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형 징역 40~50년보다는 낮아

2022년 12월 법원에 출두한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사진=AFP 연합
2022년 12월 법원에 출두한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사진=AFP 연합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32)가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루이스 카플란 판사는 뱅크먼-프리드에 대해 징역 25년형과 110억2000만달러(약 14조8637억원)의 재산 몰수를 선고했다.

카플란 판사는 “FTX 고객이 실제로 돈을 잃지 않았다는 뱅크먼-프리드의 주장을 기각한다”며 “그가 재판에서 위증한 것을 확인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뱅크먼-프리드는 자신이 한 행위가 범죄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권리라는 이유로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뱅크먼-프리드에게 내려진 형량은 검찰이 구형한 징역 40~50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에게 선고될 수 있는 법정 최고 형량은 징역 110년 형이었으며, 연방 보호관찰관은 징역 100년형을 권고한 바 있다.

반면 뱅크먼-프리드 측 변호사는 5년 반 미만의 형량을 주장했다.

선고에 앞서 뱅크먼-프리드는 최후 진술을 통해 FTX 고객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인정하고 고객들과 투자자, 직원들에게 사과했지만, 범죄 행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고객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부분에 대해 최소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모든 단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FTX 직원들을 언급하면서 "직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나는 그 모든 것을 버렸다“면서 ”그 기억이 나를 매일 괴롭힌다“고 했다.

세명의 FTX 직원은 뱅크먼-프리드가 알라메다리서치의 손실을 막기 위해 FTX 고객 자금을 사용하도록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뱅크먼-프리드의 변호사는 “그는 ‘무자비한 금융 연쇄 살인’이 아니라 FTX 붕괴 후 고객에게 돈을 돌려주려고 노력하는 ‘어색한 수학 괴짜’”라며 “그는 마음속에 악의를 품고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FTX의 투자자들이 그들의 자금을 대부분 회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플란 판사는 이런 주장에 결함이 있으며 FTX 고객들이 약 80억달러(약 10조7880억원), FTX의 투자자들이 17억달러(약 2조2922억원), 뱅크먼-프리드가 설립한 알라메다리서치 헤지펀드 대출기관들이 13억달러(약 1조7529억원)를 각각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의 부모인 스탠퍼드대 법학교수 조셉 뱅크맨과 바바라 프리드는 이날 법정에서 나온 뒤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가슴이 아프고, 아들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FTX는 바이낸스에 이어 업계 2위를 기록했던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였다. 하지만 2022년 11월 불과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대규모 예치금이 인출되는 사태가 일어나면서 FTX의 계좌에 80억달러의 구멍이 존재했음이 드러나면서 파산했다.

이후 몇 달 만에 뱅크먼-프리드의 전 여자친구를 포함해 FTX의 주요 임원이었던 3명이 유죄를 인정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면서 그가 벌여온 사기 행각이 드러났다.

뱅크먼-프리드는 2019년부터 FTX가 무너진 2022년 11월까지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려 FTX 계열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의 부채를 갚고 바하마의 호화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 등으로 2022년 12월 기소됐다.

그는 정치인들에게 최소 1억 달러의 돈을 뿌리는 등 정치 후원금을 불법으로 제공한 혐의도 받았다.

뱅크먼-프리드는 2022년 12월 FTX 소재지인 바하마에서 미국으로 송환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지난해 8월 보석이 취소되면서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아왔다.

이날 재판 결과에 대해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고객과 투자자를 속이는 행위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자신의 금융 범죄를 부와 권력 뒤에 숨길 수 있다고 믿는 사람, 또는 다른 누구도 이해할 만큼 똑똑하지 않다고 믿는 사람은 다시 생각해야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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