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심사수준 '심화'로 올리고 '독과점 해소방안' 요구
필수승인국 반대 땐 M&A 무산..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전례
조원태 회장 등 미국 방문해 대응 알려져..여론 환기작업도

인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인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포쓰저널=신동혁 기자]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대한항공이 미국 일부 항공사의 반발과 미 법무부의 강경기조 선회로 '복병'을 만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14일 세계 14국에 아시아나와의 기업결합 심사를 신고했지만 필수 승인 국가인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이 아직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인수·합병(M&A) 무산과 대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경영 가능성 등 까지 제기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수뇌부가 미국을 직접 방문해 대응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건도 EU 경쟁당국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처해 있다.

대한항공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과정과 현황 등을 공개하면서 아시아나항공 M&A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등 여론 환기 작업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보도자료에서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조속한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5개팀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운영하으며 관련 비용만 약 350억원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로펌 3곳 ▲각국 로컬 로펌 8곳 ▲경제분석업체 3곳 ▲국가별 전략 수립 전문 자문사 2곳 등 16개 로펌 및 컨설팅 업체와 자문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기업 결합 심사를 받고 있는 기업이 절차가 진행 중인 도중에 자문 상황을 스스로 공개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한항공 측은 "현재까지 각 경쟁당국에 제공한 자료는 수십만 페이지에 달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각 경쟁당국과 면밀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며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 진행은 절차에 따라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결합을 심사해온 국가는 총 14개 국인데, 현재까지 승인을 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터키‧대만‧태국‧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8개 국이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2월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간 결합을 조건부 승인한 바 있다. 

6개국 승인이 남은 상태인데 이중 미국‧중국‧유럽연합(EU)‧일본 등 4개국은 필수 신고 국가에 속한다.  영국‧호주 등 2개국은 임의 신고 대상이다.

필수 신고 국가의 경우 한곳이라도 반대하면 M&A(인수합병)는 무산된다.

문제는 미국이다. 미 법무부는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 사건의 심의 수준을 '간편'에서 '심화'로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의 M&A가 미국 항공계 영업과 승객 편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토 수준을 최고 강도로 높인다는 의미인데, 이 경우 기업결합 승인이 '부결' 또는 '기각'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의 이런 태도는 미국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의 반발 때문이다.

유나이트항공은 미 법무부가 이번 심사를 '간편'으로 분류하자 경쟁 제한 이슈를 제기하며 기업결합 '부결'을 위해 상당한 로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나이트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스타얼라이언스' 항공동맹을 맺고 있는데, 이번 M&A로 스타얼라이언스가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스타얼라이언스에서 빠지면 미주 노선과 중국·동남아시아 경유 노선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미국 델타항공과 ‘스카이팀’ 항공동맹에 속한다.

미국 법무부는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독과점을 해소할 구체적 방안을 제출할 것도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미국의 경우 심사절차가 최초 신고서 제출 한달 후 ‘세컨드 리퀘스트'(Second Request) 규정에 따라 방대한 내용의 자료제출이 필요하다"며 "최근 강화된 기조를 감안해 세컨드 리퀘스트 자료 제출과 신규 항공사 제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피심사인인 대한항공은 ▲자료 제출을 통한 승인 ▲시정조치 계획 제출을 통한 승인 등 두 가지 절차 중 하나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한다.

EU, 중국, 일본 등 나머지 필수 신고 국가들도 미국이 '기각'할 경우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국가에서도 스타얼라이언스 항공동맹 소속 국적항공사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EU의 경우 2021년 1월 EU 경쟁당국(EC)와 기업결합의 배경·취지 등 사전 협의 절차를 개시하고 현재 정식 신고서 제출 전 사전협의(Pre-consultation) 절차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2021년 1월 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보충자료를 제출했다. 

일본의 경우는 2021년 1월 설명자료, 2021년 8월 신고서 초안 등 일본 경쟁당국이 요구한 자료를 모두 제출하고 현재 사전 협의절차를 밟고 있다. 

임의신고 국가인 영국의 경우 2021년 3월 사전 협의절차 진행 후 4차례에 걸쳐 현지 경쟁당국 요청자료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했다.

호주에는 2021년 4월 신고서 제출 후 3차례에 걸쳐 현지 경쟁당국 요청자료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경쟁제한성 완화 핵심인 ‘신규 진입 항공사 유치’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EU, 영국, 호주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전과 유사한 경쟁환경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신규 항공사의 진입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국내·외 항공사를 신규 항공사로 유치하기 위해 최고 경영진이 직접 해외 현지를 방문해 협력관계가 없던 경쟁사들에게까지 신규 진입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조원태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 수뇌부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최근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한항공 측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진=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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