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투표서 반대 90.7%로 부결…진윤석 노조위원장 사퇴

삼성전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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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쓰저널=서영길 기자] 삼성전자의 창사이래 첫 노사 임금교섭 합의가 불발됐다.

25일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최근 사흘간 사측의 임금협상 최종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진행한 결과 반대 의견이 90.7%로 최종 ‘부결’됐다고 밝혔다. 찬성 의견은 9.3%에 그쳤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삼성전자 4개 노조(사무직노조·구미지부노조·노조동행·전국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 가운데 약 5000명이 조합원이 가입돼 있는 최대 노조다.

100명 이하로 구성된 나머지 3개 노조는 따로 조합원 투표를 거치지 않고 집행부 직권으로 부결로 의결했다.

노조는 입장문에서 "사측은 15회에 걸친 임금교섭 과정에서 초지일관 불성실 교섭의 전형을 보여주며 시간만 지연시켰다"며 "노조는 이번 임금교섭을 진행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방침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노조가 임금교섭 요구안으로 제시했던 격려금마저 가용 예산이 없다고 거부해 놓고 교섭 바로 다음날 역대 최대 규모의 특별 격려금을 지급하겠다고 언론에 발표했다”며 “이는 누가 봐도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정면으로 부정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사측은 21일 본교섭에서 임금·복리후생과 관련한 최종안을 노조 공동교섭단에 전달했다.

최종안에는 ‘조합 발전 기금’ 3천만원 지원과 노사 상생협의체에서 임금피크제 및 임직원 휴식권에 관한 제도 개선을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노조 측이 요구한 임금인상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노조 측은 전 직원 계약 연봉 1천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해 왔다.

노조 내부에서는 임금 관련 요구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사측 최종안을 받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사측의 최종안에 대해 “최소한의 성의조차 느껴지지 않는 의미없는 복지조항들의 나열”이라며 “노조가 강력히 주장한 휴식권 보장과 임금피크제 폐지마저 교섭이 아니라 상생협의체에서 다루자며 최종적으로 통보했다”고 했다.

이어 "조합원의 뜻에 따라 진윤석 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기로 했다"며 "이제 노사 간 대화는 결렬됐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고 사측에 맞서 더 큰 투쟁을 조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삼성전자의 노사 협상은 202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데 따라 시작됐다. 지난해 8월 노사 단체협약을 맺고 지난해 10월부터 임금협상을 벌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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