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리야드 119표, 한국 19표, 로마 17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부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을 비롯한 대표단이 2023년 11월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 결과 부산이 탈락하자 아쉬워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부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을 비롯한 대표단이 2023년 11월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 결과 부산이 탈락하자 아쉬워하고 있다./연합뉴스

 

[포쓰저널]  2030 세계박람회 유치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선정됐다.  

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부산은 29표를 획득, 사우디 119표에 큰 표차로 뒤지며 고배를 마셨다. 3위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얻었고 기권표는 없었다.

한국은 1차에서 사우디가 3분의 2 이상 표를 얻지 못하도록 저지하고 이탈리아를 누른 뒤에 2차 결선 투표에서 사우디에 역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오판이었다.

사우디처럼 종교나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기본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표가 적은데다, 사우디가 '오일머니'를 앞세워 일찌감치 회원국들을 포섭해 뒤집기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인권 탄압 등 사우디에 부정적인 국제사회 여론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사우디보다 엑스포 유치전에 뒤늦게 뛰어든 한국은 당초 열세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부·민간이 함께 힘을 합쳐 회원국을 일일이 접촉해 설득하며 후반부로 갈수록 박빙 판세까지 추격했다는 자체 판단을 해왔다,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박형준 부산시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부산엑스포 유치 위원회를 이끌어온 인사들과 국제적 지명도가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까지 총 5명이 나서 부산의 비전과 가치를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투표 직후 회견에서 "국민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 여러분의 지원과 성원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BIE 회원국 182개국을 다니며 갖게 된 외교적인 새로운 자산을 계속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시민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BIE 실사단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며 한마음으로 노력해왔다"면서 "부산 시민들의 꿈이 무산되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을 지지해준 회원국에 감사를 표하고, 유치과정에서 약속한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치전 과정에서 쌓은 외교 네트워크도 국가 자산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부산시는 이번 투표 결과는 아쉽지만, 부산의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2035년 엑스포 유치에 다시 한번 나서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성공유치 시민 응원전에서 부산의 2030엑스포 유치가 무산되자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성공유치 시민 응원전에서 부산의 2030엑스포 유치가 무산되자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정부와 '원팀'이 돼 세계 곳곳을 발로 뛰며 부산엑스포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여왔던 경제계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유치 과정에서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준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에서 "국민들의 단합된 유치 노력은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며 "각 나라는 소비재부터 첨단기술, 미래 에너지 솔루션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과 파트너십을 희망했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글로벌 인지도 강화, 신시장 개척, 공급망 다변화, 새로운 사업 기회 등 의미 있는 성과도 얻었다"고 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전 국가적 노력과 염원에도 부산엑스포 유치가 좌절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비록 이번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준비 과정에서 정부, 경제계, 국민이 모두 '원팀'이 돼 열정과 노력을 보여줬다"며 "세게 다양한 국가들과의 교류 역시 향후 한국 경제의 신시장 개척에 교두보가 되고, 엑스포 유치를 위한 노력과 경험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리더를 넘어 글로벌 리딩 국가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번 유치 활동은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많은 정상과의 만남을 통해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국가의 위상을 높였다"며 "경영계는 유치 활동에 전념한 값진 경험과 정신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경제주체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를 누비며 부산엑스포 유치에 공을 들여온 재계 총수들도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부산엑스포유치 공동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까지 '1인 3역'을 하며 세계 주요 인사를 대상으로 활발하게 유치 활동을 펼쳤다.

 

지난 6월 4차 경쟁 PT 참석한 재계 총수들./연합뉴스
지난 6월 4차 경쟁 PT 참석한 재계 총수들./연합뉴스

 

최태원 회장과 SK그룹 CEO들이 직접 방문했거나 국내외에서 면담한 나라만 180여개로, 그동안 가진 각국 정상과 BIE 대사 등 고위급 인사와의 개별 면담 횟수는 약 1100회에 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 사장단, 지역 총괄장·법인장 등도 총 50여개국을 상대로 600회 이상의 미팅을 진행하며 교섭 활동을 벌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엑스포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원 활동에 매진했다. 최종 투표가 이뤄지는 파리에서 송호성 기아 사장 등 주요 임원들과 마지막까지 유치 활동에 전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지난주 사업보고회 일정을 일부 조정하고 임원 인사를 앞당겨 보고받은 뒤 파리에서 막판 엑스포 유치전에 함께 하는 등 주요 전략 국가를 대상으로 유치 교섭 활동을 적극 이어왔다.

그룹의 연고지가 부산인 롯데그룹은 지난해 7월부터 일찌감치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TF를 구성해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6월 30개국 대사를 부산으로 초청해 부산을 알렸고 교토 소비재 포럼에도 참석하는 한편, 베트남 정·재계 인사들과도 만났다.

국내 12대 주요 그룹은 지난해 6월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이후 18개월 동안 총 175개국의 정상과 장관 등 고위급 인사 3000여명을 만나 엑스포 유치 활동을 해왔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개최한 회의만 총 1645회로, 이중 절반에는 주요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급이 직접 참여했다.

특히 삼성과 SK, 현대차, LG, 롯데 등 주요 5대 그룹이 전체 교섭 활동의 89.6%를 차지했다.

각 그룹은 국제박람회기구(BIE) 182개 회원국을 비즈니스 연관성 등을 기준으로 나눠 맡아 밀착 마크했다. 

삼성은 네팔과 라오스, 남아프리카공화국·레소토 등을, SK는 아프가니스탄과 아르메니아·리투아니아·몰타 등을 맡았고, 현대차는 페루·칠레·바하마그리스 등을, LG는 케냐와 소말리아·르완다 등을 각각 담당했다. 롯데는 일본·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을 대상으로 유치전을 펼쳤다.

대한상의가 엑스포 유치 활동의 일환으로 개설한 솔루션 플랫폼 '웨이브'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온라인에 지어진 133개 국가관에는 신재생에너지 전환, 친환경 정책 전환, 식수 부족, 식량 위기 등 당면 과제와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 자국민의 공감 등이 공유됐다.

산업연구원은 부산이 2030 엑스포를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른다면 약 6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50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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