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 슬롯도 파리 등 4개 반납..EC 두달후 결론 예정
대한항공, 아시아나에 긴급 운영 자금 공급

 2023년 10월 31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착륙한 아시아나 화물기가 이동하는 사이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연합
 2023년 10월 31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착륙한 아시아나 화물기가 이동하는 사이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연합

 

[포쓰저널=송신용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2일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을 가결하면서 대한항공의 기업결합안이 가장 까탈스런 유럽연합(EU) 문턱을 넘을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자금난 수렁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독자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할 상황에서 알짜 사업을 스스로 도려내는 고육지책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EU 관문을 뚫기 위해 여객운송 슬롯도 상당수 반납해야 상황이다.

두 항공사 결합이 최종 성사된다고 해도 '차떼고 포떼고' 상태서 사업확대 시너지가 얼마나 있을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오전 7시 30분경 서울 모처에서 속행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는 사내이사인 원유석 대표를 비롯해 사외이사인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위원장,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총 5명이 참석했다.

사내이사였던 진광호 안전·보안실장(전무)은 10월 30일 이사회 직전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명한 데 따라 출석하지 않았다.

참석 이사 5명 가운데 찬성 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동의 안건을 가결 처리했다.

원 대표와 사외이사 2명이 화물사업 매각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매각에 대해  EU 승인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측은 "경쟁환경 복원을 위해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시정조치 방안을 제안했으나, EC에서 모두 불수용했다"며 "EC와 협의한 결과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화물사업 매각’을 시정조치안으로 제출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고 밝혔다.

대한항공도 이날 이사회에서 기업결합과 관련해  EU 경쟁당국에 제출할 시정조치안 및 아시아나항공과의 신주인수계약 합의서 체결을 승인했다. 

대한항공은 "양사 이사회 승인에 따라 유럽 경쟁당국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하게 되었으며, 남은 기업결합심사 과정에 긍정적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최종 시정조치안 제출을 기점으로 빠른 시일 내에 EC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남아 있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고 했다.

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은 고용승계 및 유지를 조건으로 매각을 추진할 것이고 양사간 자금 지원 합의 체결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에 유동성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고 했다.

시정조치안 제출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서 받는 계약금 및 중도금의 인출 , 사용이 일부 가능해 진다.

EC로부터 기업결합승인을 받을 때까지는 운영자금 용도로만 사용이 제한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신규 영구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기존 영구CB는 전액 상환한다.

EC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면 그 직후에 인수계약금 3천억원 중 150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전환한다.

EC 조건부 승인 직후 신주인수거래 기한도 2024년 12월 20일까지로 확정할 방침이다.

원유석 대표는 이날 사내 공지글을 통해 이번 합의서 체결로 회사가 자본 확충의 기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원 대표는 “우선 기존 영구전환사채 3000억원을 유리한 금리조건으로 차환해 2년간 약 470억원의 금융비용을 절감하고 회사 운영자금의 부족분에 대해서는 7000억원 한도내에서 사용 가능하게 됐다”며 “M&A가 진행되는 기간의 재무적 부담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또 “M&A 거래의 불확실성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행보증금(1500억) 조항을 신설했고 그 외에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금원을 거래 무산 시 영구전환사채 및 대여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고용과 관련해선 "고용승계및 유지 조건으로 화물사업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며 "대상 직원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한편, 원활한 합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도 마련할 것이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에어인천·에어프레미아 등 4개사를 상대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거론된 LCC들은 아직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객사업의 경우 EU 4개 중복노선에 대한 국내 타 항공사 진입을 지원할 방침이다.

EU 시정조치안에 포함된 중복노선은 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 노선이다.

시정조치안을 제출하면 EC는 내년 1월 말 심사 및 승인을 마무리할 것으로 대한항공은 예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EU 외에도 미국, 일본 공정당국의 승인 절차도 남겨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 법무부(DOJ)와도 시정조치 방안 협의를 통해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고 일본 경쟁당국에도 시정조치안 협의가 완료되는대로 정식신고서를 제출 후 내년 초 심사 종결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항공은 승인 대상국 14개국 가운데 11개국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등 직원들의 반발을 잠재워야 하는 과제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일반노조)와 조종사노조(APU), 소수 조종사노조인 열린조종사노조는 모두 화물 사업을 다른 항공사에 넘기는 방식의 매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반노조는 EC에 기업결합 반대 서명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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