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1639명·경인권 361명·서울 0명
7개 거점국립대 정원 '200명'으로 확대
연대 의대 교수 등 "교육 생태계 교란...정치적 카드" 맹비난
의대교수 25일 집단사직 예고, 의협 집단휴진 우려도

정부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발표한 20일 오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 개혁 4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2024.3.20 /연합

[포쓰저널]  의과대학 입학정원 2천명 확대를 추진 중인 정부가 20일 각 대학별 2025학년도 입학 정원 할당분을 공식 발표했다.

의사 단체들이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대학별 할당까지 강행되면서 의-정 대립은 한층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 발표 직후 연세대학교 의대 교수 등이 즉각 성명을 내고 '증원배정 철회하라'며 정부의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5058명으로 현재의 3058명에서 2000명 늘어난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건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늘어나는 인원 2000명 중 경기·인천 등 수도권 대학에 361명(18%), 나머지 1639명(82%)이 지방에 배정됐다. 서울 지역 의대는 정원은 한명도 늘지 않았다.

교육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비수도권에 80%을 우선 배정하고,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과 경인 지역 간의 의대 정원 불균형과 의료여건 편차 극복을 위해 경인 지역에 집중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각 대학별 배정 인원은 ▲경기 성균관대 120명(현재 40명, 배정 80명), 아주대 120명(40명, 80명) 차의과대 80명(40명, 40명) ▲인천 인하대 120명(49명, 71명), 가천대 130명(40명, 90명)이 배정됐다. 이에 따라 수도권 의대의 정원은 현 1035명에서 361명 늘어난 1396명으로 늘게 됐다.

각 비수도권 대학의 증원 정원은 ▲ 강원 강원대 132명, 연세대 분교 100명, 한림대 100명, 가톨릭관동대 100명 ▲경북 동국대 분교 120명 ▲대구 경북대 200명, 계명대 120명, 영남대 120명, 대구가톨릭대 80명 ▲ 경남 경상국립대 200명 ▲ 부산 부산대 200명, 인제대 100명, 고신대 100명, 동아대 100명 ▲울산 울산대 120명 ▲전북 전북대 200명, 원광대 150명 ▲광주 전남대 200명, 조선대 150명 ▲제주 제주대 100명 ▲충남 순천향대 150명, 단국대(천안) 120명 ▲충북 충북대 200명, 건국대 분교 100명 ▲대전 충남대 200명, 건양대 100명, 을지대 100명이다.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현 2023명에서 1639명 늘어난 3662명으로 늘게 됐다.

거점국립대 9곳 가운데 강원대·제주대를 제외한 7곳의 정원을 200명 수준으로 늘었다. 7곳은 충북대, 경상국립대, 경북대, 충남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다.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지역의 필수의료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는 게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이는 교육부가 2월 22일부터 3월 4일까지 대학들의 신청을 받은 뒤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배분한 인원이다.

수요조사에 참여했던 서울지역 8개 대학에는 증원한 정원이 배분되지 않았다. 이들 대학의 현 정원은 826명으로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의 의대 정원배분 발표 직후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는 성명을 내고 정부의 방침에 강하게 비판했다.

연세대학교 의대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의대 증원 졸속 정책은 우리나라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며 "사직서를 내고 휴학계를 제출한 (전공의·의대생 등) 후속 세대 1만5000명을 포기하며 진행하는 의대 증원은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비수도권에 82%, 수도권에 18%를 증원하는 정책은 교육 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이는 앞으로 의학 교육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독선적 결정일 뿐이며, 총선을 앞두고 교육 생태계를 교란하는 정치적 카드"라고 비판했다.

대한의학회 역시 정부의 의대 증원 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 없는 독단적 결정을 정의와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며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공의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라며 "이들이 제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의학회는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고,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와 진료에 심대한 타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학회와 26개 학회는 의료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그들과 함께하며 지원하겠다"며 "정부는 그간의 모든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의료현장의 파탄을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개원의들이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역시 조만간 집단 휴원이나 주말·휴일 단축 진료 같은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날 시작한 차기 회장 선거가 마무리된 뒤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이미 한 달 넘게 정부와의 대화도 거부한 채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 수는 전체의 93%에 달하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은 전날 "18일 기준 98개 병원 전공의 중 3.1%만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은 집단사직 계획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15일까지 집단사직을 결정한 의대는 전체 40곳 중 16곳이었는데, 이후 집단사직 의사를 밝힌 의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의대 교수들 대부분은 사직서 제출 시한을 25일로 잡고 있어 이날을 계기로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집단휴학을 하는 의대생들의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하루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효 휴학 신청'(학부모 동의, 학과장 서명 등 학칙에 따른 절차를 지켜 휴학계를 제출) 건수는 11개교, 512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8일간만 2926명이 유효 휴학계를 제출했다. 

교육부가 2024년3월20일 발표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결과. /교육부
교육부가 2024년3월20일 발표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결과.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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