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전장 성과 가시화..AI·바이오·클린테크 선순환 구조 구축
자동차 전장부품, ABC 등 미래 분야에 5년간 54조원 투자·육성

[포쓰저널] 구광모(45) LG그룹 회장이 29일로 총수 취임 만 5년을 맞았다.
2018년 5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마흔에 총수가 된 구 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포트폴리를 고도화시키며 LG의 체질을 바꾸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LG는 지난 5년간 스마트폰과 태양광 등 만년 적자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며 배터리, 자동차 전장의 성과를 가시화했다.
전통적 제조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AI(인공지능), 바이오, 클린테크 등 미래 신사업에 도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적극 추진해 왔다.
2018년 8월 취임 후 처음 열린 사장단 협의회에선 “앞으로의 지주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기회와 위협 요인을 내다보고, 선제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및 인재 확보에 보다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고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LG는 미래 자동차 분야,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사업을 강화하고 ABC(AI·BioCleantech) 등 미래시장 창출을 위해 올해부터 5년간 54조원의 국내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AI·바이오·클린테크 등을 집중 육성해 미래 시장을 선점해 나갈 방침이다.
◆AI, 바이오, 클린테크 투자 강화..미래준비 박차
구 대표는 10년 이후 LG를 책임질 수 있는 AI·바이오·클린테크와 같은 사업들이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그룹 차원의 AI연구 허브로 설립된 LG AI연구원, 바이오 분야 연 구개발이 한창인 충복 오송 LG화학 생명과학본부, 클린테크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마곡 LG화학R&D 연구소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미래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LG는 2020년 설립한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AI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LG AI연구원은 미시간대(미국)-서울대(한국)-토론토대(캐나다)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글로벌 AI 연구의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LG는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산업분야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거대 AI 분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 학습, 판단할 수 있는 AI를 말한다.
LG AI연구원이 2021년말 공개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은 AI 개발자가 아니어도 쉽고 간편하게 초거대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3대 서비스 플랫폼(유니버스·아틀리에·디스커버리)을 개발했다.
현재 LG 엑사원은 6000억개 이상의 말뭉치, 언어와 이미지가 결합된 고해상도 이미지 3억5000만 장을 학습했다. 또 여러 기업과 협업하며 IT·금융·제조·통신·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 데이터까지 학습하며 다른 초거대 AI 모델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LG는 아울러 바이오 분야에서 세포치료제와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해 암이나 대사질환(비만, 당뇨 등)과 같은 질병을 정복하는 혁신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오송 LG화학 생명과학본부를 찾았던 구광모 대표는 신약 파이프라인 구축 현황과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역량 강화에 주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4개팀과 40여명의 연구인력을 갖춘 ‘세포치료제 TF’ 조직을 가동했다. 살아있는 세포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세포치료제는 최근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로 연평균 50%의 성장이 예상되는 미래 바이오 기술이다. 제 3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꿈의 항암제’라고도 불린다.
올 1월 LG화학은 미국 바이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를 인수합병하며 미래 혁신신약 개발의 실행력을 높였다. 아베오는 임상개발, 허가, 영업, 마케팅 등 글로벌 항암시장에 특화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LG는 아베오 인수를 통해 글로벌 톱30 제약사로 도전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LG는 아울러 클린테크 분야에도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 폐플라스틱 및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탄소 저감 기술 강화 등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는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는 물론이고 협력회사, 물류 과정 등 제품수명주기의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까지 관리하는 방향으로 환경 규제가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친환경 클린테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LG화학R&D 연구소를 찾은 구 대표는 “고객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 분야를 선도적으로 선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목표하는 이미지를 명확히 세우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R&D(연구개발) 투자 규모와 속도를 면밀하게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 사업구조 재편으로 투자 동력 확보...LX 계열분리, MC사업 종료 등
구 대표 취임 후 LG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부진 사업을 매각 축소하고, OLED,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성장동력을 강화해왔다.
LG는 2019년 LG디스플레이 조명용 OLED,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을, 2020년에는 LG화학 편광판 사업을 정리하거나 매각했다. 2021년 LG전자의 휴대폰 사업(MC사업본부)을 철수하며 사업을 정비했다.
이를 통해 얻은 여력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성장 사업의 경쟁력 제고와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한 투자로 이어졌다. 이들 사업은 여전히 추가 투자 및 수익성 개선 등의 과제를 안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 받으며 점차 LG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후 코로나19, 공급망 이슈,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꾸준히 LG를 성장시키고 있다.
(주)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지투알 등 LG그룹 7개 상장사 매출은 2019년 138조원에서 지난해 190조원으로 37.7%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에서 8조2200억원으로 77.4% 증가했다.
LG그룹 11개 상장사의 시가총액 규모는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 6월 29일 88조 1000억원에서 6월 27일 기준 234조5209억 원으로 세 배 가까이 커졌다.
◆ 배터리·전장, 글로벌 No1 향해 질주
LG의 성장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역시 연매출 25% 이상 확대를 목표로 순항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분야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385조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가장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북미 전기차 시장을 핵심 전략 지역으로 삼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의 생산능력을 꾸준히 확장해 시장 선점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북미 지역에서 미시건 단독 공장 및 GM JV(조인트벤처) 1공장을 운영 중인 가운데 GM JV 2, 3공장을 건설 중이다. 그 외에도 스텔란티스, 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 함께 배터리 생산 공장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북미 지역 내 생산 능력은 세계 최대 규모인 250~260GWh로 늘어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생산시설 확보 외에도 핵심 원재료 확대 등을 통해 북미 공급망 (Value Chain)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등 핵심 소재의 경우 주요 협력사들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북미 현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니켈·리튬·코발트 등 메탈의 경우 미국 FTA(자유무역협정)체결국가 내에 위치한 채굴 및 정·제련 업체를 활용해 역내 생산 요구에 적극 대응해 나가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대비 3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북미 배터리 시장에서 올해만 60%가 넘는 성장세가 예상되며 유럽(약 40%)과 중국(약 20%) 역시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전장부품 분야에서 LG의 성장세 역시 가파르다. 업계에서는 LG전자, LG디스플 레이, LG이노텍의 올해 전장분야 수주잔고가 12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LG전자의 전장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부문은 지난해 매출 8조6496억원, 영업이익 16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1%가 증가했고,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VS사업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LG전자 전체 매출의 10.4% 수준이다.
LG전자는 ▲ VS사업본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 자회사 ZKW의 차량용 조명 시스템 ▲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삼각편대를 앞세워 전장 부품 사업을 육성해 나가고 있다.
자동차 부품 비즈니스에선 20년 이상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2001년 당시 DM사업본부 체제에서 개발해오던 AVNT(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텔레메틱스)를 완성차 업체에 수주하고, 2003년 공급을 시작하면서 자동차 부품 사업의 첫 발을 뗐다.
이후 꾸준히 사업을 이어 오다 2013년 LG CNS의 자회사인 V-ENS를 인수하고, VS사업본부(구 VC사업본부, Vehicle Components Solution)를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LG전자는 오랜 기간 쌓아온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꾸준히 전장 사업을 키워가는 동시에, 외부에서 적절한 인재와 기술을 수혈하며 필요한 역량을 확보해 나가며 지금의 미래 사업 기반을 쌓았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앞세워 자동차 부품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 전장화 트렌드 확대로 늘어나는 스크린 탑재 수요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10인치 이상 초대형 디스플레이와 OLED 패널 수요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86억 달러에서 올해 96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LG이노텍은 다양한 차량 전장 부품을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며,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LG이노텍이 개발한 센서 및 통신 제품에 대한 가치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에 LG이노텍은 올 1월 CES 2023에 처음으로 오픈 전시관을 선보였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수년간 공을 들여온 OLED TV는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의 주력으로 성장해가며 ‘OLED 대세화’를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1분기 OLED TV 출하량은 73만8000대로 전체 OLED TV 시장 점유율 60%를 달성했다. 글로벌 OLED TV 시장 점유율 1위다.
현재 LG전자의 OLED TV는 전 세계 13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15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순항 중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TV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LG전자 TV의 최상위 라인업에 속하는 OLED TV 판매 비중은 전체 TV 판매량의 30%를 넘는다.
LG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유일하게 80인치 이상의 초대형 OLED를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97인치 OLED TV 패널을 양산하면서 42인치부터 97인치에 이르는 풀라인업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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