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AI(인공지능)는 더 이상 스케일의 경쟁이 아닙니다. 이제는 효율의 경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코엑스에서 ‘SK AI 서밋 2025’ 키노트에서 이같이 말하며, “AI 수요 폭증이 전례 없는 공급 병목을 불러오고 있다. SK는 효율적 솔루션을 통해 이 문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AI의 변화 속도는 매일 새로운 뉴스가 될 만큼 빠르며, 이제 사업·정치·경제·안보 등 거의 모든 영역이 AI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지난주 전주 경주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을 언급하며 “서밋 내내 거의 모든 얘기가 AI로 점철됐다. 세계 리더들이 AI를 화두로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 "AI 수요, '기하급수적 증가'…공급은 따라가지 못한다"
최 회장은 AI 시장 성장의 핵심 지표로 AI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를 제시했다. 그는 “2020년 2300억 달러였던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올해 6000억 달러에 달했다”며 “매년 약 24%씩 증가했지만, 앞으로는 익스포넨셜(기하급수적)한 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OpenAI의 Stargate 프로젝트가 5000억 달러, Meta의 2028년 투자 계획이 600~800조 원 수준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AI 수요 증가의 근거로는 ▲추론(inference)의 본격화 ▲기업간거래(B2B)의 AI 도입 ▲에이전트의 등장 ▲국가간 소버린 AI(주권형 AI) 경쟁 등을 꼽았다.
AI가 본격적으로 추론을 하게 되면서 주어진 질문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고 자신의 답에 대한 검증을 반복해 결과적으로 더 나은 답변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컴퓨팅(연산)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AI 적용 확대, 사람의 개입 없이 365일 24시간 스스로 임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의 확산 또한 마찬가지다.
최 회장은 “모든 기업들이 AI가 사업에 적용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보며 경쟁을 위해 AI를 도입하고 있고, 이 과정에 비용(cost)는 고려되지 않아 B2B AI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했다.
미국, 중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 국으로 확산된 소버린 AI 경쟁은 AI 투자주체로 기업에 이어 국가가 더해지며 AI 수요를 더 키울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SK의 해법은 'AI 효율화'…메모리·데이터센터·에너지 세 축으로 대응"
최 회장은 “AI 효율성 제고를 SK그룹 전체의 미션으로 삼고 있다”며 ▲메모리반도체 ▲AI 인프라 ▲AI 활용 등 세 가지 분야에서의 대응 전략을 공개했다.
메모리반도체에 대해 최 회장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한 AI 칩 성능이 매년 향상되고 있지만 정작 AI 컴퓨팅을 뒷받침할 메모리반도체 공급 속도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달 오픈AI가 요청한 ‘월 90만 장 규모의 HBM 공급’ 사례는 전 세계 전체 월 생산량의 두 배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주문이 아니라, 효율적 AI 인프라 구축이 얼마나 시급한지 보여주는 신호”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제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HBM 생산능력(Capacity) 확대와 기술 혁신을 병행해 대응할 것”이라며 “청주 신규 HBM 팹은 이미 완공됐고, 2027년 완공 예정인 용인 클러스터는 청주 팹 24개 규모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기술 측면에서는 “초고용량 메모리칩 개발과 더불어 NAND 기반 효율형 솔루션을 병행해 병목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하이닉스의 기술력은 이미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엔비디아 젠슨 황 CEO조차 더 이상 개발 속도를 언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AI 데이터센터 차원의 효율 설계가 향후 핵심”이라며 “SK는 메모리·컴퓨팅·에너지 인프라를 통합한 차세대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SK는 AI 칩과 시스템, 전력, 운영까지 포함하는 효율적 AI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회장은 “8월 가산에 단일 규모 국내 최대 블랙웰 B200 기반 AI 컴퓨팅 클러스터를 구축했고, 울산에 1기가급 AI 데이터센터를 2027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오픈AI와 서남권에서 미래형 AI 데이터센터를 공동 구축할 계획이다.
SK는 AI를 메모리칩 생산과 데이터센터 운영에 적용해 효율을 높인다는 복안을 내세웠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를 활용해 가상 공장을 구축하고, 메모리칩 생산 공장을 완전 자율화하는 오토노머스 팩토리를 구현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제조 AI 생태계 확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SK AI 전략의 핵심을 파트너십으로 정의했다.
그는 “AI는 혼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SK AI 전략의 핵심은 파트너와 공동으로 솔루션을 설계하고 발전해가는 것”이라며 “SK는 파트너와 경쟁하지 않고, 빅테크와 정부, 스타트업 등 여러 파트너들과 AI 사업기회를 만들어 최고 효율의 AI 솔루션을 찾을 것”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