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7조원 실행시기 등 차후 구체화
1분기 HBM, D램, 낸드 업황 모두 부진 전망
HBM매출 1.9배 성장..차세대 HBM4 개발 집중
딥시크 영향 다양한 시나리오 업계 동향 주시"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올해 1분기 다소 부정적인 반도체 업황 전망을 내놓은 삼성전자가 사업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이슈를 극복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순철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는) 31일 2024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주요 사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이슈는 점차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드시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저를 포함한 경영진 모두 현재 경영 현황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으며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전실(미래전략실)출신으로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새롭게 그룹의 CFO를 맡게 됐다.
최근 삼성전자 CFO가 실적 콘퍼런스콜에 참여한 것은 2021년 1월 당시 최윤호 CFO가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설명하면서 인수·합병(M&A) 준비를 공식화한 것이 마지막이다.
박 CFO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모습을 보이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투자자들과 소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박 CFO는 "삼성전자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으며 각 사업 특성상 비즈니스 사이클에 따른 변동성은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 성장 역사를 보면 항상 근본 경쟁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위기 때마다 성장해 왔다"며 "지금의 이슈 또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의 기회로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 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약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으며, 이후 자사주 3조원 취득·소각 작업을 진행해 보통주와 우선주 각각 89.3%씩 매입을 완료했다.
박 CFO는 이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를 항상 최우선에 두고 2024년 초 3개년 프리캐시플로우(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 환원하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으며 최근 당사 가치가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이사회와 경영진간 신중한 논의를 통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고, 우선적으로 3개월간 3조원의 자사주를 취득 및 소각할 계획"이라며 "나머지 7조원에 대한 실행 시기와 방법, 기존 (주주 환원) 정책의 프리캐시플로우 50% 내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주주 가치 제고에 기여할 방안을 지속 검토해 차후 구체화하는 대로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박 CFO는 "회사와 경영진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계획에 대한 높은 관심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2025년에도 불확실한 업황 지속이 예상되지만, 이른 시일 내에 회사의 성장 계획과 수익성 제고 방안 등을 포함한 밸류업 계획을 발표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CFO는 "투자자도 회사의 이러한 노력을 믿고 지지해달라"며 "앞으로도 CFO로서 투자자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회사에 대한 신뢰를 더욱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에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을것이라는 박 CFO의 다짐과는 별개로 삼성전자는 1분기 HBM(고대역폭메모리), D램, 낸드 등 반도체 업황이 모두 부진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컨콜에서 "1분기에 D램은 모바일, PC 수요 약세로 인해 빗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공급 증가량)가 한자릿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HBM 매출 비중 역시 하락할 것이며, 낸드도 고객들의 재고 조정이 1분기에도 지속됨에 따라 매출이 10% 초반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매출 하락의 원인으로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 고객사들의 수요 약세 등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를 꼽았다.
HBM 사업 현황에 대해선 "지난해 4분기 HB M매출은 전분기 대비 1.9배 수준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HBM3E8단, 12단을 양산 판매중"이라며 "4분기에는 다수의 GPU 공급사와 데이터 센터 고객향으로 HBM3E공급을 확대했다. 이에 HBM3E 매출이 HBM3의 매출을 뛰어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1분기에는 HBM3E 개선제품이 개발됨에 따라 고객들의 기존 수요가 개선제품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일시적인 수요 공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이후 제품인 16단 제품에서는 상용화 수요가 없을것으로 예상하면서, 그 다음 세대 제품인 HBM4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6단 제품의 경우 고객사 상용화 수요는 없을 것 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16단 기술검증을 위해 샘플을 제작해 주요고객사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HBM4 개발 계획에 대해서는 "1C 나노 기반의 HBM4 개발도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하고 있다"며 "HBM4 및 HBM4E기반의 커스컴 HBM 프로젝트도 고객사들과 기술적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메모리사들의 공급확대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당사는 로우엔드보다는 하이엔드 제품에 주력해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DDR4 등 레거시 제품을 줄이고, (첨단 제품인) DDR5, GDDR7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2025년에는 DDR4등의 제품 비중이 한자리수까지 가파르게 축소될 것이다. 공급과잉 리스크가 당사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AI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변수로 거론되고 있는 중국의 생성형AI '딥시크(DeepSeek)가 반도체 사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현재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업계 동향을 주시하고 있으며, 신기술 도입에 따른 시장 변화는 유동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