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해저케이블 R&D에 20년간 약 1조 투자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생산공정 도면 등이 경쟁사로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LS전선이 “해저케이블 공장의 설계가 유출되면 기술도 함께 유출될 위험이 있다”며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법적 조치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14일 LS전선은 자사의 해저케이블 기술의 경쟁사 유출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해저케이블 공장 구조와 설비 배치 등은 일반적으로 공개되는 정보가 아니며, (해저케이블 생산을 할 수 있는) 해외 5개사도 핵심적인 기술로 관리한다”며 “주요 해저케이블 제조사들의 공장은 각기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제조 공장들과 달리 서로 다른 레이아웃(공장 배치)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공장 외형에 대한 설계는 일반 건축설계 회사라면 어디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해저케이블 공장의 설계는 특수 설비의 하중, 배치, 수량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기술유출의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해저케이블 공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설계 도면 유출이 기술 유출로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공장 설비와 R&D(연구개발)에 20년간 약 1조원을 쏟아부었다.
특히 500킬로볼트(kV)급 HVDC 해저케이블의 경우 국가핵심기술로서 제조 기술 및 설비 관련 사항들이 다른 국가로 유출될 경우 국가안보와 국민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해저케이블 공장은 일반 공장과 달리 고중량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수직 연합기와 턴테이블 등의 특수 설비가 필수적이다.
또 고중량이기 때문에 일반 도로로 케이블을 옮길 수 없고 선박으로 이송해야 한다. 공장에서 항구까지 이송하는 방법에 대한 설계도 업계에서는 보안 사항이다.
LS전선 관계자는 “이런 업계 특성으로 인해 후발 업체들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전세계적으로 초고압 지중케이블 업체는 수십 개지만 초고압 해저케이블 생산 업체는 LS전선을 포함, 유럽과 일본의 6개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최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케이블 제조업체인 ㄱ사와 건축 설계업체인 ㄴ사 관계자 등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ㄴ사 측이 과거 LS전선의 케이블 공장 건설을 맡았던 시기 해당 업체의 고전압 해저케이블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어 이를 경쟁업체인 ㄱ사 측에 빼돌렸다는 의혹이다. 고발된 ㄴ사는 이달 초 완공된 ㄱ사의 해저케이블 1공장을 설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ㄴ사는 2008년부터 LS전선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 1~4동의 건축 설계를 전담해왔다.
LS전선 측은 ㄴ사에 대해 “LS전선의 각 공장이 어떤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변경되고 발전해 왔는지 등에 대한 모든 히스토리와 노하우를 알고 있다”며 “ㄴ사와 계약 시 비밀유지의무에 관한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했고 해당 용역과정에서 발생되는 일체의 자료 전부가 기밀사항임을 강조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유출이 사실일 경우 회복이 어려운 손해를 입어 피해가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며 “향후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관련 업체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