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노동부 앞 '진상조사 촉구' 1인 시위
26일 낙농가 참여 푸르밀 본사 앞 집회

 

김성곤 푸르밀 노조 위원장이 21일 세종 고용노동부 앞에서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푸르밀 노조
김성곤 푸르밀 노조 위원장이 21일 세종 고용노동부 앞에서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푸르밀 노조

 

[포쓰저널=이현민 기자] 푸르밀 노동조합이 회사의 일방적인 정리해고 통보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21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 1인 시위에 이어 26일에는 노조, 낙농가 등의 단체가 본사 앞에서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집회도 진행한다.

이날 1인 시위를 진행한 김 위원장은 푸르밀이 말로만 노사 상생을 외칠 뿐 직원들의 형편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노동부가 진상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정리해고가 필연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경영을 잘못해 회사를 위기에 빠트렸으면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해결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360여 명(본사포함)의 직원들을 내쫓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24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자금사정 악화, 양도·인수·합병 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또 사용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해 노조에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와의 면담을 일절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원하고 있다”며 “신동환 사장은 직원들을 딱 한 번만 대면했으며 그 이후로는 직원들과 만나려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푸르밀의 사업 중단은 관계사인 대리점과 낙농업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푸르밀 노조에 따르면 푸르밀 직원은 본사와 전주·대구 공장(170명)을 합쳐 약 360명이다. 대리점은 500곳, 협력업체 직원 약 50명, 화물차 기사 약 100명도 타격을 입게 됐다.

푸르밀에 원유를 납품하는 대표적인 낙농가인 임실 지역 낙농가는 모두 24곳이다. 이들 농가가 날마다 납유하는 원유는 26톤(t) 규모에 달한다. 

노조 관계자는 “이들 낙농가는 푸르밀에만 원유를 납품해왔는데 푸르밀이 사업을 중단하면 새로 납품할 곳을 찾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김성곤 푸르밀 노동조합 위원장은 현 사태가 신준호(85) 회장의 지시로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사장./사진=푸르밀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사장./사진=푸르밀

 

김 위원장은 “신 회장은 올해 초 약 30억원의 퇴직금을 받고 퇴사했지만 이후에도 수시로 회사에 출근하며 업무에 관여해 왔고 이번 정리해고 역시 차남인 신동환 사장에게 지시하면서 이뤄진 셈”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법인 자체는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정리해고 통보를 했으나 법인은 존속시키면서 법인세 혜택을 받으려고 한다는 것이 김 위원장 측의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현 사업과 직원들을 정리하고 법인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건설업을 시작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범 롯데가인 푸르밀은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가나 초코우유, 바나나킥 우유 등 유제품을 전문으로 제조 및 판매해온 기업이다. 2007년 4월 롯데햄에서 물적분할돼 롯데우유로 설립, 롯데그룹에서 분사했다. 당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지분 100%를 인수했다. 2009년에는 사명을 롯데우유에서 푸르밀로 바꿨다.

지난해 12월 신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 차남 신동환(53) 사장과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던 푸르밀은 신동환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집회를 통해 정리해고를 막아내고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경제성이 없는 라인을 없애고 그나마 생산성이 있는 라인에 집중한다면 회사를 충분히 살릴수 있다. 대구, 전주의 주요 생산라인을 다른 업체에 매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푸르밀은 지난 17일 불가피한 사정으로 11월 30일부로 모든 사업을 종료한다며 본사 일반직과 전주·대구 등 공장 생산직 사원 등 400명이 넘는 전 직원에 이메일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이메일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로 알렸다.

푸르밀의 영업 손실액은 2020년 113억원, 지난해에는 12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780억원으로 전년 1878억원에서 5.2% 줄어드는 등 지속해서 감소세다.

푸르밀은 5월부터 회사 매각을 위해 LG생활건강과 SPC 등과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불발됐다.

올해 4월 기준 푸르밀의 지분은 신준호 회장 60.0%, 신동환 대표 10.0%, 신 회장의 딸인 신경아씨 12.6%), 손자인 신재열과 신찬열 지분은 각각 4.8%, 2.6%다. 우리사주 지분은 6.3%, 푸르밀 3.7% 등이다.

4월 현재 자산총계는 866억원, 부채총계는 723억원, 자본 총계는 143억원이다. 

푸르밀 연간 실적 추이.
푸르밀 연간 실적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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