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포쓰저널] OCI그룹과의 통합 여부를 가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미약품그룹 대주주 일가인 모녀(송영숙 회장 및 임주현 사장)와 형제(임종윤·임종훈 사장)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예상을 뒤엎고 통합에 반대하는 형제들 손을 들어준 가운데 계열사 대표 및 본부장 9명은 통합 찬성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명하고 나섰다.  

25일 한미약품그룹에 따르면  본부장 및 계열사 대표 9명은 이날 "한미-OCI그룹 통합에 적극 찬성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성명을 낸 9명은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이사 ▲북경한미약품 임해룡 총경리 ▲온라인팜 우기석 대표(현 부광약품 대표) ▲제이브이엠 이동환 대표 ▲에르무루스 박중현 대표(한미그룹 커뮤니케이션) ▲김나영 전무(신제품개발본부장) ▲박명희 전무(국내사업본부장) ▲신성재 전무(경영관리본부장) ▲최인영 전무(R&D센터장) 등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한미그룹 책임리더는 글로벌 한미를 향한 OCI그룹과의 통합을 전적으로 찬성한다"며 "송영숙 회장을 임성기 선대 회장의 뜻을 실현할 최적임자로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송 회장을 중심으로 하나 돼 글로벌 한미를 향한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차세대 한미 리더로 임주현 사장을 추대하며, 임 사장이 임성기 선대회장의 R&D(연구개발) 철학을 이어나갈 최적임자임을 밝힌다"면서 "이번 주총에서 주주님들께 한미의 미래를 선택해 달라는 강력한 제언을 말씀드린다. 한미가 해외 자본에 의해 휘둘릴 수 있는 리더십을 결단코 반대하며, 임성기 선대회장이 남긴 우리 유산을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그룹은 22일 한국을 방문한 미국 바이오벤처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의 창립자인 윌리엄 라이스(William Rice) 회장의 통합지지 발언도 공개했다.

2021년 한미약품이 앱토즈에 백혈병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 이전한 바 있다. 라이스 회장은 생명과학 분야 과학자이자 신약개발 업무에 25년 종사한 전문가다.

라이스 회장은 한미와 OCI 그룹통합에 대해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이종결합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며 "한미와 OCI의 비전은 결국 글로벌이라는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OCI는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제약분야에서 연구·개발·제조 등 의약품 생산 전 단계를 소화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었고, 그 모든 자질을 갖춘 파트너 한미를 발견한 것"이라며 "한미 입장에서도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창업주 임성기 회장이 그렸던 꿈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국제적 입지를 구축하는 것이었고, 이를 도와줄 완벽한 파트너가 OCI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라이스 회장은 "로슈, 산도스, 바이엘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화학회사였다. 글로벌 제약 산업에서 이종 결합은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며 이번 통합을 한미의 묘수라고 했다.

그는 "파트너사(앱토즈)로서도 이번 통합을 '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파트너사인 우리에게는 한미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게 플러스가 되지 마이너스가 될 이유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임종윤·종훈 사장 측도 이날 입장문을 내어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한 번도 팔 생각을 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어떤 주식 매도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전날 임종윤·종훈 사장을 향해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 더해 매각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반박에 나선 것이다.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임주현 사장의 보호예수 제안에 대해서도 "경영권을 통째로 넘기고 본인 것도 아닌 주식(OCI 측 지분)을 보호예수 하겠다는 것"이라며 "맥락 없는 제안을 갑자기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저의가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임주현 사장이 임종윤 사장에 대해 '자신이 무담보로 대여해 준 266억원을 상환하고 채무 상황과 투자유치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임주현 사장은 전날 입장문에서 "저와 어머니(송영숙 회장)는 현실적인 상속세 문제를 타개하면서도 한미그룹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식으로 OCI와의 통합을 선택한 것인데 오빠와 동생은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 더해 매각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합이 마무리되면 OCI홀딩스에 요구해 향후 3년간 한미사이언스의 주요 대주주 주식을 처분없이 예탁하겠다. 오빠와 동생도 3년간 지분 보호예수를 약속해 주시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또 "오빠와 동생은 ‘시총 200조’라는 지금으로서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곧 1조원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면서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주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문제인 상속세 문제와 관련하여 오빠와 동생은 상속세 잔여분 납부에 관한 실질적, 구체적인 대안과 자금의 출처를 밝혀 주기 바란다고 했다.

임 사장은 "저 또한 상속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무담보로 오빠에 게 빌려준 채 돌려받지 못했던 266억원의 대여금을 즉시 상환할 것을 촉구하며, 익일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고자 한다"고도 했다.

형제 지지를 선언한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을 향해서는 "선대 회장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미그룹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함께 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선대 회장님의 작고 이후, 그리고 최근 OCI와의 계약 과정에서 서운함을 드렸다면 그 또한 대주주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다만 "이러한 거래 과정에서 아무리 주주라 하더라도 거래 정보를 미리 알려드리는 것은 회사는 물론 신 회장님께도 누를 끼치는 일이었다"면서 "개인적인 서운함을 뒤로 하시고 지금까지 처럼 한미그룹의 미래를 위해 큰 어른으로서 저희를 응원해 주실 것을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지난해 말 현재 12.15%로, 한미그룹 창업주 일가를 제외하고는 가장 지분이 많다.

주주들에게 임주현 회장은 "OCI와의 통합이 마무리되면 첫번째 이사회에서 어머니와 이우현 회장은 1차적으로 한미사이언스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포함하는 보다 획기적이고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할 것을 약속드린다"면서 "이후로도 주주가치 제고를 제1의 경영원칙으로 삼을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송 회장과 임주현 실장은 지분 19.85%를, 임종윤·종훈 형제는 19.3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미그룹 창업주 일가를 제외하고는 가장 지분이 많은 신 회장이 형제의 손을 들어주면서 한미약품 통합 여부는 28일 열리는 주총에서 국민연금(7.66%)과 소액주주 등 기타주주의 선택에 달리게 됐다.

글로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회사 측 후보 전원 찬성·임종윤 사장 측 후보 전원 반대를 권고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도 회사 측 후보 전원 찬성, 임종윤 사장 측 후보 전원 반대를 권고했다.

한국ESG평가원은 임종윤 사장 측의 주주제안에 찬성을 권고했다. 한국ESG기준원은 송 회장 등 현 경영진이 제시한 이사진 후보 6명에 대해서는 불행사, 임종윤 사장 측이 제안한 이사 선임안 5건 가운데에는 4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ISS는 양측 모두에 대해 일부 후보 찬성·일부 반대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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