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삼성전자 계열사 안전보건실태연구보고서’ 발표
“과도한 경쟁시스템이 직원들 병들게한다” 지적
안전보건체계 강화 위해 노동조합 참여 요구
삼성전자 "일부의 일방적 답변을 사실인 것처럼 과장" 

2024년 3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 조사연구 보고회에서 이상수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킨이 반올림 상임활동가의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문기수 기자
2024년 3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 조사연구 보고회에서 이상수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킨이 반올림 상임활동가의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문기수 기자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삼성전자 주요 계열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52.1%가 우울증세를, 82.5%는 근골격계에 문제가 있다고 답하는 등 평균 임금노동자보다 훨씬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사를 진행한 연구자들은 아파도 출근하는 프리젠티즘 문화와 삼성 특유의 고과경쟁 시스템을 원인으로 꼽으며 평가시스템 개선과 노동자가 참여하는 보건안전체계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반도체 노동자의간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연구진과 함께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반올림 연구진들이 2023년 7월14일부터 올해 2월4일까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전자판매 직원 1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환경 및 위험유해요인 실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연구진들은 조사결과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자들의 건강상태가 참혹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삼성전자 65%, 삼성SDI 77%, 삼성전자판매 68%, 삼성전자서비스 72%에 달했다.

4개사 직원들의 평균 수명장애 비율은 70.5%로 2020년 임금 근로자 평균 (15%)보다 4배 더 많은 수치다.

우울증세 유병율은 삼성전자 45.8%, 삼성SDI 46.7%, 삼성전자판매 69.5%, 삼성전자서비스서비스 46.4% 로 나타났다. 4사 평균은 52.1%로 2020년 임금 근로자 평균(18.2%)의 2.84배에 달했다.

허리 디스크나 어깨 결림 등 근골격계 질환의 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한 노동자는 평균 82.5%에 달했다.

회사 별로는 삼성전자 81.4%, 삼성SDI, 75%, 삼성전자서비스 93.1%, 삼성전자판매 92.5%였다.

아프지만 출근해서 일을 하는 ‘프리젠티즘’ 비율도 높게 나왔다.

삼성전자 52.8%, 삼성SDI 64.5%, 삼성전자서비스 78.7%, 삼성전자판매 77.7%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우울증,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도 일하게 만드는 등 노동강도 강화요인으로 사업장내 고과평가, 과도한 업무량, 부족한 인력을 꼽았다.

특히 사업장 고과평가가 노동자들을 과도한 업무와 질병에 시달리게 만든다고 했다.

병가나 출산휴가를 사용하면 하위고과가 주어지게 되는 징벌적 고과제도 역시 문제로 거론됐다.

징벌적 고과평가 사례 중 하나로 2022년 삼성전자 북미법인에서 일어났던 ‘바퀴벌레 색출 지시 사건’이 거론됐다.

북미법인에서 근무하는 직원 ㄱ씨는 2019년 있었던 현지 공무원 상대로 접대성 불법 의료행위 관련 공익제보 관련자로 지목되면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2019년 있었던 불법의료행위 관련 공익제보로 인해 2021년12월 북미법인 법인장이 물러난 뒤 부임한 후임 법인장은 ㄱ씨를 본래 업무에서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방역 담당자로 배정했다.

후임 법인장은 2022년에는 10만평에 달하는 북미법인 사업장에서 혼자 바퀴벌레 서식지를 찾아내라는 업무지시를 하는 등 그를 괴롭혔고, ㄱ씨는 결국 질병을 얻어 6개월간 병가를 냈다.

병가를 낸 결과 하위고과를 받은 ㄱ씨는 억울함을 풀기위해 이같은 사실을 노조에 제보했고, 현재 회사에 하위고과에 대한 이의제기를 신청한 상태다.

ㄱ씨는 “애초에 불법의료행위 관련 공익제보자도 아니지만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된것도 억울한데, 말도안되는 지시로 인해 병을 얻어 병가를 사용한 것이 하위고과의 원인이라는 것도 납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계열사에서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또 다른 문제로 형식적인 안전교육이 지적됐다.

이상수 반올림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계열사 안전보건교육은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매우 형식적으로 진횡되고 있었다”며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교육에는 한계가 명확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까지 인터뷰한 삼성전자 계열사 직원들은 작업 과정에서 위험한 화학물질을 쓴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어떤 것이 발암물질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노동조합과 회사가 함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강화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관리자들의 과도한 실적 압박 역시 과도한 노동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삼성전자가 생산한 제품의 오프라인 판매를 담당하는 삼성전자판매 직원들은 관리자들이 스마트폰과 함께 밥솥, 태블릿 등을 판매하는 ‘연계판매’를 압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스마트폰을 판매할 때 나오는 판매보조금을 온전히 할인으로 진행하거나 할인 대신 밥솥이나 태블릿 등을 사은품으로 준다는 설명을 해야하는데, 연계판매 실적을 압박하는 관리자들 때문에 판매보조금 관련 설명을 일부러 누락하게 되는 등 불완전 판매도 자행된다고 했다.

삼성전자판매지회 김용민 지회장은 “휴대폰을 판매할 때 밥솥이나 태블릿을 판매하게 하고, 휴대폰만 단품으로 팔면, 관리자들이 조회시간 혹은 인트라넷 메신저를 통해 ‘왜 연계판매를 하지 않았는지’ 묻는다. 이 모든게 매출이랑 연결되기 때문에 그런것이고 직원들은 결국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측은 보고서 내용이 일부의 일방적 답변을 사실인 것처럼 과장했다며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뉴스룸을 통해 반박자료를 내고 “보고서가 특정 시점에 일부 응답자의 일방적 답변을 사실인 것처럼 과장했다”며 “4개사 일부 근로자의 설문조사를 근거로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전자판매 근로자 65~77%가 수면장애를 앟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명백히 사실을 왜곡한 허위주장이다”고 했다. 

이어 “직원들을 상대로 한 건강검진 결과를 많게는 10배 가량 수치를 과장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특정항목의 경우 수십배를 과장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일부 언론이 금속노조의 주장을 바탕으로 삼성반도체 직업병 관련 물질이 휴대폰,배터리 공장에서도 다량사용되고 있다 보도했으나, 이는 비과학적인 공포조장”이라며 "삼성은 관련 규정과 법률을 철저히 준수하며임직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3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 조사연구 보고회에서 삼성전자판매지회 김용민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문기수 기자
2024년 3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 조사연구 보고회에서 삼성전자판매지회 김용민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문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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