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통행세 기업 거래구조 모방해 설립.. 총수일가 3세 부당이득 챙겨"
LS "사업 필요성에 의해 탄생... 구자은 회장은 관여 안해"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LS그룹 '통행세 계열사' 재판 첫 공판에서 총수일가가 부당이득을 챙긴 통로 역할을 한 LS글로벌의 설립과정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LS그룹이 스스로 다른 통행세 기업인 대한전선의 삼양금속을 모방해 LS글로벌을 만들고, 총수일가 2세와 3세들에게 부당한 이득을 줬다고 지적했다.
LS그룹은 LS글로벌은 총수일가가 아닌 그룹내 전문 상사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설립된 기업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1일 구자은 LS그룹 회장과 구자엽 LS전선 회장·도석구 LSMnM 대표·명노현 전 LS 대표·박모 LS전선 부장 등 6명과 LS· LS전선·LS MnM 등 3개 법인에 대한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사건의 1회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LS글로벌 설립과정에 관여한 이광우 전 LS 부회장(현 LS그룹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구 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 전 부회장에게 LS그룹 회장단과 주요 임원들이 참석하는 '금요간담회'가 승인을 위한 자리가 아닌, 결정된 일에 대해 보고된 자리라는 취지로 질문했고 이 전 부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부회장은 LS글로벌은 LS그룹 내에서 전기동 전문상사가 필요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세워진 회사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금요간담회는 단순한 보고회가 아닌 LS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반박했다.
2013년 12월 작성된 LS그룹 내부 문서에 따르면 금요간담회 안건 상정 기준으로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한 승인, 주요 인사, 자회사 합병·창설 등이 기재돼있다.
이 전 부회장은 문서 표현으로만 승인 등의 단어가 있을 뿐 실제로는 주요안건에 대한 승인이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전 부회장은 "표현상으로 승인으로 되어 있다"며 "실무자 차원에서 무심코 해당 용어를 정한 것이 아닌가"라며 꼬리자르기 식으로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회장은 LS글로벌 설립에는 구자은 회장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구 회장은 LS글로벌이 설립될 당시 중국 상해와 베이징에서 2년씩 해외근무를 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LS그룹이 LS글로벌을 설립할 때 경쟁업체의 통행세 기업인 삼영금속의 사례를 참고해 거래구조까지 그대로 베꼈다고 지적했다.
LS그룹이 작성한 LS글로벌 거래구조도를 보면 가장 오른쪽에 Value Shift(가치 이전)이라는 항목 아래에 'LS전선-> New Co(새로운 회사, LS글로벌)'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다.
LS글로벌 거래구조에 대해 검찰은 "수입 전기동 거래를 통해 LS전선이 가져갔어야할 이익이 새 회사인 LS글로벌로 가고 있음을 LS그룹은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검찰은 "이 사건 문제되는 LS글로벌은 대한전선의 삼양금속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수입 전기동 거래의 대행마진수수료 모델, 계열사로부터 인력을 지원받는 것까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삼양금속 모델을 토대로 상속을 목적으로 총수일가 3세들로 이뤄진 LS글로벌을 만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삼양금속과 LS글로벌의 거래모델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달라고 질문했다.
이 전 부회장은 LS글로벌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만들어졌다며 삼양금속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은 금요간담회에서 승인된 LS글로벌이 실제 보고서 계획대로 2004년 설립됐고, 최초 주가총액 1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49%의 주식을 취득한 총수일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부회장은 "결과적으로는 그렇지만 당시에 (LS글로벌) 주식 가격 산정의 공정성을 위해 굉장히 고심했다. 여러군데에 가격산정을 맡겼다"고 해명했다.
검찰이 이날 증거로 제시한 LS글로벌 초기 주주명단을 보면 구본웅·구은희(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녀)·구본혁·구원희·구동희·구희나·구소희·구혜원·구은정·구지희·구자은·구재희 등구씨가 대거 나온다.
검찰은 이들 대부분이 LS 총수일가 3세며, 이들은 LS글로벌 주식을 처분한 돈으로 LS그룹 지주사인 (주)LS 지분을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8일 오후 2시 다음 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사건은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LS니꼬동제련·LS·LS글로벌·LS전선 등 LS 계열사들이 10년 넘게 총수 일가 지배력이 높은 LS글로벌(엘에스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에 이른바 '통행세'를 몰아줬다는 이유로 259억6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경영진과 법인을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통행세는 거래 과정에 실질적 역할이 없는 특정 계열사를 중간에 끼워 이 회사에 중간 수수료를 주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같은 통행세 관행은 재벌일가들이 내부 계열사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이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관련 행정소송에서는 LS 측이 사실상 승소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공정위가 LS그룹 4개 계열사에 부과한 과징금 259억6100만원 중 189억원2200만원을 취소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현재 전기동 가격을 재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징금을 재산정하고 있다.
LS글로벌은 현재는 ㈜LS의 100% 자회사다. 구자은 회장 등 LS그룹 총 수일가는 LS 지분 32.15%를 보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