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김지훈 기자]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면서 두 코인을 개발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전방위적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991년생으로 올해 만 30살인 권 대표는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 불리며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의 거물로 통했다. 올해만 무려 15억 달러(약 1조930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것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그를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인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2018년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 신현성 대표와 손을 잡고 테라폼랩스를 설립해 가격 변동이 크지 않도록 설계한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를 내놨다.

그는 두 코인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의 거물로 성장했다.

루나는 4월 119달러까지 오르며 암호화폐 시가총액 10위권 안에 들기도 했다. 테라 역시 스테이블 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 중 3위에 오르며 시총이 180억 달러에 달했었다.

테라폼랩스는 테라 블록체인 생태계의 기본 통화인 루나 공급량을 조절해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맞추도록 한 특이한 알고리즘을 채택해 코인을 발행했다.

다른 스테이블 코인이 실물자산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사업 초기에는 ‘폰지 사기’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코인을 통해 코인을 버는 방식은 코인판을 뒤흔들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루나 코인의 지지자인 ‘루나틱(Lunatic)’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가상화폐 부자가 된 그는 국내외 언론과는 접촉을 피하면서 루나틱과 트위터로 소통을 이어가 ‘한국판 머스크’로 불렸다. ‘stablekwon’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그의 트위터 팔로워는 66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 외신들은 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홈스 전 테라노스 CEO와 비교하며 그를 맹비난하고 있다.

루나와 테라가 일주일 만에 99% 폭락하며 글로벌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테라가 1달러 밑으로 추락하자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대량으로 찍어냈다. 루나로 테라를 사들여 유통량을 줄여 테라 가격을 올리고자 했으나, 두 코인의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이른바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이 나타났다.

권 대표는 코인 폭락을 해결하기 위해 15억 달러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테라폼랩스가 암호화폐 업계의 여러 기업과 접촉했으나 자금 조달에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코인데스크의 데이비드 모리스 수석 칼럼니스트는 “권 대표는 암호화폐의 엘리자베스 홈스”라며 “테라, 루나 폭락 사태를 둘러싼 소송과 형사 고발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권 대표가 루나의 근본 구조에 대한 비판에 ‘바퀴벌레’, ‘바보’라고 대응한 적이 있다”며 “그는 함선에 구멍을 낸 뒤 침몰하는 배의 구멍에 쏟아부을 자본을 찾고자 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에는 영국의 한 경제학자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모델의 실패 가능성을 지적하자 권 대표가 “난 가난한 사람과 토론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로 ‘테라가 2년 안에 최대 스테이블코인이 될 것’이라는 권 대표의 꿈이 산산조각난 것이다.

권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지난 72시간이 여러분 모두에게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분 모두와 함께 하기로 결심했고,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좋은 변호사와 경호원을 위해 돈을 저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모두가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도록 트위터에 숨지 말고 나와서 발표하라’는 등 투자자들은 반응은 냉담하다.

루나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13일 정오 현재 업비트에서 루나는 0.00000002 BTC(비트코인)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