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자원연구원 '국내 리튬 유망 광상 탐사 결과' 발표
12개 지역 탐사…울진·단양서 유의미한 품위 확인
"금강송 보호지역·민간소유…실제 개발까지는 난항"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이차전지 배터리에 핵심 원료인 리튬이 한국에도 매장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은 '하얀 석유'라 불리며 가치가 급등하는 추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국내 리튬 유망 광상 탐사 결과 발표회’를 열고 12개 국내 리튬 유망 광상 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지난 4년 동안 국내 12개 리튬 유망 광상을 조사 및 탐사한 결과를 이날 정리해서 발표했다. 광상은 유용광물이 모여 있어 채굴 대상이 되는 지역을 말한다.
연구원 조사 결과 경북 울진의 보암광상과 충북 단양의 광상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리튬 광체가 확인됐다.
리튬은 염분 농도가 높은 내륙 호수인 염호나 암석(페그마타이트), 화산 퇴적물에서 생산된다. 이 중 이번에 확인된 국내 리튬 광상은 암석형이다.
연구원은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알려진 국내 암석형 광상 12개 지역(울진 왕피리, 단양 외중방리·북상리·회산리·고평리, 가평 호명리, 춘천 박암리, 제천 송계리, 서산 대산리, 옥천 사양리, 무주 사산리, 봉화 서벽리)에 대해 2020년부터 리튬 광상에 대한 탐사를 수행했다.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부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 12개 지역을 추려서 야외지질조사, 지화학조사, 지구물리탐사, 3차원 지질 모델링 등 집중적인 조사를 수행했다.
이평구 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은 “울진 보암광상은 과거 일제강점기에 리튬을 개발하기도 한 지역”이라며 “이번 탐사를 통해 기존에 알려진 보암광상 3개 광체 외에 새로운 광체도 찾았다”고 말했다.
울진 보암광상의 페그마타이트 광체는 1억7000만년 전 쥐라기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1945년부터 1963년까지 180톤(t)의 광석이 생산된 기록이 있다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다.
울진 보암광상의 리튬 평균 품위는 산화리튬 기준 0.3∼1.5%로 나타났다. 품위는 광물에 포함된 특정 성분의 비율을 말한다.
충북 단양광상의 페그마타이트 광체 리튬 품위는 0.01∼0.5%로 중국의 리튬 광산 개발을 위한 최저 품위가 산화리튬 기준 0.02%인 점을 고려하면 최저 품위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연구원은 이번 탐사 결과를 국내 광산업체에 제공해 리튬 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울진·단양을 포함한 12개 암석형 광상 모두에 대한 광업권을 국내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데다 울진 보암광상의 경우 금강송 군락지로 보호지역이어서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구원은 보암광상의 경우 시추를 추진했지만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단양광상 역시 미국의 광물 탐사 기업인 코볼드메탈스와 손을 잡은 국내 중소기업이 광업권을 갖고 민간 탐사를 진행 중에 있어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지질자원연구원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연구원 측은 부연했다.
이평구 원장은 “적은 양이라도 국내에서 리튬을 확인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리튬의 글로벌 공급망이 최근 몇 년 동안 중요해졌는데, 국내에 매장된 리튬을 활용해 제련에서 소재화까지 연결하는 산업화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