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OC 규정 단기간 내 이행은 비현실적"
"중국산 광물 최소허용 기준 10%" 제안
"FEOC 적용 2027년 1월로 2년 유예" 요청도

기아의 대형 전기차 EV9이 2024년 1월 4일(현지시간) 유틸리티(SUV) 부문 '2024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돼 미국 미시간주 폰티악에 전시돼 있다. 현대차그룹의 북미 올해의 차 수상은 이번이 역대 8번째다. /ap연합
기아의 대형 전기차 EV9이 2024년 1월 4일(현지시간) 유틸리티(SUV) 부문 '2024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돼 미국 미시간주 폰티악에 전시돼 있다. 현대차그룹의 북미 올해의 차 수상은 이번이 역대 8번째다. /ap연합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배터리 핵심 광물 일부를 당분간 중국에서 조달해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 중 구형(球形) 흑연의 경우 100%가 중국산인 상황 등을 감안해 달라는 취지다.

21일(현지시간) 미국 관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8일 미국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특정 핵심광물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외국우려기업(FEOC)을 즉각적으로 제거하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은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올해부터, 배터리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

미국 정부는 FEOC를 중국·러시아·북한·이란 정부의 소유·통제·관할에 있거나 지시를 받는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올해부터 FEOC에 대한 세부 규정을 시행, FEOC가 미국이나 제3국 등 외부에서 외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해도 FEOC 국가 정부 관련 지분이 25% 이상이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중국이 2022년 기준으로 전세계 구형 흑연의 100%, 합성 흑연의 69%를 정제·생산한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이 단기에 중국산 흑연을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한시적으로 원산지와 무관하게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 광물의 명단을 도입하고 이 명단에 흑연을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대차그룹은 특정 핵심광물이 차지하는 가치가 일정 금액보다 작을 경우 FEOC 규정에서 예외를 두는 '최소 허용 기준(de minimis)‘ 도입도 요청했다.

해당 기준으로 10%를 제시, 배터리에 사용된 핵심광물 전체 가치의 10% 미만에 해당하는 핵심광물은 FEOC를 적용하지 않을 것을 제안했다.

현대차그룹은 의견서에서 “규정을 따르는 데 필요한 조정을 하려고 전념하고 있지만 현 시장 환경을 무시할 수 없고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공급망을 조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규정안이 시장 환경과 상관없이 즉각적인 변화를 강제한다면 현대차그룹은 최선의 노력에도 미국이 설정한 정책 목표를 따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해 4월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이 아예 없는 상황이다.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체 할인 또는 IRA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는 리스 및 법인차 중심으로 판매를 이어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도 FEOC 규정과 관련된 입장을 의견서를 통해 밝혔다.

SK온은 중국산 흑연을 대체할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최소 3∼4년이 걸리고 구축 후에도 북미 수요를 전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SK온은 핵심광물에 대한 FEOC 규정 적용을 2027년 1월로 2년 유예해달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원료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자사 경쟁력에 중요한 공급망 정보를 제공하려 하지 않아 배터리 제조사가 원산지를 검증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도 기업들이 직면한 사업 현실과 세계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계획을 고려해 기업들이 새 규정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조처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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