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이사회 30일 이사회서 화물 매각 여부 결정
산은 "대한항공 인수 무산되면 추가 자금지원 없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진=아시아나항공

 

[포쓰저널=송신용 기자] 알짜배기 사업인 화물부문을 포기하느냐, 파산 위험을 불사하고 독자생존 길을 선택하느냐.

아시아나항공이 이달말 이사회에서 사운을 건 중대 결심을 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조건으로 아시아나 화물부문 매각을 포함하기로 했고 아시아나 이사진은 이를 수용할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과 EC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안 되면 아시아나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의 핵심 관건이 된  ‘아시아나항공 화물의 분리 매각’ 안건을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통과시키도록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30일 오후 2시 이사회를 열어 이의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화물부문 매각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찬성 측은 아시아나의 부채 등 재무 상태를 고려했을 때 독자 회생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외에 대안도 없다고 주장한다.

아시아나는 6월 말 기준 부채총계가 13조732억원에 달한다. 작년말 12조7397억원에서 더 늘어났다. 

상반기에만 2023억원을 이자 등으로 지출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3181억원이었는데 대부분을 부채 유지 비용으로 사용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 부문 매각에 찬성하면 곧바로 운영비 15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매각 반대 측은 산은의 자금중단 압박이 이사회에 대한 사실상의 협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화물분리매각 후 합병하는 방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95% 이상이 반대했다고 한다.

일반직이 소속된 전국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도 전직원을 대상으로 이날까지 화물 분리 매각 반대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박찬법·윤영두·김수천·한창수 등 아시아나항공 전임 사장들도 최근 ‘합병 반대’ 의견을 담은 성명서를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에게 보냈다.

이들은 A4용지 6장 분량의 성명서에서 “산은의 잘못된 판단으로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슬롯 및 운수권 반납 등의 혹독한 요구에 직면했다. 국부를 유출했다”며 화물 분리 매각에 강력 반대했다.

분리 매각을 하면 차입금 및 잔여 항공기 임차료 등을 일시에 상환해야 하는데 관련 금융기관과 항공기 리스 업체 등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는 점도 지적된다.

찬성표를 던진 이사에게는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회물운송은 올해 상반기에는 경기침체 여파로 매출의 26%에 그쳤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에는 77%에 달할 만큼 경영수지에 결정적인 역할 을 한다.

알짜 사업을 대한항공의 기업결합 승인 획득을 목적으로 매각하는 것은 아시아나항공 기존 주주나 채권자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힘들 수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은 원유석 대표이사, 진광호 안전보안실장 등 사내이사 2명과 박해식(이사회의장)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 선임연구원 ,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 명예교수 등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이다.

이들이 개인적으로 배임죄 피소를 감내하고서도 30일 이사회에서 화물 매각에 찬성표를 던지는 지 여부에 아시아나항공의 미래가 달린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 매각 안을 제출한다고 해서 유럽연합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을 최종 승인한다는 보장도 없다.

화물 매각안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이사회 결의는 물론 인수 희망측과의 양수도 계약 등이 필요할터인데, 막상 합병이 불발되면 되물리기도 어렵게 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 가운데 에어프레미아,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등이 대한항공에 아시아나 화물 부문 인수의향서를 전달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CC의 아시아나 화물 인수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화물사업을 위해서는 장기계약이 보장된 화주 확보가 우선인데 인수의향서를 낸 LCC 중에는 이러한 네트워크 기반을 가진 곳이 없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B747-400F 10대 중 9대가 28년 이상된 노후기로 알려졌다. 자본력이 취약한 LCC들은 인수를 해도 유지·운영비로 인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관건은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이 가능성이다.

13조원에 달하는 부채 상황을 감안하면 산은이 다시 관리하면서 매각을 다시 추진하는 수 밖에 없는데 산은은 '플랜B' 가능성은 일축하는 분위기다.

산은이 최근 EC, 아시아나에 대한항공과의 합병 불발시 추가 자금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조치로 풀이된다. 

전임 사장단은 “2015년에도 화물 분사를 고려했지만, 다양한 문제가 있어서 포기를 했다"며 "(산은이) 합병을 위해 대한항공을 지원한 의지로 아시아나항공에 접근하면 유능한 전략적 투자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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