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측, 특정언론 지칭해 "유사 언론행위 가장 심한 곳"
"삼성 주도 광고주협회가 사이비 낙인찍고 그걸로 역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9.8/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9.8/연합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측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과정에 사실관계를 교묘하게 왜곡해 특정 언론과 관련 기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주장까지 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박정길)는 15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직함은 합병 당시 기준)과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장충기 차장·김종중 전략팀장·이왕익 전략1팀 임원·김용관 전략1팀 임원,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이영호 경영지원실장·김신 상사부문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김동중 경영지원실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1명과 삼정회계법인 김교태 대표·변영훈 부대표·심정훈 상무 등 총 14명에 대한 102차 공판을 진행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날 공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이라는 제목으로 검찰이 제기한 혐의 사실에 대한 반론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삼성측 김앤장 법률사무소 김현보 변호사는 공소사실 중 ‘삼성 미래전략실이 ㅁ신문을 압박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비판적인 기사가 보도되지 못하도록 했고, 미전실 노모 부사장이 ㅁ신문 김모 대표에게 강세준 편집국장을 교체하도록 압박했다’는 내용이 허위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광고주협회는 유사 언론행위가 가장 심한 곳이 ㅁ신문이라고 할 정도로 신뢰성도 없고, 영향력도 미미한 곳”이라며 “ㅁ신문에 대해 피고인들이 구태여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할 이유도 전혀 없었다”라고 했다.

김 변호사의 이같은 주장은 사실관계의 선후를 왜곡해 실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ㅁ신문이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보도한 시점은 합병이 발표된 2015년 5월부터 그해 6월에 집중됐다.

그해 6월8일자 '최지성 제 꾀에 제 발목'-"과잉충성 합병 추진에 이재용 대관식 암초", 6월9일자 '제일모직 상장의 비밀', 6월12일자 '점점 말려드는 최지성팀'-"주총 이겨도 국제 소송 가면 불리", 6월30일자 "이재용 빼고 설명 가능해?" 빌딩 짓는 것하고 복제약이 도대체 무슨 시너지 효과?" 등이다.

김 변호사가 언급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광고주협회의 '2015 유사언론 실태조사 결과' 보도자료는 그해 7월 1일 언론에 배포됐다. 

당시나 지금이나 삼성은 광고주협회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재벌기업이다. 삼성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에서는 탈퇴했지만 그 산하 조직인 광고주협회 활동은 계속해왔다. 현재도 조직 실세인 상근 부회장직을 삼성 미전실 임원 출신이 맡고 있다.

해당 보도자료는 설문조사 결과임에도 내용 구성이 특이했다. 

당시 광고주협회는 "500대 기업 홍보담당자들을 상대로 이메일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 유사언론으로 192개 매체가 선정됐다"면서도 "유사언론 매체로는 ㅁ신문이 33.0%로 가장 높았다"며 언론사 실명은 ㅁ신문만  공개했다.

이런 정황 때문에 당시 광고주협회가 뜬금없이 기업홍보 담당자 설문조사 형식을 빌어 ㅁ신문을 사이비언론으로 공격한 배후에 삼성이 있었다고 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강 전 국장 등의 주장이다.

광고주협회 보도자료는 국내 상당수 언론매체들이 보도했고, 이후 ㅁ신문도 삼성물산 합병 관련 비판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

강 전 국장은 "삼성 측 변호인이 광고주협회 건을 언급하며 ㅁ신문을 신뢰성 없는 언론으로 규정하고, 따라서 삼성이 대응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한 건 원인-결과를 교묘하게 뒤바꿔 실체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했다.  

ㅁ신문은 그해 8월3일 '조중동 매경도 사이비' 제하 기사에서 광고주협회의 여론조사에서 유사언론으로 지목된 매체는 ㅁ신문 외에도 국내 대다수 신문, 방송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광고주협회의 당시 사이비언론 여론조사와 그 결과 공표가 ㅁ신문만을 타깃으로 한 것이라는 방증인 셈이어서 당시에도 언론계 안팎에서 광고주협회의 행태를 싸고 비판적인 평가가 적지않았다.

삼성 측은 이날 공판에서 강 전 국장이 당시 미전실 광고담당 임원이던 노모 전 삼성 부사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불기소 처분된 것도 언급하며 이 부분 검찰의 공소사실도 부인했다.

강 전 국장은 2015년 6월11일 노 전 부사장이 광고 금액 인상을 빌미로 ㅁ신문 대표이사에게 편집국장인 자신을 경질하라고 했다며 2015년 7월8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냈다.

강 전 국장은 "삼성 합병이 핫이슈로 떠오른 시점인 20015년 6월8일 '최지성 제 꾀에 제 발목'-"과잉충성 합병 추진에 이재용 대관식 암초"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는데, 이후 삼성 측의 압박이 한층 강해졌다"며 "편집국장 경질 요구도 그 여파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피해가 예상됨에도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고집하고 있다”며 “합병비율에 문제를 삼고 있는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의 국제소송을 간다면 불리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기사가 제기했던 우려는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분쟁국제소송(ISDS)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8년만에 현실화됐다.

하지만 검찰은  강 전 국장의 고소 사건을 서울서초경찰서로 내려보내 수개월 간 수사한 뒤 '증거부족 무혐의' 처분했다.

ㅁ신문 대표이사도 경찰조사에서 노 전 부사장 등이 경기도 양평 별장으로 불러 자리를 마련한 뒤 광고금 증액의 전제로 강 전 국장 경질을 요구했다고 진술했지만 이를 입증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삼성물산 합병 사건 재판부는 애초 강 전 국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중간에 삼성 변호인단 요구를 받아들여 취소했다.

2015년 6월8일자 ㅁ신문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보도. 전경련 산하 한국광고주협회는 이 보도 이후 대기업 홍보담당자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그해 7월1일 ㅁ신문이 유사언론(사이비 언론)이라는 설문 조사결과가 나왔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015년 6월8일자 ㅁ신문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보도. 전경련 산하 한국광고주협회는 이 보도 이후 대기업 홍보담당자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그해 7월1일 ㅁ신문이 유사언론(사이비 언론)이라는 설문 조사결과가 나왔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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