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여성연극제 총연출 최명희 예술감독
'어미의 노래', '기억의 지속', '시간 그 너머에', '특별한 방문자' 네편 무대에
8.21.~9.15 대학로 민송아트홀

[포쓰저널] "갈등, 혐오, 충돌의 사회현상을 치유하기 위한 따스함과 포용, 조화, 부드러움, 껴안아 줌 등을 무대 위해 펼치려 합니다. 이를 통해 가정의 의미를 되씹어 보고자 합니다."
제9회 '여성연극제'의 총 연출을 맡은 최명희(79) 예술감독은 올해 여성연극제의 지향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여성주의 지평을 넓혀 가족애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여성들을 끌어 안는 메시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제9회 여성 연극제는 21일 서울 대학로 민송아트홀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9월 15일까지 기획전, 세대공감전, 연출가전, 작가전 등 4편의 무대를 올린다.
올해로 31주년을 맞은 (사)한국여성연극협회는 여성 연극제에 참여하는 모두가 의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지난해 보다 더 탄탄한 공연들을 마련했다.
올해 여성연극제의 기획의도가 가장 잘 담겨 있는 기획전은 극단 민예의 창작 음악극 '어미의 노래'(박경희 작/김성환 연출)다.
올해 72세가 된 정님은 30대 중반에 주색잡기에 골몰했던 남편과 사별 후 정님의 기구한 팔자를 그대로 닮아 남편과 이혼한 막내 영애, 아들 진수와 함께 살고 있다.
큰 아들네는 얼마 있다 캐나다로 이민갈 거고, 둘째 아들은 곧 유럽 주재원으로 나간다고 한다. 그러자 정님은 아들네에게 "매주 토요일 자신을 보러 오면 용돈을 주겠다"는 파격 제안을 한다.
정님의 말에 미안해진 두 아들은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만이라도 매 주 정님에게 오기로 한다. 정님이 자식들에게 주는 용돈은 재활용품을 팔아 알뜰살뜰 모은 돈이다.
어미역은 (사)한국여성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연극배우이자 소리꾼 강선숙이 맡았다. 가족애에 대한 메시지와 더불어 명창 오정숙 중요무형문화재의 이수자인 강선숙 이사장의 소리를 접할 수 있는 무대다.
세대공감전 '기억의 지속'(김영미 작/연출)은 (사)한국임상연극심리치료협회 극단인 우로보로스의 무대다.
노부부와 그들을 돌보는 딸 인화의 이야기로 가족 간의 상처를 극복하는 치유의 연극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무대 위 인물들을 통해 가족 간의 화해와 사랑을 깨닫게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변 상황에 휘둘리게 되고, 상처는 마음속에 숨어 있다가 때로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양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마음의 상처가 행동의 배후로 작용됨으로써 삶의 심각한 덫이 되는 것이다.
'기억의 지속'은 주인공 인화의 성장과정을 통해 내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진실과 마주하는 것, 본래의 완전한 자아로 나아가는 여정이다."(김영미 연출)
연출가전 '시간, 그너머에'(호세리베라 작/류신 각색/차희 연출)는 극단 지금여기가 꾸민다.
“시간이 흐르겠지.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된 너를 사랑하고, 깊이 팬 주름에 키스하고, 회색이 돼버린 너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너의 지쳐버린 심장을 위로해 주고, 신비로운 너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마음속 영원히 변하지 않는 푸른 정원에 도달하는 그런 사랑을 꿈꾼단다. 그런 사랑은 너무나 아름다울 것 같지 않니."
어느 날 문득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수화기 너머 낯선 음성이 옛 고교 동창임을 알려온다. 흐른 시간만큼 기억 저편 희미하게 자취를 감춰버린 나의 우정. 잠시나마 잊혔던 내 청춘이 그 친구와의 통화로 되살아 난다.
"뭐든 귀했고, 뭐든 어려웠고, 뭐든 힘들던 그 시절. 통화는 그렇게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를 만나게 하는 마술적 시간을 선물합니다."(차희 연출)
작가전 '특별한 방문자'(김수미 작/이자순 연출)는 극단 소금창고가 공연한다.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소담한 정원이 있는 게스트 하우스는 '특별한 방문자'들이 머무는 곳이다.
집 주인인 소진의 장례식이 파티처럼 유쾌하게 열리던 중, 생각지 못한 또 다른 특별한 방문자가 오게 되는데. 바로 소진의 딸, 지완이다.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말없이 서로를 보듬고 살아가는 이 집의 풍경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치유책이다.
연극은 누구나 안고 살아가는 저마다의 아픔과 상처, 그 자체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픔과 상처의 이유를 묻지 않고, 그저 회복하는 시간의 여유를, 또 그렇게 자연 치유되는 방식을 알려준다.
"만나는 시간, 모두가 특별한 방문자가 되어 잠시 쉬었다 가는, 회복의 쉼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봅니다. 사람들이 모인 곳은 집이 됩니다. 밥 먹고, 쉬고, 살아가는 힘을 회복하는 곳이 바로 사람들이 모인 집입니다."(이자순 연출)
제9회 여성 연극제는 8월 21일부터 9월15일까지 대학로 민송아트홀에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6시, 일요일 오후 3시 진행된다. 인터파크티켓과 플레이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