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진짜 유전병일까?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어보니 우리말이 너무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정말 곤혹스럽다. 代謝(대사)라는 단어와 마주할 때면 키보드를 때려 부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 정도다. 

代謝라는 말을 한글로 옮겨 적으면 그 뜻이 정말 무한 확장되어 버린다. 외교관(大使)을 지칭하는 말이 되기도 하고, 큰 스승(大師)이라는 말도 된다. 또 큰 일(大事)이라는 뜻도 되며, 배우가 말을 한다(臺詞)는 뜻도 된다. 

大事, 大使, 臺詞라는 말은 그래도 문맥을 통해 대충 뜻이 파악된다. 그런데 代謝라는 말은 도저히 문맥을 통해 그 뜻이 파악되지 않는다. 代謝라는 말을 뜯어보면 대신할 대(代), 사례할 사(謝)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직역하면 대신 사례한다는 뜻이 된다. 엥?

그럼 신진대사(新陳代謝)는 새롭게 대신한다는 뜻인가? 우리가 흔히 신진대사가 좋다고 말할 땐 이런 뜻으로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 뜻을 알기 어려우니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때 마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글쟁이에게는 숙명이 있다. 내가 그 뜻을 정확히 모르면, 내가 쓴 글을 읽는 사람들도 그 뜻을 정확히 모른다. 그래서 글쟁이는 단어 하나하나 뜯어봐야 한다. 그 작업이 여간 고된게 아니다. 대신할 대. 사례할 사. 아무리 단어를 뜯고 맛보고 씹어도 그 뜻을 알 수 없으니.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그러니 많은 글쟁이들이 그 뜻을 정확히 모르면서 글을 쓴다. 그냥 앵무새처럼 복사, 붙여넣기만 할 뿐이다. 그 뜻이 명확하지 않은 글이 넘쳐나니. 대중들의 지적 수준은 날이가면 갈수록 저하된다. 어쩌면 문해력 저하 현상은 예고된 파탄일지도 모르겠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여하튼, 우리 몸을 건강하게 가꾸고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대사(代謝)라는 말의 뜻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한다. 대사(代謝)라는 말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화학 작용을 뜻한다.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입에 침이 고인다. 침 속에는 아밀라아제라는 소화효소가 있다. 아밀라아제는 우리가 입에 넣는 음식을 분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우리 몸이 아밀라제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것. 우리 몸이 아밀라제라는 화학물질을 통해 음식을 분해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대사(代謝)이다. 

음식을 먹고 기운을 내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작용은 대사다. 즉 우리 몸은 화학 작용을 통해서만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도 화학 작용을 통해 일어난다. 우리 몸은 위험을 감지하면 코티졸이라는 화학물질을 내뿜는다. 코티졸이 우리 몸에 가득차면, 우리 몸 속의 핏줄에는 설탕이 가득하게 된다. 우리 몸의 근육이 힘껏 일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설탕을 공급받은 우리 근육은 순간적인 괴력을 발휘한다. 그 결과 평소에는 엄두도 못내던 높이의 담벼락을 뛰어넘거나. 또는 사자의 귓방망이를 후려 갈기로 냅다 도망친다. 이 모든 것이 대사(代謝) 작용의 결과물인 것이다. 

우리 몸에서 화학 작용이 원활히 전개되지 않으면 많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혈압을 조절할 수 없게되고, 피 속에는 콜레스테롤이 흘러 넘치고, 배에 기름이 끼기 시작한다. 이런 현상들을 방치하면 대사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대사장애를 방치하면 대사질환이 생긴다. 의학계에서는 대체로 당뇨병을 대사질환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 달리하면 당뇨병은 병이 아니라 대사장애가 될 수도 있고, 대사증후군이 될 수도 있다. 인슐린이라는 화학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암이라는 질병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관점은 유전자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즉 조상을 잘못만나 암이라는 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이미지 제작=챗지피티
이미지 제작=챗지피티

하지만 마음에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보면 암을 당뇨병처럼 대사질환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찾을 수 있다. 즉 인슐린이란 화학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또는 인슐린이란 화학물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당뇨병에 걸리는 것처럼. 

암 세포가 성장하기 좋은 화학물질을 우리 몸에서 마구마구 내뿜는 현상이 생기거나 또는 암 세포를 억제하는 화학물질을 우리가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병, 그걸 암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암이라는 질병을 당뇨병처럼 대사질환으로 바라보게 되면, 치료 방법도 많이 달라진다. 

당뇨병은 대사질환이기 때문에 다양한 비약물적 요법이 존재한다. 운동이 대표적이다. 운동은 인슐린이라는 인체 화학물질의 작용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운동 이외에 식이요법도 있다. 운동과 음식은 약은 아니지만, 상당히 효과적으로 당뇨병을 치료해 준다. 당뇨병의 비약물적 치료에 있어 단점은 딱 한가지다. 귀찮다는 것이다. 그래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치료 효과가 달라진다. 

그 누군가는 비약물적 요법을 통해 엄청난 치료 효과를 낸다. 그런데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좋은 치료법을 알려줘도 얼마 못가 죽음에 이른다. 

치료 효과가 약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있지 않고, 사람의 마음이라는 내부적 요소에 있기에, 당뇨병의 비약물적 요법 효과는 일관적이지 않다. 그러나 당뇨병 치료에 있어 비약물적 요법의 일관성이 떨어진다고해서, 비약물적 요법이 부정당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암을 치료하는데 있어 비약물적 요법은 어떨까? 우리 몸에서 암을 성장시키는 화학물질은 최대한 적게 생산되도록 하고. 암을 성장시키는 화학물질의 작동을 최대한 억제시키는 비약물적 요법 말이다. 

암을 약(항암제, 방사선)으로 치료하지 않고, 비약물적 요법으로 치료하는 걸 조금 유식한 단어로 표현하면 대사치료가 된다. 대사치료라는 말을 일반 대중의 언어로 풀어보면 ‘암을 굶기는 치료법’이 된다. 암 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도록 우리 몸의 화학적 균형을 바꿔준다는 뜻이다. 

어느 날. 유명 대학 교수님의 암 관련 강의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암을 굶겨 죽이는 치료법에 대해, 글자 그대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암 세포를 아사시키는 치료법으로 설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암 세포가 굶어 죽으면 정상 세포도 굶어 죽는데, 암을 굶겨 죽이는 치료법이 말이 되느냐고 역정을 냈다. 

어이가 없었다. 대학 교수님의 문해력이 이정도 수준밖에 안된다니. 암 세포를 굶긴다는 말은 암 세포의 代謝 작용을 억제한다는 뜻이다. 이런 기초적인 말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목격하고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교수님 조차 이렇게 책을 읽지 않는 시대가 되었으니. 그리고 책을 읽지 않는 풍토가 너무나 당연한 시대가 되었으니. 학생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훈계를 할 수 있겠나. 책을 읽지 않는 교수님에게 배운 제자들이 책을 읽을 턱이 있겠나. 

의사들의 지적 수준 저하는 국민건강 악화라는 결과물로 이어진다. 참으로 어지러운 세상, 어지러운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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