따라 하반기 실적 반등의 편차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분기 실적 추이.
LG에너지솔루션 분기 실적 추이.
SK이노베이션 분기 실적 추이.
SK이노베이션 분기 실적 추이.
삼성SDI 분기 실적 추이.
삼성SDI 분기 실적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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