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예비입찰 접수 마감..대형사 모두 외면
LX·하림·동원 중견 3사, 독일 해운사 인수희망
'배임 논란' 의식 영구채 주식전환으로 몸값 상승
산은 "참가 업체 미공개…적격자 선별후 실사"

HMM소속 컨테이너선 HMM 누리호./사진=HMM
HMM소속 컨테이너선 HMM 누리호./사진=HMM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21일 마감된 HMM의 매각 예비입찰에 중견그룹 3사와 독일 국적 해운사 1곳만이 나선 것으로 알려지며 매각작업이 순항할 지 미지수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삼성증권을 통해 접수한 HMM 매각 예비입찰에 LX인터내셔널, 하림지주, 동원산업과 독일 하팍로이드 등 4사가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포스코, CJ 등 하마평에 오르내린 재벌사들은 한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마침 해운업황이 침체 국면인데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배임 논란'을 우려해 영구채의 주식전환을 결정하면서 HMM 몸값이 치솟은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매각 대상 HMM 주식은 산은(1억119만9297주)과 해진공(9759만859주)이 보유한 1억9879만156주에 영구전환사채 및 영구신주인권부사채(1조원)를 주식으로 전환할 2억주를 합쳐 총 3억9879만156주다.

산은과 해진공의 남은 영구채(1조6800억원)도 주식전환(3억3600만주)한다면 HMM의 최종 희석 발행주식은 10억2300만주가 된다.

총 희석 발행주식 대비 이번 매각 주식의 지분율은 38.98%다.

문제는 매각금 규모인데, 산은 등의 영구채 주식전환 결정으로 계산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배임 논란'을 의식하는 산은 등은 3억9879만주를 모두 동일한 가격에 매각하려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날 종가(1만7990원) 기준 매각가는 7조1742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별도로 추가하지 않는다해도 하림, LX, 동원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금액이 아닐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7월 기준 자산총액은 하림그룹 17조2984억원, LX그룹 11조2734억원, 동원그룹  8조9055억원이다. 

더구나 남은 영구채를 산은 등이 또다시 주식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3억3600만주가 추가로 발행되고 이것만해도 희석 지분율이 32.84%에 이른다.

인수자로서는 7조원을 투자하고도 거대 2대주주인 정부 눈치를 봐야하는 묘한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산은은 7월20일 HMM 매각 공고에서 "전환주식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수자와 협의 하에 처리할 예정이다"고 밝힌 바 있다.

매각측은 HMM 주가가 폭락하지 않는 한 기존 주식 1억9879만주와 전환주식 2억주을 분리해 매수측과 가격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주식은 이날 종가 기준 총 3조5762억원이다. 

결국 이번 인수전의 성패는 전환주식 2억주(현재 시가 3조5980억원) 매각가인데, 매각측이 할인해줄 수 있는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미 드러났듯이 키를 잡고 있는 강석훈 산은 회장이 '배임 논란'에 조금이라도 휘말리고 싶어 하지 않는 보신주의적 태도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서 이번 매각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돼 5조원 안팎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이는 HMM의 주가 폭락이 없는 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독일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하팍로이드가 변수로 등장했지만, 산은 등이 유일한 대형 국적 컨테이너 선사를 해외로 넘긴다는 비난을 감수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M그룹과 글로벌세아그룹도 물망에 올랐지만 인수전에 최종 불참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최대 4조5000억원까지 투입할 의사를 밝혔지만 영구채의 주식전환으로 매각 가격이 제한선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4곳의 중견기업 및 해외 해운사가 HMM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이번 매각 로드맵이 성공리에 마무리될 지는 미지수다. 

인수 희망 국내 3사의 경우 HMM과는  체급이 한 차원 낮은 것이 사실이다.

HMM은 자산총액 25조7881억원, 재계 서열 19위로 하림(27위), LX(44위), 동원(54위)을 압도한다. 

인수희망 3사는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대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데 문제는 FI가 끼면 HMM 인수 후 경쟁력 강화보다는 투자금 회수에 더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하림은 JKL파트너스를 비롯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을 FI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2015년 사모펀드 운영사인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국내 대표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인수한 경험이 있다. 

동원그룹은 하나은행과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원그룹의 형제그룹인 한국투자금융그룹도 자금 파이프라인 확보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

산은도 사모펀드 등 FI 참여를 의식해 매각 공고에서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매각 관련 절차가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예비입찰에서 인수·운영 여력을 갖춘 기업이 등장하지 않으면 매각 절차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산은 관계자는 “추후 일정은 예비입찰에 응한 업체를 대상으로 적격자 선별을 한 이후 두 달정도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최종 인수계약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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