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
상장사 연 1회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주주환원 우수기업 지수편입·인센티브
발표 직후 코스피-코스닥지수 1%대 하락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운영 방안./사진=금융위원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운영 방안./사진=금융위원회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앞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모든 상장사들은 기업가치 현황을 분석해 매년 1회씩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홈페이지와 거래소에 공시해야 한다.

주주환원 우수기업에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및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등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금융위원회는 26일 한국거래소, 자본연구원,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과 함께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세정 지원 등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확대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이 빠지면서 당장 주식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방안 발표 직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1%대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상장기업, 주가 제고 방안 매년 자율 공시해야

방안에 따르면 약 1600개에 달하는 전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연 1회 자율 공시하게 된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는 '현황 진단→목표 설정→계획 수립→이행 평가·소통' 등의 4가지 내용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

현황 진단 시 기업의 자본비용, 자본수익성, 지배구조 등을 다각적으로 파악해 현재의 기업가치가 적정한 수준인지 기업 스스로 평가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자본효율성 등을 개선하기 위해 중장기 목표와 도달시점을 설정한다. 금융위가 제시한 목표 기간은 3년 이상이다.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경영전략·방안, 추진 일정을 수립하고, 목표와 계획간 연계성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계획 이행,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평가와 함께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해 피드백 결과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함에 있어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사회의 역할은 6월에 발표하는 가이드라인에 구체화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공시 원칙·내용·방법에 대한 종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유관기관과 5월 2차 세미나를 열고 6월 중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상장사들의 자율 공시는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준비된 기업부터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형식으로, 기업 개선 계획 수립을 위해 공시 기한은 없다.

◇ 모범 납세자 우대·R&D 세액 공제 등 인센티브 통해 참여 유도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로, 각 기업이 스스로 판단하고 시행해야 하는 ‘자율적 사항’이다.

이에 정부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위해 다양한 세제 지원책과 표창을 인센티브로 제시했다.

경제부총리상, 금융위원장상, 거래소이사장상 등 '기업 밸류업 표창'을 신설한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충실도, 이행, 주주와 소통 등을 종합 평가해 매년 5월 10여개 상장사에 수상할 계획이다.

표창을 받는 10여개의 상장사는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의 세정 지원 혜택도 받는다.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기업은 거래소 공시 우수법인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거래소 공시 우수법인으로 선정되면 상장수수료 면제,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유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코스닥협회 코스닥 대상 시상기업으로 선정되면 가산점을 준다.

금융위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 노력을 강제하는 것보다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며 "공시 의무화는 오히려 의미 없는 형식적 계획 수립·공시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3분기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4분기 ETF 만들어 투자 유도

기업가치 우수기업(수익성·시장평가 양호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도 지원키로 했다.

우선 수익성이나 시장 평가가 양호한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9월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자가 벤치마크 지수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통해 일반투자자의 유입을 높이겠단 취지다. 지수 개발과 ETF 출시는 각각 올 9월, 12월 완료될 예정이다.

지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현금 흐름 등 주요 투자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등생' 종목들로 구성하기로 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투자 판단에 활용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에 밸류업 지원방안을 반영하도록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행동지침이다.

'투자 대상 회사가 가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시장과 소통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아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상반기 중 개정할 예정이다.

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선 각 기업의 주요 투자지표를 비교·공표 해 투자 판단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분기별로 PBR, PER, ROE(5월초, 6·9·12월말)를 공표하고, 연간 배당성향·배당수익률(5월 초)은 연 1회 공표한다.

분기별로 각 기업의 주요 투자지표(PBR·PER·ROE)를 거래소 홈페이지에 비교 공표하는 내용도 담겼다.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은 연 1회 알려야 한다.

◇ "기업 밸류업, 중장기적인 과제로 꾸준히 추진해야"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원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기 위한 지원 체계 구축과 상장사들과의 소통 강화 계획 등도 담겼다.

거래소 내 전담 부서와 ‘밸류업 자문단’을 구성하고, 기업 밸류업과 관련된 정보를 쉽게 조회할 수 있도록 통합 홈페이지를 구축한다.

공시 교육과 일대일 컨설팅을 제공하고, 상장기업 대상 간담회도 지속적으로 개최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우리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 성장하고 그 과실을 투자자들이 함께 향유하고 재투자하는 선순환적 자본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면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기업 문화가 확산·정착될 수 있도록 '기업 밸류업'을 긴 호흡을 갖고 중장기적인 과제로 꾸준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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