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F&B· 롯데푸드·농심·풀무원 이어 신세계푸드도 출사표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 롯데마트·이마트 등 유통업계도 가세
국내시장 연 200억원대..글로벌 시장 2025년 8.5조원대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농심 베지가든, 롯데푸드 엔네이처 제로미트, 롯데리아 미라클버거, 롯데푸드 고기대신 제품들./사진=각사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농심 베지가든, 롯데푸드 엔네이처 제로미트, 롯데리아 미라클버거, 롯데푸드 고기대신 제품들./사진=각사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고기 없이 고기의 맛과 식감을 내는 '대체육' 시장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대체육이란 말 그대로 고기를 대체하는 식품을 일컫는데 지난해를 기점으로 국내 내로라하는 식품·유통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대체육으로 점찍는 모양새다.

대체육 시장에 또 한 명의 플레이어가 뛰어들었다. 신세계푸드는 28일 “독자기술을 통해 만든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론칭하고 첫 제품으로 돼지고기 대체육 햄 콜드컷(슬라이스 햄)을 선보인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신세계푸드는 앞서 4월부터 이마트 노브랜드버거를 통해 ‘노치킨 너겟’을 선보이며 대체육의 시장성을 저울질해 왔다. 신세계푸드는 “지속 가능한 미래 식품기업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대체육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16년부터 대체육에 대한 연구개발을 해왔다”고 밝혔다.

 

대체육 생산과정./자료=한국무역협회
대체육 생산과정./자료=한국무역협회

◇ 아직 시장 규모는 미미…국내 기업 각축전 된 대체육 시장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성장해온 대체육 시장은 매년 성장하는 추세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7년 42억달러(약 4조7460억원)에서 2025년 75억달러(약 8조4750억원)로 확장될 전망이다.

이에 비해 국내 시장은 아직은 초라한 실정이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약 200억원 수준이다.

연 200억원 남짓 대체육 시장에 현재까지 뛰어든 식품·유통 대기업만 줄잡아 7~8곳이다. 여기에 패스트푸드 업계, 기존 대체육 업체에 투자하는 기업까지 따지면 10여 곳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SK그룹의 투자 전문 지주회사 SK㈜도 최근 조이비오그룹과 중국 대체식품 투자 펀드 조성을 포함한 투자 MOU를 체결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잠잠하던 국내 대체육 시장에 성장 가능성을 보고 먼저 뛰어든 건 동원F&B다. 동원F&B는 미국 비욘트미트와 2018년 12월 독점 공급계약을 맺고 2019년 2월 식물성 고기 패티 '비욘드버거'를 선보였다. 이후 '비욘드비프', '비욘드소시지'를 연달아 내놨다.

롯데푸드는 2019년 4월 식물성 대체육류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론칭하며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롯데푸드는 너겟과 까스 제품 2종을 출시하며 최적의 맛과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롯데중앙연구소와 약 2년간의 연구 과정을 거쳤다. 제로미트는 현재까지 10만 개 이상 판매됐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5월 곤약과 해조류를 이용한 ‘고기대신’ 시리즈를 출시했다. 곤약과 해조류 등을 이용해 양념 순살 치킨, 돈가스 등과 비슷한 식감과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8월부터 서울 성수점과 용산점, 월계점 등 22개 점포에 채식주의존을 운영하고 있다. 채식주의존에서는 식물성 원재료만으로 만든 상품을 판다.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채식주의존을 찾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어 1~3월 월평균 매출은 점포별로 전년동기대비 20~30% 증가했다.

농심은 올해부터 대체육 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어 1월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했다. 떡갈비, 너비아니, 완자, 만두, 탕수육 등 대체육으로 만든 간편 냉동식품을 생산한다. 농심 신동원 회장은 이달 초 회장에 취임하며 농심의 신사업 방향으로 건기식과 대체육을 꼽으며 힘을 실었다. 

CJ제일제당도 대체육 시장 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달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 등과 진행하는 창업도약패키지를 통해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푸드테크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대체육이다.

풀무원은 식물성 단백질 전담부서인 PPM(Plant Protein Meal) 사업부를 중심으로 2023년까지 3단계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 대체육 생산을 포함해 보다 포괄적으로 식물성 단백질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패스트푸드 업계도 고기 없는 ‘패티’ 싸움

대체육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건 패스트푸드 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 롯데리아는 ‘미라클 버거’를 내놨다. 식물성 패티·빵·소스로 만들었지만 고기 없이 고기 맛이 난다는 의미로 미라클이란 이름을 붙였다. 콩·밀 단백질을 조합해 고기 식감을 살렸다. 미라클버거는 지난해 10월까지 220만개 이상 팔렸다. 11월에는 네슬레가 운영하는 대체육 식물성 단백질 브랜드 스위트 어스와 함께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도 내놨다.

버거킹은 2월 ‘플랜트 와퍼’를 출시했다. 버거킹의 대표 메뉴 와퍼 버거에 소고기 패티 대신 식물성 고기를 넣은 제품이다. 플랜트 와퍼에 들어간 패티는 콩단백질이 주 원료로 콜레스테롤과 인공 향료, 보존제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버거킹이 호주의 식물성 대체육 대표 기업 ‘브이투푸드(v2 food)’와 오랜 연구 끝에 개발했다.

맥도날드는 국내엔 아직 출시하지 않았지만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대체육 버거인 ‘맥플랜트’의 시험 판매를 올해 초에 진행했다. 하지만 국내 도입은 아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국내에 맥플랜트를 들여올 계획은 아직 없다”며 “고객의 니즈 등 시장 상황을 보며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체육 저변이 이처럼 확대되며 대체육을 바라보는 소비자 인식도 긍정적이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4월 소비자 5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2.6%가 ‘대체육이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도 50%에 달했다.

대체육을 먹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63.2%였고 이들 중 34.6%는 대체육 맛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41.2%는 보통이라고 답했고 24.2%는 만족스럽지 않다고 했다.

한국무역협회 김보경 수석연구원은 “건강이나 친환경 등의 가치 전달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무엇보다 현지 문화권의 기호에 맞는 맛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단백질 재배, 사육 시대에서 추출, 발효, 배양 시대로 전환되는 시장 트렌드에 대응해 기업들은 국내외 협업을 통한 기술 개발 및 유통망 확대 등의 전략 실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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