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간병의 첫걸음은 스트레스 관리부터

필자의 아버지는 알츠하이머 환자다. 사진은 2024년 12월 실종됐을 당시 CCTV에 찍힌 모습. 사진제공=경찰청.
필자의 아버지는 알츠하이머 환자다. 사진은 2024년 12월 실종됐을 당시 CCTV에 찍힌 모습. 사진제공=경찰청.

 

5-6년 쯤 전 어느날이었다. 그날 저녁 술 약속이 있었다. 어찌나 지독하게 마셨는지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런데 새벽 12시에서 1시 사이. 현관문 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나갔다. 그리고 집을 나가는 아버지를 붙들어 맸다. 

그날 저녁 내가 잠결에 현관문 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나의 아버지는 영영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만취한 상황에서 희미한 문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나는 일이 가능할까?

미국에서 판매되는 유명한 치매관련 서적의 제목이 36시간이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36시간이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제목이다. 

그만큼 치매 환자 가족은 하루도 단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그 후유증으로 수면장애 증상을 종종 겪는다. 

이런 고통은 나만 겪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 또한 마찬가지다. 치매 환자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가혹한 삶이다. 그래서 우리는 치매 환자를 돌보던 보호자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곤 한다.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암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봤을 때, 전혀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치매 환자 가족이 얼마나 암에 많이 걸리는지 조사하지 않은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의 게으름을 탓해야 할 게다. 

긴 세월 아버지 간병에 지친 어머니께서 암에 걸렸다는 사실은 또 다른 치매 환자 가족들이 잠재적 암 환자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다른 암환자가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스트레스가 암에 있어 얼마나 위험한 요소인지 알려주는 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암 발생을 늦추는 방법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더불어 치매 환자 가족들이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스템과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어머니는 위암 4기 진단을 받았으나 실질적으로는 말기암 환자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어머니께서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는 것. 죽 같은 유동식이 아니라 밥을 드실 수 있을만큼 회복되었다는 것. 병원 침상에 누워 병원 건물 천정만 바라보는 삶이 아니라, 집에서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는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이런 ‘기적’이 가능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오랜 시간 치매 증상을 겪는 아버지를 간병해왔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치매와 관련한 많은 자료들을 수집해왔는데, 뭔가 모를 직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됐다. 치매 관련 키워드를 입력하면 항상 암에 대한 자료들이 같이 딸려왔기 때문이다. 

염증과 활성산소. 염증과 활성산소가 치매를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요인일 뿐 아니라, 암을 일으키고 암을 악화시키는 요소였다는 사실을 일찍 알게 되었기에 급박한 상황에서도 빠른 대처가 가능했던 것이다. 

‘아프면 병원에 가면 돼’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병원이, 의사가, 국가가 해주는 것은 1%도 안된다. 나머지 99%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 해법을 찾고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환자도 보호자도 견딜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암이 생겨나는 원인과 암이 사라지는 이유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아무런 기본지식 없이 나의 건강을 의사에게만 맡겨 놓으면 ‘러시안 룰렛’ 게임이 되어 버린다. 죽거나 혹은 살거나. 

하지만 기본 원리를 터득하면 고비고비마다 대응책 마련이 가능해진다. 물론 급박한 상황에서 눈밭을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내가 만든 발자국만 밟으며 오면 된다. 첫발을 내딛는 것만 어려울 뿐이다. 첫발을 내딛고 나면 그 다음은 수많은 것들이 저절로 된다. 

잊지 말자. 아는 것이 힘이다. 의사는 건강전문가가 아니다. 의사는 질병에 대한 약물 전문가일 뿐이다. 병을 치료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여러분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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