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영 의원 "비전문가 정치인 선임…문제 생기면 누가 책임지나"
김동철 취임 직후 사장실서 출퇴근 없는 '숙박 비상경영' 돌입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18일 열린 한국전력공사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된 김동철(69) 사장 선임 안건에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를 거치지 않고 찬성표를 던져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민감한 주총 안건에 대해서는 대부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책위를 거쳐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해왔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실이 국민연금에서 받은 '한국전력공사 사장 임명 관련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4선 의원 출신인 김동철 전 의원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이 올라온 한전 임시주총에서 찬성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6월말 기준으로 한전 지분 6.55%를 가진 주요 주주다.
국민연금은 자체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ESG연구소,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한전 사장 선임안건에 대해 찬성 권고를 받고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주요한 의결권 자문사는 기관투자자들에게 김 전 의원의 한전 사장 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던 터여서 국민연금 수뇌부가 의도적으로 수탁위 절차를 생략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스틴베스트의 경우 한전의 재무 상태가 악화하고 사업 방향이 중요해지는 현시점에서 김 전 의원의 경영 능력을 검증할 정보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과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실무투자기구인 기금운용본부의 내부 투자위원회가 행사한다.
하지만 한전 사장 선임건과 같이 의결권 행사의 찬성 또는 반대 등을 판단하기 곤란하고 논란이 예상되는 주총 안건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의결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수책위에 맡겨왔다. 이같은 관행이 이번 김 사장 선임 과정에서는 깨진 셈이다.
수책위는 2018년 7월 국민연금이 주주권행사의 투명성·독립성 제고를 위해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구성된 조직이다.
수책위는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외부 자문사 등의 반대 의견 을 뿌리치고 합병에 찬성했다가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장과, 홍완선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 등이 사법처리된 후 이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도입됐다.
수책위는 본디 상근 3명, 비상근 위원 6명 등 위원 9명 모두를 가입자(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단체로부터 추천받도록 했는데, 정부는 3월 전문성 강화를 명분으로 수책위 운영 규정을 개정, 비상근위원 6명 중 3명은 전문가 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받도록 변경했다.
최혜영 의원은 “막대한 부채로 어려움에 부닥친 한전 사장에 사실상 비전문가 정치인을 선임하는 데 대해 자문사 간의 찬반이 엇갈린다면 기금운용본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수책위에 넘겨서 판단을 받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기금본부가 또다시 삼성물산 합병 때처럼 수책위에 넘기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동철 사장은 20일 취임과 동시에 자신의 집무실에 ‘워룸'(비상경영 상황실)이라는 이름을 붙인 후 간이침대를 들여 이곳에서 출퇴근 없는 숙박을 시작했다.
한전은 현재 200조원이 넘는 막대한 부채로 심각한 재무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김 사장은 한전 간부들에게 “직면한 절대적 위기를 극복하는 실마리가 보일 때까지 당분간 이번 추석 연휴를 포함한 휴일을 모두 반납하고 24시간 본사를 떠나지 않고 핵심 현안을 챙기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10여일 간 본부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한전의 역할 재정립, 전기요금 정상화, 특단의 추가 자구책 등에 대해 실무진과 토론하며 최대한 속도감 있게 위기 극복 방안을 도출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취임식에서 "한전은 지금 절체절명 위기 앞에서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제게는 한전 사장이 마지막 공직이 될 것이다. 어떤 수고와 노력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제22대 한전 사장으로 취임한 김 사장은 1961년 한전 주식회사 발족 후 62년 만에 탄생한 첫 정치인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김 사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상임위 활동을 제외하면 전공이나 경력에서 전기나 한전과는 별 인연이 없어 일각에서는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전라도 출신인 김 사장은 본래 민주당 옷으로 오랜 기간 정치생활을 하다 지난 대선에서는 국민의힘으로 방향으로 틀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며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다 이번에 한전 사장에 낙점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