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장·차남 측 지지 선언
한미 "'글로벌 한미' 위해...통합 계속돼야"
가처분 재판이 변곡점될 듯..금주 결판 전망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포쓰저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을 결정지을 한미사이언스의 주주총회 결과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에 빠졌다.

통합을 추진 중인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모녀와 통합을 반대하는 장·차남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키맨'으로 꼽혔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장·차남의 손을 들어줬다. 

장·차남이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 결과와 국민연금, 소액주주들의 표심 향배에 따라  통합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4입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신 회장이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형제를 지지하고 나선 데 대해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하면서 신 회장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그룹 통합 결정에 상속세 재원 마련이 단초가 된 것은 맞다면서도 "매년 약 7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평택 바이오플랜트, 파트너사와 함께 글로벌 3상을 진행하던 신약이 여러 문제로 개발이 중단돼 국내 신약으로만 한정해 개발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 파트너사의 경영 조건에 의해 후보물질이 반환됐던 경험 등과 같은 한계를 뚫고 나아가야만 '글로벌 한미'라는 비전에 도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미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 제약·바이오를 모르는 회사에 한미를 넘길 수 있느냐' 등 주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감정적 호소와 한미의 미래는 분리돼야 한다. 글로벌 한미, 제약강국을 위한 길을 위해서는 누구와도 손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통합 결정을 지지해 줄 것을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앞서 신 회장은 임종윤 사장 측이 한미사이언스 새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을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그는 한미와 OCI의 그룹 통합 추진에 대해 "한미약품그룹 비즈니스와 연관성이 낮은 기업과의 경영권 거래"라며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 해당 대주주들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특히 "일부 대주주가 다른 대주주들 혹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에게 회사 주요 경영과 관련한 사안을 일절 알리지 않고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지배구조 및 경영권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거래를 했다"며 이번 통합 과정에서 임종윤 사장 형제와 자신 등이 논의에서 배제된 것과 임성기 회장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 해결이 통합의 주된 이유가 됐음을 문제 삼았다.

그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2.15%로, 한미그룹 창업주 일가를 제외하고는 가장 지분이 많다. 때문에 통합을 결정 지을 '키맨'으로 불려왔다. 

신 회장이 형제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7.66%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과 20.5%의 소액주주에 의해 통합이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송 회장과 임주현 실장이 지분 21.86%를, 임종윤·종훈 형제가 20.47% 지분을 각각 가진 상태로, 양측은 주총 직전까지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등의 표심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번주로 예정된 가처분 신청 결과도 변수다. 

가처분은 통합 방법 가운데 하나로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에 유상증자 형태로 일부 지분을 넘기기로 한 데 대해 임종윤 사장 측이 1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진 3자 배정 유상증자는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신주발행을 막아달라고 수원지법에 제기한 사건이다.

앞서 두 차례 열린 심문에서 양측은 통합 결정이 있기 전 한미사이언스가 경영권 분쟁상태에 있었는지 뿐 아니라 신주발행이 경영상 목적에 필요한 것인지, 통합과정에서 임종윤 사장 등 주주권리 침해가 있었는지 등 여러 쟁점을 놓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면 법적 논란이 일단락되며 통합 절차에 탄력이 붙겠지만, 가처분을 받아들인다면 신주발행을 통해 OCI가 갖게 될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예정대로 이전되지 못하며 통합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주총에서는 앞으로 한미그룹 경영을 이끌어갈 새 이사진을 놓고 통합 찬반 양측이 각자 후보를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 현 경영진은 장녀 임주현 그룹 전략기획실장과 통합 파트너인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포함해 6명의 선임안을 제출했다.

반면,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자신들을 사내이사로, 임종윤 사장이 최대 주주인 바이오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의 권규찬 대표 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해 달라는 것을 포함해 5명의 선임안을 주주제안했다.

주총에서는 양측 후보자 11명 선임안을 일괄 상정해, 다득표순으로 최대 6명이 선임되게 된다.

현 이사진이 송 회장을 포함해 4명인 만큼, 임종윤 사장 측이 제안한 후보가 모두 선임된다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해 통합 결정을 되돌릴 수도 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통합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냈다. 

한국ESG기준원은 임종윤 사장 측 이사진 선임안 5건 가운데 4건에 대해 찬성 권고했고, 글래스루이스는 회사 측 후보를 전원 찬성하고 임종윤 사장 측 후보는 전원 반대했으며, ISS는 양측 모두에 대해 일부 후보 찬성·일부 반대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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