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단위로 쪼개 반도체 장비 불법 수출 

경기도 평택시 고덕산업단지 내 삼성반도체 공장. /평택시
경기도 평택시 고덕산업단지 내 삼성반도체 공장. /평택시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장비 자회사 세메스의 반도체 세정 장비 기술을 중국에 불법 유출한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안동건 부장검사)는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반도체 장비제조업체 실운영자 ㄱ씨 등 임직원 4명을 구속기소 했다.

ㄱ씨 회사에 근무하며 반도체 장비 설계 업무를 담당한 직원 3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ㄱ씨는 2022년 5월 친동생 ㄴ씨가 기술 유출로 구속되자 운영하던 반도체 장비제조업체를 대신 운영하면서 지난해 5월 ㄴ씨가 설계한 기존 장비의 외관을 변경한 반도체 세정 장비를 중국 경쟁 업체로 불법 수출해 총 34억원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세메스 연구원 출신인 ㄱ씨는 2019년 반도체 장비제조업체를 설립한 뒤 2018년 3월부터 3년여간 세메스의 영업 비밀인 반도체 습식 세정 장비 제작 기술 등을 부정 사용해 장비 도면을 만들어 710억원 상당의 장비 14대를 제작, 중국 업체 등으로 수출한 혐의 등을 받았다.

세메스는 삼성전자가 최대 주주(2023년 6월 기준 91.54%)인 반도체 장비 제조회사이다.

ㄴ씨와 범행한 세메스 전 직원 등은 당시 세메스 협력업체에 부탁하거나 세메스에서 퇴직할 때 관련 정보를 반납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정 장비 기술 정보와 설계도면 등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했다.

2건의 기술 유출 사건으로 각각 기소돼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ㄴ씨는 최근 항소심에서 형량이 징역 10년으로 늘었다.

ㄱ씨 등은 지난해 8월 검찰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수출을 위해 인천항으로 이동 중이던 21억원 상당의 세정 장비까지 압수하자, 8차례에 걸쳐 부품을 '쪼개기' 방식으로 중국으로 수출해 현지 공장에서 이를 조립, 제작하는 방식으로 대금 26억원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들은 부품을 쪼개서 수출하면 장비 수출 기록이 남지 않는 점을 이용했다.

ㄱ씨는 범죄 수익금 12억원을 ㄴ씨의 아내 계좌에 은닉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검찰 수사로 세메스 장비를 베낀 기존 장비의 설계 및 제작이 어려워지자 중국 경쟁 업체와 공모해 현지에서 세정 장비를 제작하기로 하고 중국 현지에 법인 설립을 완료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엄중한 처벌을 통해 기술 유출 범죄를 막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일깨워준 사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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