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 '자기장'을 이용해 무선으로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야 하는 외과적 수술과 달리 최소 침투와 무선 방식으로 뇌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파킨슨 외에도 알츠하이머병, 뇌전증 등 여타 뇌신경 질환에도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나노의학 연구단 천진우 단장(연세대 언더우드 특훈교수)과 곽민석 연구위원(연세대 고등과학원 교수) 연구팀은 자기장을 이용해 뇌 심부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파킨슨병 치료가 가능한 ‘나노-자기유전학 기반 뇌심부자극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은 운동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되며 몸의 떨림과 경직, 자세 불안정 등 운동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고령화로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다. 약물요법으로도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 환자에게는 증상 완화를 위해 외과적 수술인 DBS(뇌심부자극술)이 시도된다.

DBS는 뇌 심부에 전극을 심고 흉부 피하에 설치되는 자극 발생기를 통해 뇌에 전기자극을 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야 하고, 쇄골 아래 혹은 겨드랑이 피부도 절개해야 한다. 

증상을 완화시킬 순 있지만 뇌출혈, 조직 손상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전기자극이 가해지는 동안에만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단점도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나노-자기유전학'을 DBS에 적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나노-자기유전학은 자기장을 이용해 뇌의 특정 신경세포를 무선으로 활성화해 뇌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나노-자기유전학 기반 뇌심부자극술'은 뇌 심부에 자성을 띠는 나노 크기의 입자를 주입한 뒤, 자기유전학 장치를 이용해 자기장 자극을 보내 신경세포 활성화를 유도한다.

자기유전학 장치는 MRI 장비와 비슷한 크기(중심 지름 70cm)에서 구동할 수 있어 사람의 뇌 심부까지 비침습적으로 자기장 자극을 전달할 수 있다.

운동 장애를 가진 파킨슨 모델 쥐에 이 기술을 적용해 자기장 자극을 주었더니 뇌 특정 영역인 시상하핵(STN) 신경세포가 10배 이상 활성화됐다. 균형감각과 운동성이 약 2배 이상 향상돼 정상에 가까운 운동 능력을 보여준 것도 확인했다. 

STN 대뇌반구와 중뇌 사이에 위치한 핵으로, 운동 제어와 기타 뇌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2주간 매일 반복해 자극을 받은 파킨슨 쥐는 자극을 중단한 24시간 후에도 회복된 운동 능력이 약 35% 유지됐다. 

전기자극이 가해지는 동안에만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기존 DBS 방식과는 달리, 나노-자기유전학 기반 DBS는 치료 효과가 지속된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천 단장은 "나노-자기유전학을 활용하면 기존 DBS 방식보다 비침습적이고 정밀하게 신경세포를 자극해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가 가능함을 보여줬다"면서 "파킨슨병뿐 아니라 뇌전증,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신경 질환 연구 및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IF 12.262)'에 지난달 10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