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용인공원묘원내 성직자 묘역, 고 김수환 추기경 묘소 옆에 묘역
염수정 추기경, 장례미사 집전.."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이고 하느님의 뜻인지 알려주셨다"

고 정진석(니꼴라오) 추기경.(1931.12.7~2021.4.27)/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포쓰저널] 지난 27일 저녁 선종한 고(故) 니꼴라오(세례명) 정진석 추기경이 1일 오후 경기도 천주교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정진석 추기경의 묘역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김옥균 주교의 묘소 옆자리 1평 공간에 마련됐다.

염수정 추기경은 유가족과 서울대교구 주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1시 20분부터 40분가량 진행된 하관예절을 주례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명동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 주교단 공동 집전으로 고인의 장례미사를 거행했다.

지난 27일 선종한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거행되고 있다.

제단 앞으로 정 추기경이 환하게 웃는 영정과 그가 안치된 삼나무관이 자리했고, 제대 양쪽으로는 정 추기경이 사목표어로 삼았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을 적은 펼침막이 장식됐다.

염 추기경은 선배이자 동료 사제였던 정 추기경과 함께했던 일을 돌아보며 안식을 기원했다.

염 추기경은 "교회의 큰 사제이자, 우리 사회 어른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참 슬프고 어려운 일"이라며 "김수환 추기경님이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면, 정 추기경님은 우리 교회와 사제에게 어머니 같은 분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근엄하고 박력 있는 모습 이면에 가까이 지내면 부드럽고 온유하고, 넓은 아량에 사랑을 지니신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정 추기경은 모든 것을 버릴 때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역설을 당신의 삶으로 우리에게 보여주셨다"며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이고 하느님 뜻인지 알려주셨다"고 돌아봤다. 염 추기경은 고인의 생전 일을 언급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염 추기경에게 애도 서한을 보내 정 추기경 선종을 위로했다.

교황은 미사에 참석한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대독한 애도 서한에서 "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느꼈다"며 "서울대교구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의 말씀을 전하며 기도로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고 추모했다.

지난 27일 선종한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거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7일 선종한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거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주교단 대표로 고별사를 올렸다.

그는 "다른 이들을 위해 전 생애를 봉헌하신 추기경님을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돌려 드려야 하는 시간"이라며 "추기경님께서 일생 한국 천주교회에 베풀어 주신 큰 사랑과 영적 보화를 남겨 주심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고인이 소신학교 교사였을 때 사제의 연을 맺었던 제자 백남용 신부는 사제단 대표로 나와 "스승의 날이면 장미 100송이를 들고 인사드릴 때 아버지처럼 웃으시며 좋아하시던 스승님"이라고 기억했다.

평신도 대표로 나선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손병선 회장은 정 추기경이 생전에 이룬 훌륭한 업적을 일일이 말씀드릴 수 없다며 '최고의 목자 정진석 추기경님'이라는 12글자를 따서 12줄의 추모의 글로 바쳤다.

미사 추모행사가 끝난 뒤로는 정 추기경이 28년간 몸담았던 청주교구의 교구장 장봉훈 주교가 고인의 관 앞에서 고별식을 올렸다. 관 위에 성수를 뿌리고 향을 태우며 정 추기경에게 작별을 고했다.

고별식이 마무리되자 사제들은 정 추기경의 영정과 십자가를 앞세우고 그가 잠들어있는 삼나무관을 성당 앞 검은 운구 차량으로 옮겼다.

지난 27일 선종한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거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고 정진석 추기경의 운구차가 성직자들과 신도들의 애도속에 명동성당을 출발해 경기도 용인 묘역으로 향하고 있다./평화방송 라이브 캡처
염수정 추기경이 1일 오후 경기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에서 열린 고 정진석 추기경의 하관예절에서 향로로 축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관을 실은 운구차는 명동성당 전체에 울려 퍼진 '조종'(弔鐘)에 맞춰 사제와 수녀, 신자들의 애도 속에 성당 앞마당을 천천히 출발해 용인 성직자 묘역으로 향했다.

이날 장례미사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2시간5분 동안 진행됐다.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명동성당 대성전 안에는 250명으로 입장이 제한됐으며 성당 밖에서 수천 명의 신도들이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서울대교구는 3일 서울 명동성당과 용인 성직자 묘역에서 정 추기경을 보내는 마지막 미사인 '우제'(虞祭)를 지낸다.

4월 28∼30일 명동성당에 마련된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를 찾은 각계 각층 사회 인사와 조문객은 코로나19에도 4만6000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2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김정숙 여사가 명동성당을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4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마련된 고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사진=연합
고(故) 정진석 추기경 선종 나흘째인 4월 3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줄을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염수정 추기경이 4월 28일 새벽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선종미사를 봉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진석 추기경이 선종한 지 하루가 지난 4월 28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의 유리관에 정 추기경이 안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진석 추기경이 선종한 지 하루가 지난 4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신자가 조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정진석 추기경은 27일 오후 10시 15분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과 사제들, 비서 수녀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년 90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노환으로 2월 22일 병원에 입원한 지 한달여 만으로 고인은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장기를 기증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선종하면서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인 고인은 2006년 2월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추기경으로 임명돼 약 15년간 추기경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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