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우선 심사' 규정 없앴지만 불공정 논란 여전
崔, 거취표명 부담없이 사실상 자동 후보 가능
후추위 사외이사들 崔가 선임..접대성 외유 논란도
유사 구조 KT 국민연금 비판 후 구현모 연임 무산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포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3연임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최 회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7월 회장직에 취임한 뒤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 5년 5개월째 포스코 사령탑을 꿰차고 있다.

3연임에 성공하면 최 회장은 포스코 55년 역사상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기록을 세우게 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일부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KT 사례에 비춰볼 때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공정한 측면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21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의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후추위는 회장 후보군 자격 요건으로 ▲경영 역량 ▲산업전문성 ▲글로벌 역량 ▲리더십 ▲진실성·윤리성 등을 내세워 후보군 선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는 후추위 구성 직전인 19일 이사회에서 현직 CEO가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다른 후보자들보다 우선 심사하던 이사회 세부운영규정(정관)을 폐지했다.

현직 회장의 연임을 우선 심사하는 것이 사실상 '셀프 연임제'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 회장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인다.

후추위의 구성원과 권한을 고려했을 때 선출 방식 변화가 사실상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외이사 7인 중 6인이 최 회장의 재임 기간 중 선임됐고 이들은 회장 후보군을 추리고 심사·선발하는 전 과정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쥐고 있어  종전 '셀프 연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 3년전 2연임 때와는 달리 거취 표명에 대한 부담없이도 차기 회장 후보군에 오를 수 있는 여건이 됐다.

그가 11일 자사주 3억원어치를 매입한 것도 3연임 도전을 염두에 둔 제스추어라는 분석이 나왔다.

후추위 위원인 사외이사들과 최 회장의 부적절한 처신은 이런 의심에더욱 힘이 실리게 했다.

최 회장은 8월 사외이사들을 데리고 캐나다에서 이사회를 핑계로 골프를 치는 등 접대성  외유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외유 당시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이 예고된 상태였는데 전년도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 사태마저 망각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변경된 정관은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도록 했고 현직인 최 회장은 사실상 자동으로 후보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가 됐다.

윤석열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최 회장 입장으로서는 3연임 의지 표명 부담없이 '기울어진 운동장' 에 오르게 된 셈이서 정관 변경은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사실상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고 나오면서 최 회장에도 졸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의 지분 6.71%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회장 연임이 무산되며 상당기간 경영공백기를 겪어야 했던 KT의 사례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포스코와 같이 소유분산기업인 KT도 정부와 국민연금이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대표 선임에 차질이 빚어진 바 있다.

당시 KT 이사회는 구현모 전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추천하기로 의결했지만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은 KT 대표이사 연임 추진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 "경선이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후 연임을 노리던 구현모 당시 대표, 구 대표와 가까운 윤경림 KT 당시 사장이 잇따라 낙마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차기 회장 선출은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희재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공과대 교수)은 입장문을 통해 "후추위는 신(新) 지배구조 관련 규정에 정한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차기 회장 심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만약 현 (최정우) 회장이 3연임을 위해 지원한다면 그건 개인의 자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추위는 현 회장의 지원 여부에 전혀 관계없이 오직 포스코의 미래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어느 누구에게도 편향 없이 냉정하고 엄중하게 심사에 임할 것"이라며 "심사 과정은 수시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후추위는 내년 1월 8일까지 20∼30명 규모의 1차 면접대상(롱리스트)를 꾸리고, 1월 말에는 다시 후보군을 5명 내외로 압축해 2차 면접대상(숏리스트)을 추릴 예정이다. 

내년 2월에는 최종 면접대상(파이널리스트)로 좁혀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해 이사회에 추천한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 임기는 내년 3월 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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