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병의원 모두 '초진'부터 허용
보건의료 재난경보 첫 '심각' 발령
전공의 8897명 사직·7836명 병원 이탈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나흘째 이어진 23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전남대학교병원 본관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내원객 사이로 입원 환자가 걸어가고 있다. 2024.2.23 /연합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나흘째 이어진 23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전남대학교병원 본관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내원객 사이로 입원 환자가 걸어가고 있다. 2024.2.23 /연합

[포쓰저널]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커지자 정부가 23일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그동안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초진' 환자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도 이날 부터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는 것이다.

경증환자를 비대면으로 돌려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대응을 강화한다는 취지인데,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을 전면 시행해 의사들을 '압박'하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피해 우려가 커짐에 따라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며 "정부는 이날부터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 대상 의료기관은 병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한 모든 종별 의료기관이며 의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경우 초·재진 모두 비대면진료를 실시할 수 있다.

비대면진료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을 고려해 '비대면진료·조제 실시 비율을 30% 제한', '동일 의료기관 내 환자당 월 2회 초과 금지' 규정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환자는 사전에 해당 의료기관이 비대면진료를 실시하고 있는지 확인한 후, 해당 의료기관에 비대면진료를 신청하면 된다.

의사는 비대면 진료 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처방전을 발급(최대 90일)한다.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우려 의약품, 사후피임약은 처방할 수 없다.

환자는 처방전을 전송할 약국을 지정하면 의료기관은 팩스, 이메일 등을 이용해 약국으로 처방전을 전송한다.

다만, 의약품 재택수령 범위는 현행 시범사업 기준이 유지된다.

본인 및 대리수령이 원칙이고 섬‧벽지 거주자, 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자, 장애인,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는 재택수령이 가능하다.

비대면 진료는 2020년 2월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일 때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지난해 6월 위기 단계가 하향되자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종료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시범 사업을 도입해 6개월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나, 98개 시군구의 응급의료 취약지역의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초진이라도 모든 연령대의 환자가 휴일(토요일 오후 1시 이후)이나 야간(평일 오후 6시 이후)에는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확대 방안은 6개월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없는,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대면 진료 확대는 예상됐던 것보다 이른 조치다. 당초 정부는 의료 현장의 상황이 더 악화한 뒤 비대면 진료 확대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치를 앞당긴 배경이 집단행동을 하는 의료계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주겠다는 의도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한 관계 부처별 대응계획이 논의됐다.

한 총리는 "모든 공공 의료기관의 평일 진료 시간을 가능한 최대로 연장하고, 주말과 휴일 진료도 확대해 공공의료기관 가동 수준을 최대치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위급환자의 이송과 전원을 컨트롤하는 광역응급상황실을 내달 초 4개 권역에 신규로 개소하겠다"고 밝혔다.

광역응급상황실 4곳을 추가로 열어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병원에서 임시·의료 인력을 추가 채용할 수 있도록 중증·응급 환자 최종 치료 수가는 2배로 늘리기로 했다.

국방부는 20일 6시부터 12개 군병원 응급실을 24시간 개방하고 진료근무자를 편성하여 응급환자 진료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산하 9개 산재병원도 비상진료 체계를 유지 중이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이탈하는 전공의 수는 날이 갈수록 계속 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94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소속 전체 전공의의 약 78.5%인 8897명으로 집계됐다.

사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69.4%인 7863명였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2월23일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비대면 진료를 이날부터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비대면진료 절차 안내.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2024년2월23일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비대면 진료를 이날부터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비대면진료 절차 안내.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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