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환금융 활성화 방안' 국회 세미나
전환금융 법적 근거 마련 문제도 과제 
현재는 ‘가이드라인’ 형태..법적 구속력에 한계
금감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전환 부문 확대 검토 필요"

2025년 11월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한국형 전환금융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황재학 금융감독원 수석조사역이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소연 기자
2025년 11월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한국형 전환금융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황재학 금융감독원 수석조사역이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소연 기자

[포쓰저널=박소연 기자]  한국형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 도입을 위해 필요한 핵심 검토 사항으로 지속가능성 공시 체계 정비가 꼽혔다. 

탄소집약 산업이 단계적으로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 자금을 공급하는 전환금융의 특성상, 개별 기업의 감축 목표와 전환 로드맵을 명확히 공시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형 전환금융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황재학 금융감독원 수석조사역은 이 같은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날 세미나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과 기후솔루션이 공동 주최했다.

전환금융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집약 산업이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을 말한다. 

당장 완전히 친환경적이지는 않지만, 탈탄소 목표를 향해 단계적으로 구조를 바꾸는 기업·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철강·시멘트·정유·해운 등 탄소 배출 비중이 높은 산업 부문에 대한 구조 전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전환금융을 연내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녹색금융 중심의 분류체계(택소노미)를 마련해 왔으나, “현재 이미 녹색인 산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완전한 탄소중립 상태는 아니지만 탄소감축 경로를 따라 전환 중인 산업까지 포용하는 금융 체계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과정에서 2021년 녹색금융 추진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등이 도입되었으며, 지난해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금융감독원이 녹색여신 관리 지침을 발표하는 등 녹색 자금흐름을 체계화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전환금융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황 수석조사역은 국내에서 적용 가능한 전환금융 정의 모델로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하나는 유럽연합(EU) 방식으로, 배출 감축 활동기준 충족 여부와 유예기간 내 달성 가능성을 기반으로 인정·배제·보호 부문을 구분하는 형태다. 

다른 하나는 싱가포르 방식으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내 전환 부문을 그대로 전환금융의 인정 기준으로 삼는 방안이다.

황 수석조사역은 특히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정비가 전환금융의 핵심 전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환계획, 감축 목표, 산업별 전환 경로와 로드맵을 기업이 공시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금융권이 실제 감축 성과를 평가하고 자금지원을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 전환 부문을 어떻게 확대하거나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추가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업종별 과학기반 감축 목표 설정(SBT), 금융회사 자체 전환전략 수립, 비금융사의 전환경영계획 수립 의무화 여부 역시 검토 과제로 제시됐다.

전환금융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문제도 남아있다. 

현재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가이드라인’ 형태로 제시돼 있어, 금융권이 이를 자본배분 기준이나 규제 준수 기준으로 활용할 때 법적 구속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수석조사역은 “현 분류체계가 법률상 근거는 있으나, 규범적·법률적 구속력이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전환금융 체계를 제도권에 안착시키려면 법령 상의 명확한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환금융이 ‘완전히 녹색은 아니지만, 녹색을 향해가는 산업’을 지원하는 금융이라는 점에서, 단순 녹색금융을 넘어 국가 산업구조 전환을 촉진할 현실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감축목표의 신뢰성과 기업 공시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그린워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점에서, 제도 설계 과정에서의 정교한 기준 설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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