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영영구원 부원장(전 여성가족부 차관·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이복실 국가경영연구원 부원장(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 국가경영연구원 부원장(전 여성가족부 차관)

 

[포쓰저널] 지난해 일이다. 지방 공공기관의 비상임 여성 이사가 임기 만료로 그만두었다. 그런데 그 후임을  남성로 채웠다. 그나마 하나 있는 여성이사가 없어지게 되었으니 그 공공기관 이사회는 전원 남성이 되어버린 셈이다.

성별 다양성 측면에서는 완전 후퇴다. 최근 글로벌 기업경영의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평가지표에서도 다양성은 주요 항목인데 어찌 거꾸로 가고 있는지 당황스럽기만 하다.

다양성 확보는 기업의 조직문화 변화를 변화시켜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점이 국내외 여러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후퇴하다니, 민간 기업과 비교해도 모범이 되지 않고 있다.

민간 기업의 경우에는 여성 이사의무화제도가 도입돼 이사회는 모두가 한 성으로 이루어질 수 없게 되어 있다.  2019년 국회 본회의에서 상장기업 이사회에 여성 이사 의무화를 도입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2년 반에 걸쳐 국회 심의를 거치는 동안 가장 많이 나온 질문 중 하나는 이 법을 공공기관도 도입하지 않았는데 민간이 왜 먼저 시작하느냐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는 공공분야가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당시 정부 관계자에게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법 개정 계획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공공분야는 법이 필요 없어요. 이미 지침이나 평가요소에 반영해 시행하고 있고, 양성평등 계획에 맞춰 잘 진행되고 있다”라고 자신있게 답변했다. 필자가 평소 파악하고 있는 여성 임원 진출의 어려움과는 전혀 다른 취지의 답변이었다. 그렇다면 진짜 실상은 어떨까. 

2020년 3월 국무회의에 보고한 여성가족부의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계획’에 따르면 공공기관 여성 임원은 22.1%로 꽤 많은 듯하다. 참고로 민간 기업은 약 4% 수준이다.

그러나 비상근을 제외하면 현실은 전혀 다르다. 상근 여성 임원에 관한 정부 통계는 어느 순간부터 발표조차 하지 않아 찾기도 어려웠다.

2019년 한 언론이 국가경영연구원과 공동으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를 통해 공공기관 여성 임원 수를 전수 조사해 보도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361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임직원 37만3160명 중 남성 상임 임원은 521명이었지만 여성은 32명뿐이었다.

전체의 5.8%에 불과한 숫자다. 더욱이 여성 상임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공공기관이 46%(165곳)로 거의 절반이나 됐다.  

필자가 알고 지내는 공공기관 여성 간부들도 "근무할 때는 여성과 남성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데 임원 승진할 때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라고 토로하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기관 여성 임원 확대를 위해 향후 정부에서 통계를 발표할 경우 상근과 비상근을 분리해 발표하고, 여성 이사 최소 1인 의무화를 도입하는 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지침은 얼마든지 정부의 방향에 따라 바뀔 수가 있고, 법과 지침은 영향력이나 지속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왜 공공분야만 법 개정이 필요없다고 하고 시도조차 안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민간을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이 다양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후진적이다.

민간 기업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이사 의무화제도를 도입했으니 공공분야도 함께 보조를 맞춘다면 더 큰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향후 국회에서 법이 꼭 개정되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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