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한국과 일본은 더 빠른 이익을 추구하는 전통적 자본주의의 한계를 넘어서 사회 전체 비용을 낮추는 ‘저비용 사회’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할때"라며 에너지·고령화·스타트업 등 세가지 축에서의 양국의 협력을 제안했다.

21일 SK수펙스추구위원회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 이은 21일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포럼 2025' 중 '비즈니스리더세션'에 패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행사는 박철희 전 주일대사를 좌장으로 후지이 테루오 도쿄대 총장, 이와이 무츠오 일본경제동우회 회장 대행 겸 일본담배산업 이사회 의장, 이한주 뉴베리글로벌 회장도 함께 했다.

최 회장은 "전통적 자본주의는 간단한 메커니즘으로 운영된다"며 "첫째, 민간 부문이 효율성, 즉 이윤을 극대화하면 정부는 기업들이 창출한 이윤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고 그 세금으로 사회 문제를 처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 부문은 복지 수요와 환경 문제 등 사회 문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정부는 이 걸 해결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며 "현대의 자본주의에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비용이 너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세월동안 자본주의는 효율성을 강조했지만, 사회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자발적·의욕적 두뇌활용(VWBE)이 모든 차이를 만든다"며 "자본주의는 본래 우리의 탐욕을 기반으로 한다. 두뇌 활용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동력"이라고 했다.

반면 "사회주의나 국영 기업은 두뇌활용에 대한 인센티브가 많지 않다"며 "새로운 자본주의는 자발적·의욕적 두뇌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인센티브가 실제로 모든 차이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VWBE(Voluntarily, Willingly, Brain Engagement)는 SK그룹의 경영 철학인 'SKMS(SK Management System)'의 핵심 요소로, 구성원이 자발적 의욕적으로 두뇌를 활용해 경영활동에 참여하는 문화를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사회 문제가 증가하면 비용도 증가한다"며 "이 말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비용 사회를 만든다면, 경제 측면, 민간 측면에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전통 자본주의가 금전적인 효율성을 강조했다면, 이제 사회적가치에 대한 효율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사회적가치에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사람들의 두뇌활용을 극대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지금까지는 얼마나 많은 사회 문제가 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지 측정하기가 어려웠다"며 "이제 AI와 디지털 기술,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가치 비용이나 창출 가치를 정량화 할 수 있다. 이제 경제 활동을 통해 얻는 재무적 이익과 사회 문제를 줄이는 사회적가치 두 가지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기존에는 정부가 세금을 걷어 사회 문제를 처리했지만, 만약 어떤 주체가 정부가 해야 할 사회 문제 해결을 대신해줬다면, 그들에게 네거티브 세금(negative tax), 즉 세액 공제와 같은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SK는 10년 동안 100개 이상의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성과인센티브(SPC, Social Progress Credit)를 실험해왔다"며 "사회적기업에서 창출한 사회적가치를 연말에 측정하고, 현금으로 보상을 진행한 것이다. 실험의 목적은 사회적기업에 주는 금전적 인센티브가 실제로 효과적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간의 경험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실제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했다.

최 회장은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저비용 사회(low-cost society)'"라며 " 세금 부담은 줄고, 사회는 더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비즈니스에는 더 많은 여유가 생기는 구조"라고 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더 빠른 이익을 추구하는 전통적 자본주의의 한계를 넘어서, 사회 전체 비용을 낮추는 ‘저비용 사회’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할때"라며 이를 위해 세 가지 협력 축을 제안했다

그는 "첫째, 한국과 일본은 모두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에너지를 함께 저장하고, 함께 공유하고, 함께 운용하면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둘째는 고령화로 급증하는 의료비 문제는 양국이 각각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중복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보험 체계가 다르더라도 일부 상호 인정 제도를 도입하면 양국의 고령층이 서로의 의료·요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사회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셋째는 스타트업 협력을 통해 한·일 양국을 ‘사회 문제 해결 테스트베드’로 만들 수 있다"며 "사회 문제를 해결한 스타트업에 사회적가치 크레딧을 부여한다면 사회 비용 절감과 혁신 생태계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접근은 한·일이 공동으로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