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잠수함은 한국서 짓고, 원자로도 자체 기술로..연료는 미국서 "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한국에 주는 방향으로 정해져"
전작권 전환도 속도…“이재명 정부 임기 내 가능성”
국방비 GDP 3.5% 조기 달성…미국산 무기 250억달러 구매
주한미군 관련 우려는 완화…“현 수준 유지” 문구는 빠져
한미동맹 확장억제 강화…북핵·대만해협·영유권 문제 포괄

[포쓰저널] 경주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가 14일 공개되면서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를 공식 승인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이번 조치는 한국이 수십 년간 추진해 온 핵잠 확보에 결정적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직접 요청해 동의를 받아낸 사안이 문서로 담긴 것은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브리핑을 열고 “한미 양국은 대한민국의 오랜 숙원이자 한반도 안정의 필수 전략자산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팩트시트에도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고, 연료 조달 방안 등 조선 사업 요건을 진전시키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명시됐다.
정부는 핵잠의 건조 장소는 한국 내로 사실상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정상 간 논의는 처음부터 한국 건조가 전제였다”며 “잠수함은 여기서 짓고, 원자로도 자체 기술로 가능하며 연료는 미국에서 받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한화오션 인수)를 언급했던 적이 있어 실무 협의 과정에서 기술·시설 문제를 둘러싼 추가 논의가 남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핵잠 연료인 농축 우라늄 공급 역시 기존 한미 원자력협정(평화적 이용에 한정)을 넘어서는 별도 협정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의회 승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문제도 협의 대상이다.
위성락 실장은 원자력 잠수함 도입을 위한 한미 간 원자력협정 개정 후속협의와 관련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한국에게 주는 방향으로 정해졌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두 문제(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해서 방향이 정해졌고 양측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후속 협의는 그걸 어떻게 이행할까 하는 쪽으로 이뤄질 것이다. 많은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큰 줄거리와 방향은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원잠 절차와 관련해선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받은 핵물질을 군사적 목적에 쓰는 것인데 핵물질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려면 몇 가지 절차적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기술적 문제를 포함해 연료 문제 등 협의를 해야 하는데, 필요하다면 뭔가 개정하거나 새로운 협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방법이 있는데 가령 호주의 오커스 협정을 참고해 미국 원자력 법상 91조 예외 조항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하는 등 방법이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며 "모든 것을 앞으로의 협의에 달려있다"고 했다.
또 "농축 재처리 문제는 누차 말했듯 순전히 경제적 산업적 목적에 의해 우리가 추진하는 것"이라며 "거기에 어떤 군사적 논의도 없고 그것은 핵 잠재력이나 핵무장론과도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입장을 당부하니 오해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구체적 시간표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 기존 협정을 조정해야 하는데 얼마 만큼 조정할지는 협의 결과에 따라 달려있다"면서도 "협의 시기가 정해져있지는 않지만 조속히 실무적인 협의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했다.
군은 2030년대 중반 이후 5천t급 이상 핵잠 최소 4척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예산은 KF-21 사업(총 16조5천억 원)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잠 승인과 함께 한미 정상은 ‘동맹 현대화’의 핵심 과제인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팩트시트에는 “양 정상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한다”고 명시됐다.
이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를 통해 한반도 방위의 주도적 의지를 확고히 했고, 미국도 이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한미 국방장관도 4일 SCM(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2단계 FOC(완전운용능력) 검증을 2026년까지 마무리하고, 전작권 전환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내년 FOC 검증이 끝나면 마지막 단계인 FMC(완전임무수행능력) 평가로 넘어갈 수 있다.
FMC는 정성 평가 비중이 높아 사실상 정상 간 ‘정무적 결단’이 좌우한다는 점에서, 2027년 이후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팩트시트는 한국의 국방비를 국내 총생산(GDP) 대비 3.5%로 조속히 인상하기로 했다는 점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환영한다”고 명시했다. 정부는 연 8% 안팎 국방비 증액을 통해 2035년 이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250억달러(약 36조4천억원)를 구매하기로 했다.
이는 F-35A 2차 사업, 대형기동헬기, 해상작전헬기, 항공통제기, 해상탄도탄요격 기종 등 대규모 무기 도입을 포함한다.
미국산 장비 구매 대폭 확대는 확장억제 강화와 주한미군 안정화를 위한 ‘전략적 패키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2기 취임 이후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거론됐던 상황에서, 팩트시트는 미국이 “지속적인 주한미군 주둔을 통한 대한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명시했다.
다만 2008년 이후 SCM 문서에 반복돼 온 “주한미군 전력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문구는 빠졌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새 국방전략(NDS)을 수립 중인 점을 고려하면 전력 조정·재배치 여지를 남겨두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팩트시트는 2006년 합의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양해를 재확인했다.
즉,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필요성을 존중, 미국은 한국 의사와 무관한 역내 분쟁 개입은 하지 않음이라는 기존 원칙을 유지했다.
미국은 동시에 한국이 법적 요건에 따라 주한미군에 33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환영했다.
이는 방위비분담금뿐 아니라 기지·시설 제공 등 간접지원까지 포괄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SMA(방위비 분담금) 추가 증액 효과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국 정상은 미국이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활용한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기존 공약을 재확인하고, 핵협의그룹(NCG)을 통한 협력 강화를 명시했다.
또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2018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 대북정책 긴밀 공조, WMD·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 촉구 등을 공동으로 천명했다.
대만해협 안정,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등 역내 지정학적 사안에 대해서도 양국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해 미·중 경쟁 구도 속 한미 공조를 강화했다.
이번 팩트시트는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확보, 전작권 전환 가속, 미국산 무기 대규모 구매, 주한미군 주둔 원칙 재확인, 한국의 국방비 증액, 확장억제·동맹 현행화 등 핵심 안보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편하는 내용이 한꺼번에 담겼다.
핵잠 승인과 전작권 전환 가속은 한국 안보정책의 ‘30년 묵은 과제’로 평가돼, 이번 합의가 향후 수십 년간 동맹 구조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