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이 40년만에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연초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대상으로 금융카르텔 해체를 언급한 이래 첫 가시적인 조치다. 교육산업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화된 카르텔, 차관임명 자리와 청년 대상 행사에서 구조화된 카르텔 해체를 언급하면서 윤석열 정부를 ‘구조화된 카르텔을 해체하는 정부’라고 규정하였다. 

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화된 카르텔

금리 인상으로 국민들이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때, 은행들은 구조화된 예대마진으로 사상최대의 천문학적인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자신들만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이에 국민적인 분노가 일어 나자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등 금융권의 구조화된 카르텔 해체를 지시하였다.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와 한국핀테크연구회는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시중은행들의 독점지수를 산정하여 구조화된 카르텔의 폐해를 수치로 환산하여 보았다.

/제공: 한국핀테크연구회, 23/07/2023
/제공: 한국핀테크연구회, 23/07/2023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5개 금융지주 소속 은행들이 76%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과점화된 카르텔 구조다. 5대 시중은행이 예대마진을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다른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따라서 정하는 카르텔이 구조화된 모습이다. DGB금융그룹 외에도 인터넷 은행 등 더 많은 경쟁자들의 진입이 허용되어야 카르텔의 구조적인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업비트 등 원화거래소로 지정된 가상자산 거래소의 독점에 대한 비난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구조화된 카르텔 해체 지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업비트가 학계나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에 적극적으로 독점이 아니라고 어필한 탓인지, 금융위의 은행에 대한 카르텔 완화나 해체 조치에 버금가는 조치는 없다. 업비트의 가상자산 거래소 독점이 갈 수록 심화되고 있음은 다음 수치에서도 알 수 있다.

/제공: 한국핀테크연구회, 23/07/2023
/제공: 한국핀테크연구회, 23/07/2023

 

업비트의 가상자산 거래소 독점은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트레블룰에 의하여 국내 시장이 원화거래소 중심으로 재편되고 나서 그 독점 문제는 더이상 방치해서는 산업자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업비트가 가공할 독점률과 천문학적인 이익을 무기로 학계, 정관계 등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 업계 다른 구성원들이 존속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고팍스(GOPAX)의 탈중앙금융(DeFi)인 고파이가 FTX 파산으로 6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내고 자체 해결이 힘들어 바이낸스가 이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인수계약을 체결한 후 특금법에 따른 변경신고를 하였으나 FIU가 100일이 넘도록 수리하지 않고 있어 고파이 투자자들이 FIU원장에게 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바이낸스가 국내에 원화거래소를 개설하면 업비트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에 대해서 업비트 측도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화된 카르텔 지수 산정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화된 카르텔을 지수로 산정해 본 결과 그 심각성은 은행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우선 은행에 대해서는 2023년 3월 말 예금자산 점유율로 이를 산정하였다.

/제공: 한국핀테크연구회, 은행HHI, 23/07/2023
/제공: 한국핀테크연구회, 은행HHI, 23/07/2023

왼쪽의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는 모든 은행들이 의사결정을 독립적으로 행사하고 자유경쟁을 한다는 전제에서 개별 은행들의 점유율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오른쪽 HHI지수는 5대 시중은행들이 점유율 76%를 차지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상호간 비독립적인 의사결정으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사실상 카르텔을 전제로 산정한 HHI 값이다. 일반적으로 HHI지수가 1,500미만인 경우 집중되지 않은 시장(unconcentrated market), 1,500을 넘어 2,500이하인 경우 중간정도 집중된 시장(moderately concentrated market), 2,500 초과한 경우 고도로 집중된 시장(highly concentrated market)으로 본다.

그간 은행들은 시중의 자금사정이나 경기에 무관하게 금리가 높거나 급격한 금리 인상기에 항상 예대마진을 극대화하였고 이익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여 왔다. 이는 5대 시중은행이 76%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반으로 구조화된 카르텔로 행동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연초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5대 시중은행들의 구조화된 카르텔을 해체할 필요성을 제기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은 5대 시중은행의 카르텔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를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시중은행 등 모든 은행들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시장경쟁을 했을 경우 국민들의 금융 복지가 한층 개선될 것이다. HHI가 1,250이면 결코 높지 않기 때문이다.

업비트 등 가상자산 거래소의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를 산정하여 은행의 HHI와 비교해 보니, 현재 원화가상자산 거래소시장의 독점과 카르텔에 대해 수치화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구나 그 결과를 가지고 구조화된 카르텔 해체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제공: 한국핀테크연구회, 가상자산 거래소 HHI, 23/07/2023
/제공: 한국핀테크연구회, 가상자산 거래소 HHI, 23/07/2023

업비트 등 가상자산 거래소의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는 사실상 완전 독점에 가까운 수치를 보여 준다. 허핀달-허쉬만 지수(Herfindahl-Hirschman index, HHI)는 어떤 산업에서의 시장 집중도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허핀달-허쉬만 지수의 값이 클수록 산업에서 특정 기업의 시장 집중도가 더욱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완전 독점산업일 경우 HHI 값은 10000이 된다. 업비트는 HHI 값이 8100으로 사실상 가상자산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간주된다. 그러므로 정책적으로 업비트의 독점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FIU가 원화거래소 진입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은 ‘정부 실패’로 인하여 산업의 경쟁력을 완전히 저하할 가능성이 높다. FIU는 2021년 업비트가 케이뱅크로 실명계좌 발급 은행을 변경할 때,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여부에 대해서는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서 신고를 수리한 훌륭한 전례가 있다는 것을 혹여나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FIU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화된 카르텔을 해체하라

FIU는 업비트에 의한 가상자산 시장의 독점은 다음 세가지 측면에서 시급히 해소해야 할 것이다. 

먼저, 원화 거래소 진입을 즉시 허용해야 한다. FIU가 법률에 의하여 신고제로 규정된 원화거래소 진입을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고 법률에 위반된 중대한 범법행위에 해당된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의 구조화된 카르텔 해체 지시에도 반하는 행정행위다. 특히 광주은행 등의 실명확인서 발급을 제지하고, 일부 인터넷은행의 발급의사를 억누르는 과정에서 업비트와 케이뱅크 사례와 달리 취급한 이유가 결국 구조화된 카르텔의 문제가 아닌가 의심받고 있다. 경쟁력 있는 은행들이 거래소를 실사하고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하겠다는 의사를 막아 서는 이유를 소명해야 한다. 

다음으로, 고팍스의 변경신고를 수리해야 한다. 바이낸스가 원화거래소 진입을 함으로써 업비트의 독점과 구조화된 가상자산 거래소 카르텔을 해체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100일이 지나도록 고팍스의 변경신고를 수리하지 않고 있는 것은 역시 업비트 등 구조화된 카르텔의 힘이 작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을 사기에 족하다. 고파이에 투자한 수많은 투자자들이 하루하루 고통을 받고 있다. 이를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하게 소명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률에도 없는 기준을 만들어 원화거래소 진입을 방해해서는 아니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의 구조화된 카르텔을 온존시키려는 시도를 한다면 시장의 엄중한 반대에 직면할 것이며,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행정행위로서 당사자는 법적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그 기준이 특정 은행을 배제할 의도로 만들어 진다면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개별입법 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로서 헌법과 법령에 의하여 무효이며 담당자는 법적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구조화된 카르텔의 폐해는 역사적으로 경쟁시장을 무력화하는 자본주의의 적으로 간주되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이런 구조화된 카르텔이 금융, 교육 등에서 횡행하게 된 것은 민주주의 원리와 헌법과 법이 지배하는 사회를 왕이 지배하는 봉건사회로 회귀하고자 하는 시도로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업비트가 현재도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나 위믹스 홀더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은 카르텔의 정점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찌기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공약에서 가상자산 등을 통하여 디지탈 영토를 넓히겠다고 약속했다. FIU가 트레블룰을 제2의 공인인증서로 만들어 시장을 오직 내국인들만의 갈라파고스로 만들고자 한다면 이는 대통령의 카르텔 해체 정책과 대선 공약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글쓴이: 배재광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 의장(인스타페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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