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나노의학 연구단,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구현
[포쓰저널] 딱딱한 금속 소재 대신 부드럽고 문신처럼 얇은 전자회로로 뇌파(신경신호)를 송·수신할 수 있는 새로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개발됐다.
뇌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고, 측정 기간도 8배 이상 늘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뇌전증 등 뇌질환 환자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에게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13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이 연구원 나노의학 연구단 천진우 단장 및 박장웅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뇌 조직처럼 부드러운 인공신경 전극을 쥐의 뇌에 이식하고, 3D프린터로 전자회로를 두개골 표면에 인쇄해 뇌파를 장기간 송수신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BCI는 뇌파를 통해 외부 기계나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몸이 불편한 환자에게 도입되면 자유롭고 정확한 의사 표현을 도울 수 있어 최근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BCI의 핵심은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감지하는 삽입형 신경 전극과 감지된 신호를 외부 기기로 송·수신하는 전자회로다.
기존 기술은 딱딱한 금속과 반도체 소재로 이뤄진 전극과 전자회로를 사용해 이식 시 이질감이 크고, 부드러운 뇌 조직에 염증과 감염을 유발한다는 문제가 있다.
뇌에 발생한 손상이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방해해 장기간 사용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 개발된 BCI 장치들은 뇌질환 말기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최후의 수단 정도로만 사용됐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고형의 금속 대신 뇌 조직과 유사한 부드러운 갈륨 기반의 액체금속을 이용해 인공신경 전극을 제작했다.
제작된 전극은 지름이 머리카락의 10분의1 수준으로 얇고, 젤리처럼 말랑말랑해 뇌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3D 프린터로 두개골 곡면에 따라 전자회로를 얇게 인쇄한 뒤 뇌에 이식했다. 이렇게 구현한 BCI는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얇아 문신처럼 이식 후에도 두개골 외관에 차이를 발생시키지 않았다. 기존 전극의 이물감과 불편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이 구현한 인터페이스는 여러 개의 신경 전극을 이식할 수 있어 다양한 뇌 영역에서의 신호를 동시에 측정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뇌 구조에 맞춰 맞춤형 인터페이스 설계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 유선 전자회로를 사용한 기존 기술과 달리 무선으로 뇌파를 송수신할 수 있어 환자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체 형태인 기존의 인터페이스로는 신경신호를 1개월 이상 측정하기 어려웠지만 연구팀이 진행한 쥐 모델 동물실험에서는 신경신호를 8개월 이상(33주) 안정적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박 교수는 "뇌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33주 이상 신경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면서 "이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뇌전증 등 다양한 뇌질환 환자 및 일반 사용자에게 광범위하게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연구는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정현호 교수, 장진우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달 27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