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서영길 기자]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중국 CATL과의 '양다리 걸치기'에 '배터리 동맹'을 맺은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15일 증시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포드가 SK온 배터리를 탑재한 주력 전기차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을 배터리 문제를 이유로 생산 중단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전장 대비 7.46% 급락한 15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포드는 13일(현지시간) CATL과 합작회사를 설립한 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160㎞ 떨어진 마셜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드는 미시간 공장을 2026년 가동할 목표를 세우고 연간 40만대 분량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LFP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니켈·코발트·망간계(NCM) 배터리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제조 비용이 저렴해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포드의 투자 규모는 35억달러(약 4조5천억원)다. 일반적 합작법인과 달리 투자 비용은 모두 포드가 부담해 100% 지분을 갖고, CATL은 기술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소유와 운영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우회하려는 것이다.

CATL은 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에 모두 13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획대로 CATL이 포드를 등에 업고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 국내 배터리 업체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SK온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 K-배터리는 IRA 시행으로 중국 업체가 배제된 북미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됐다.

배터리를 더 싸게 구매하려는 미국 완성차 회사와 중국 배터리 업체 간 협력 시도에 새로운 대응 전략을 짜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

포드와 CATL의 시도가 종국적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날 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포드와 CATL의 합작은 IRA와 완전 배치되는 것인데 미국 정부가 이를 용인할지 지켜봐야 한다”며 “미 상원의원에서도 반대하는 등 실제로 공장이 지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양사의 합작이 성사되면 IRA의 우회로가 생기는 셈이어서 BYD, CALB 등 여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진출에도 봇물이 터질 수 있는데 이를 미국 정부가 용인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포드·CATL 합작 사례에 대한 보조금 지급 여부는 미국 정부가 다음 달 발표할 IRA 세부규정을 통해 가려질 예정이다.

포드는 14일(현지시간)에는 주력 전기차 모델인 ‘F-150 라이트닝’의 생산과 출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포드는 생산중단 이유로 '배터리 문제'를 들었는데 해당 차량에는 SK온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

포드는 성명에서 “납품 전 품질 검사 중에 잠재적인 배터리 문제 발생 가능성을 확인했고, 조사하는 동안 생산과 출하를 보류하고 있다”면서도 '문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포드 전통 픽업트럽의 전기차 버전인 F-150 라이트닝은 예약 대기 고객만 20만 명에 이르지만 생산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150 라이트닝에는 SK온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한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당사의 미국 공장은 정상 가동중이지만 일부 라인이 운영상의 문제로 점검 중에 있다"며 "원천적인 기술 문제는 아니므로 포드 측과 개선방안 협의를 거쳐 조만간 생산을 정상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