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산림 중요성 강조..조성한 숲 남산 40배 넓이
국내 최초 체계화된 경영시스템 도입, 지배구조 선진화
장례문화 개선도 손설수범 '앞장'..화장 대중화에 기여
최태원 회장, 선대회장 유지 이어받아 ESG 한차원 고도화
탄소감축, 비즈니스 모델 혁신, 이사회 중심 경영 등 실천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26일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서거 24주기를 맞아 최 선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50년간 추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재계 주목을 끌고 있다.

최 선대회장은 1962년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SK에 합류한 뒤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고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인물이다.

“기업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으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조림과 인재양성에 집중하며 ESG 경영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충북 충주시 인등산 임야를 사들여 조림 사업을 진행한 결과, 1970년대 초반(위)과 현재(아래)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원 안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부인 故 박계희 여사와 인등산에 나무를 심는 모습./사진=SK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충북 충주시 인등산 임야를 사들여 조림 사업을 진행한 결과, 1970년대 초반(위)과 현재(아래)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원 안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부인 故 박계희 여사와 인등산에 나무를 심는 모습./사진=SK

■ 최종현, 50년 전부터 '환경-사회 중시' 경영

최 선대회장은 일찌감치 산림과 인재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숲과 인재양성에 주력했다.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현 SK임업)를 설립한 뒤 천안 광덕산, 충주 인등산, 영동 시항산 등을 사들여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최 선대회장이 조성한 숲은 서울 남산의 40배 크기에 달한다.

최 선대회장은 조림에서 발생한 수익을 장학사업에 사용키로 했다. 다만 나무를 키워 현금화하는데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우선 사재 5540만원을 출연해 1974년 11월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현재까지 장학생 4000여 명과 박사 820여 명을 배출했다. SK의 대표적 인재양성 프로그램인 ‘장학퀴즈’도 2300여 회가 방영된 현재까지 50년가량 후원하고 있다.

최 선대회장은 국내 최초로 체계화된 경영시스템을 도입, 지배구조 선진화를 꾀했다. SK의 경영철학과 목표, 경영방법론을 통일되게 정의하고 업무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도록 1979년 SK경영관리시스템(SKMS)을 정립했다. SKMS는 경영환경과 사회적 요구에 맞춰 2020년 2월까지 14차례 개정을 거쳤다.

최 선대회장이 남긴 또 하나의 업적은 장묘문화 개선이다.

평소 무덤으로 좁은 국토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며 화장을 통한 장례문화 개선을 주장했다. 그는 1998년 8월 타계하면서 “내가 죽으면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 SK가 장례문화 개선에 앞장서 달라”는 유지를 남겼다.

실제 선대회장은 회장으로 장례를 치렀고 SK는 2010년 1월 500억원을 들여 충남 연기군 세종시에 장례시설인 ‘은하수 공원’을 조성해 기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2년 SK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2년 SK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 

■ 최태원, 넷제로 경영·그린 비즈니스 등 ESG 경영 업그레이드

최 선대회장의 아들인 최 회장은 선대회장 유지를 이어받아 탄소감축 경영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며 ESG 경영을 한 차원 더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

최 회장은 ESG를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원을 삼고 경영체질의 전반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이 “관계사 각각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과 환경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고 남들보다 빨리 움직여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주문에 따라 SK는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에 국내 기업 최초로 가입했다.

이어 2050년 이전까지 넷제로를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결의한 뒤 2030년 기준 전세계 탄소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를 줄이겠다고 공표했다.

이를 위해 SK는 글로벌 테크기업과 친환경 기술생태계를 구축했고, 세부적으로 실천할 방법론과 구체적 목표치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등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SK는 최근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면서 최 회장이 강조한 넷 제로 경영을 구체화하고 있다.

SK는 2020년 말 수소사업추진단을 조직한 뒤 그룹 내 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 생산과 유통, 공급에 이르는 밸류 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또 플러그 파워 등 수소 관련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전통적 에너지 기업은 전기차배터리와 친환경·신재생 에너지기업으로 변신 중이고 과거 필름 회사였던 SKC는 2차전지 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그린 기업으로 전환했다. SK건설은 23년만에 사명을 ‘건설’에서 ‘에코플랜트’로 바꾸고 친환경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또 친환경 사업 강화를 위해 관련 인력과 역량을 한곳에 모은 ‘SK 그린캠퍼스’를 지난 1월 오픈했고 연구·개발에 집중할 ‘SK그린테크노캠펴스’도 2027년 출범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국내 기업 최초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인정한 탄소배출권을 확보했고 파푸아뉴기니와 스리랑카 등 해외에서도 탄소배출권을 확보했다.

이밖에도 최 회장은 ESG 경영을 함께 할 인재양성을 위해 연세대와 강원대에 ESG 관련 강좌를 개설했고 지난해에는 연세대 등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할 혁신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선대회장은 기업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신념으로 산림과 인재를 육성해 사회와 국가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ESG 경영을 더욱 고도화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더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1982년 1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신입사원 연수교육 과정에 참석, SKMS를 주제로 특강을 펼치고 있다./사진=SK
1982년 1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신입사원 연수교육 과정에 참석, SKMS를 주제로 특강을 펼치고 있다./사진=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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